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성명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작금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현재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사태의 본질은

첫째,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왜 중소가맹점은 연 36%의 고리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가 둘째, 왜 대형 가맹점에 비해 근 두배에 이르는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가 셋째, 자유 시장경제에서 왜 가맹점이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없고, 비용이 많이 나가는 신용카드만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신용카드는 전체 거래의 70%를 결제하는 수단으로 준화폐의 성격이 있다”며 “화폐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기에 신용카드도 일정부분 국가가 관여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하면 공사를 세워서라도 수수료율 인하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그 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신용카드가 제3의 화폐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은행 금리는 정부가 정책금리를 매달 고시하고, 은행은 그 한도 내에서 다양한 금리상품을 걸고 경쟁을 벌이게 돼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제3의 화폐로 떠오른 카드 수수료에 대해 전혀 법적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더욱이 카드 가맹점 의무화 조치로 수수료율을 아무리 높게 매겨도, 가맹점들은 카드를 거부할 수 없다. 제3의 화폐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독점적인 영업권을 보장해 온 것이다.

매출 대비 중소가맹점 수수료 평균 3%는 가혹한 것이다. 월 천만원 매출을 올려봐야 사실 100만원 남기기 힘들다. 그런데 매출대비 3%, 즉 30만원의 수수료는 순 수입의 30%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전국의 270만 중소가맹점을 상대로 하는 이런 고리대가 어디 있는가.

이미 선진 외국은 벌써부터 제3의 화폐인 신용카드에 대해 국가의 개입을 서두르고 있다. 호주는 중앙은행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원가에 입각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수수료 대비 최고 75%까지 수수료가 내려갔다. EC(유럽위원회), 영국, 스페인, 폴란드, 뉴질랜드 등은 밀실에서 결정되는 수수료가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판정, 수수료를 재조정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EC의 경우는 카드사 스스로 역외 정산 수수료를 38%나 낮췄다.

원래 카드 매출은 외상매출이다. 그로 인해 매출이 늘게 돼 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이 같은 카드 시스템을 확대하고 유지시키는 비용이다. 그러면 당연히 카드 매출이 많은 대형점 수수료가 높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카드 매출이 적은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더 물리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는가.

외국의 경우 대형 및 중소 가맹점 수수료차이는 근소하다. 그 것은 카드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중소가맹점 관리비용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다. 협상력의 차이 때문에 빚어진다.

이에 대해서도 홍준표 대표가 답을 내 놨다. 지난 18일 “신용카드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등부과하여서는 안 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에 반해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은 매우 모호한 견해를 계속 밝히고 있다. 지난 13일 김석동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밝히고, “정부가 가격을 직접 규제할 생각은 없다. 수수료를 직접 제어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불공정행위만 없으면 규제하지 않는다”라고도 밝혔다. 이미 제3의 화폐로 떠오른 신용카드의 사회경제적 파장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발언이며, 해외 선진국의 카드 정책을 한낱 반시장적 행태로 격하시켜버리는 견해에 다름없다. 또한 “독점적 영업권을 보장해 놓고 불공정행위가 없는 것” 오도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결제시장에서 꼭 신용카드만 받게끔 하고 있는 현재의 법 구조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는 세원 투명화로 세수확장의 정책목적을 달성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수수료 부담이 적은 현금영수증 결제나, 직불카드 결제가 이뤄져도, 정부는 그러한 세수 확장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가맹점들은 이러한 결제수단을 선택하여 받을 자유가 없다.

정부가 신용카드사를 대변하고 신용카드사 영업을 배타적으로 도울 입장이 아니라면, 즉각 관련법 조항을 철폐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은“최근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8%로 내렸고 중소가맹점 범위도 한 해 매출 2억 원까지로 늘렸다”라고 큰 성과인 양 보고했다. 하지만 김위원장의 이 같은 평가는 문제의 본질을 또 다시 크게 호도한 것이다. 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연매출액 2억원 이상의 중소 가맹점이 왜 연 36%에 이르는 고율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대통령 앞에서까지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김석동 위원장에게 다시 촉구한다. 오랜 소상공인업계의 주장에 대해 여당 홍준표 대표가 본질적 대안을 갖고 화답했다. 이에 대한 김석동 위원장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길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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