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회장 김경배)는 지난 달 23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1천여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대표 김영환·정태근 의원, 이하 중골모)과 함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촉구 궐기대회’를 열었다.
칼바람이 부는 맹추위 속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진행된 이 날 궐기대회에서 소상공인들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1.5% 선으로의 인하,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처벌조항 철폐 그리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신금융업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요구했다.
질서정연한 궐기대회
그리고 중골모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영환 위원장은 “한미 FTA의 강행 처리로 소상공인 보호 대책이 가물가물해졌지만, 여야 의원 90여 명으로 구성된 의원들이 똘똘 뭉쳐 어떻게든 소상공인 기금 5천억원 마련, 소상공인 단체 법제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이미 홍준표 대표가 대형 및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차이를 배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라고 밝히고, “아울러 홍준표 대표는 공사를 세워서라도 이미 화폐기능을 하고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 관계기관에게 강하게 이러한 입장을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소상공인 기금 및 소상공인 단체의 법제화를 담은 소상공인 지원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는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은 “소상공인들이 도산하고 문닫아야 하는 아픔이 해결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라고 말하고 “소상공인지원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심 높았다
이 날 궐기대회를 주관한 전소연 김경배 회장은 단체 대표 입장발표를 통해 “우리는 아무리 일해도 남는 게 없다. 열심히 일해서 천 만원의 매출을 올려도 이 것 저 것 다 떼고 나면, 백 만원 남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하고, “그런데 거기에서 또 카드 가맹점 수수료 30만원을 더 떼야 한다. 매출 대비 3%는 작은 게 아니다. 순 이익 대비로 하면 30%가 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추운 날씨보다 더 썰렁하게 얼어붙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굳센 단결로 꼭 카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쟁취하자”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어 “더욱 억울한 것은 우리 중소 가맹점은 평균 3%를 내야 하는데, 대형 마트나 골프장이나, 대형 병원들은 1.5%-1.8%만 내면 된다. 목소리가 큰 대형 가맹점은 대폭 깍아주고, 힘없는 우리 중소가맹점들에게는 턱없이 높은 수수료를 거둬가고 있는 현실을 꼭 타개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이 나라가 시장경제 국가인가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특히 금융위원회의 편향된 입장을 규탄하는 입장발표가 이어졌다. 김 회장은 이러한 소상공인업계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은 카드가맹점 수수료 문제에 대해 매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지난 달 13일 김석동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밝히고, “정부가 가격을 직접 규제할 생각은 없다. 수수료를 직접 제어하진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불공정행위만 없으면 규제하지 않는다”라고도 밝힌 바 있다.
카드사들에게 독점권을 부여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아니 그러면 지난 1998년부터 세금을 더 걷는다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카드를 안 받으면 가맹점을 처벌하도록 하는 제도를 실시해놓고 정부가 개입을 않하고 있다니, 수수료가 가격이라면, 그리고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라면 비싼 수수료를 내거는 카드사의 카드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가맹점에 줬어야 한다”라고 비판하고, “카드사들 자기들 맘대로 수수료를 책정해놓아도 우리가 거부할 수 없으니, 대형가맹점 수수료는 내려가도 우리 힘없는 중소 가맹점 수수료는 내린 적이 없다. 시장에서 수수료가 결정되지 않고, 카드사들에게 독점권을 부여해 놓고 그게 시장경제라니, 아니 그러면 호주같이 수수료 원가를 조사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가가 반시장 경제 국가인가. 유럽연합이나 영국, 스페인이 수수료를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 반독점 행위라고 결정했는데 그 나라들이 반시장 국가여서 그렇게 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는 김 금융위원장을 향해 더욱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앞에서까지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8%로 내렸고 중소가맹점 범위도 한 해 매출 2억 원까지로 늘렸다’라고 큰 성과인 것처럼 보고했다”라고 밝히고, “이는 대통령 앞에서까지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의 본질을 호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연 매출 2억원 미만 사업장이라 하면, 월 평균 1700만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곳인데, 그 정도 매출액이면, 6% 이익률로 볼 때 순 수익을 100만원 남짓 올리는 영세 사업장이다”라고 밝히고, “이러한 사업장은 카드 사용액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서 실효성이 없고, 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연매출액 2억원 이상의 중소 가맹점이 왜 연 36%에 이르는 고율의 수수료를 아직도 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카드 단말기 부수는 퍼포먼스
김 회장은 “이번 궐기대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 측과 정치권이 계속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큰 규모의 제3, 제4 연쇄집회를 벌여 나갈 것이며, 오는 12월 여의도 국회 앞 궐기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일반 카드 회원들에 대한 혜택 축소와 체크카드 혜택 축소를 예고하고 있는 카드사들에 대해서도 “카드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 축소를 매개로 카드 소비자들과 가맹점들간 분쟁을 일으키고, 그를 통해 수수료에 대한 인하 압력을 모면해 가려는 파렴치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요구하고, “악의적인 카드사들에 대해서는 카드 거부 운동을 벌여나갈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카드 단말기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구를 새긴 바가지를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으며,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소속 이민석 변호사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19조 1항 규정이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돼 위헌법률 신청을 할 것”이라는 입장표명도 있었다.
행사후 금융위원회 관계자와 전소연 대표들간에 진행된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측 관계자들은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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