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의 나들가게사업이 지난해 말로 종료되었다. 나들가게는 기존 점포를 현대식으로 탈바꿈시킴으로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탈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슈퍼들에게 자생력과 경쟁력을 부여하는 사업이다. 3년 간 1만개 점포가 나들가게로 변신했다. 나들가게 변신 이후 마인드, 서비스, 매출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나들가게가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점포 중에는 매출이 떨어진 곳도 있었고, 오랫동안 몸에 배어온 고정관념과 습관을 버리지 못해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간 곳도 있었다. 진열대에 있던 상품이 바닥으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나 포스(POS) 대신 계산기를 다시 사용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나들가게의 승패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는 점주의 능동적이고 의욕적인 마인드 변화라는 지적이 적용되는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모아편의점의 대변신은 9999개의 나들가게가 향후 지향해야 될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통하고 있다.



구태, 벗다
모아편의점(대표 김종태)은 서울시 독산1동 진도아파트 상가에 있다. 나들가게 신청 전까지 모아편의점은 인근에 위치한 공장 직원들의 전용 휴게소로 자리매김 했다.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영업형태에 익숙하다 보니 김 대표에게도 휴게형 매장의 틀을 과감히 벗어버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곳을 직접 지도한 신철 나들가게 지도요원(서울중앙체인)이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평소 손님들이 가게 내에서 가벼운 식사를 해결했기에) 매장 곳곳에선 쾌쾌한 냄새가 배어 있었고, 바닥엔 음식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신 지도요원은 “점포 내에서 절대 음식을 먹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김 대표가 이에 쉽게 응할 지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지도요원의 요청을 무시하고 “내가 누군데“라는 식으로 본인 뜻대로 처리하는 점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도요원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점포의 전체적인 리모델링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가게에서 식사를 못하게 하면 인근 공장 직원들이 발길을 돌릴까 걱정도 했지만 나들가게로 새단장하니 오히려 더 자주 찾았다고 한다.

과감한 투자
가게 리모델링 예산으로는 약 4천만 원을 잡았다. 나들가게 신청과 함께 1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들가게를 신청하더라도 상당수 점주들은 리모델링에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무료로 지원되는 포스 구비와 간판교체만으로 끝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김 대표가 투자한 1억 원은 나들가게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나들가게 재개점에는 그렇게 큰돈이 필요 없었지만, 모아편의점 바로 옆 점포를 활용한 간이 휴게형 카페와 문구점을 함께 오픈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점포가 어머니 소유였기에 생필품부터 잡화까지 모든 공산품을 아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게형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토탈형 휴게 편의점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그의 꿈이 실현된다면, 아마도 전국 최고의 나들가게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신 지도요원의 설명이다.

상품공급처 다변화
김 대표는 나들가게 신청 이전에도 가격부터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매출 증대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이미 꿰차고 있었다. 광명시에 위치한 생필품유통단지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했기에 구매 단가도 대형마트에 밀리지 않았다. 발품을 아끼지 않는 김 대표의 노력은 업계에서도 소문이 났다. 고정거래처가 된 한 아이스크림 대리점은 일 년 내내 아이스크림을 60~70%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도 했다. 주변 마트 점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아이스크림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지금은 금천구 관내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매출 증대를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고 그는 떳떳이 내세운다.



카카오톡 활용 ‘신영업전사’
나들가게 재개점 이후 김 대표의 마케팅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넓어졌다. 현재 금천구청과 신림동 남강중고등학에 각각 월 한 차례 납품을 하고 있는데, 택배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물품을 가져다 준다. 당연히 가격 경쟁력은 커진다. 그는 또 금천구청과 연계해 인근 저소득층 아동에게 일정 금액의 부식을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카카오톡을 통해 모든 주문을 받고 있다. 이것도 경쟁력의 한 포인트. 그의 스마트폰에는 금천구청, 관내 학교, 저소득층 아동, 공장 등의 연락처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민들의 이름과 주소까지 빼곡히 들어있다.
3년 내 1억 원 대출금 상환, 토탈형 휴게 편의점 실현, 카카오톡을 활용한 매출증대 등 김종철 대표의 야무진 포부가 꼭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영욱 sbnews777@naver.com

점 포 개 요
주 소 : 서울시 금천구 독산1동 1002번지 진도아파트 상가
소 속 :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산하 서울중앙체인 임의가맹점
매장면적 :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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