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이주 상인들
“SH공사가 약속 어기고 지원 외면”
대기업 위주 운영에 큰 불만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가든파이브(구 동남권유통단지)는 이명박대통령이 94년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을 위해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약속하고 원가(점포당 7평기준 7000만원선)에 분양해 주기로 하고 건설한 대형 유통상가이다. 그러나 2008년 말 입주시점에서는 당초 약속과는 다르게 분양가가 평균 2억이 넘었다. 상인들로서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고액가 분양이었다. 이로 인해 소상인들의 입주가 저조하고, 따라서 상권이 잘 형성되지 않아 먼저 입점한 상인들은 영업다운 영업도 못하고 현재 너나없이 손실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든파이브는 2008년 11월 완공됐지만 이같은 사정으로 상인들의 입점이 매우 부진했다. 2009년말 자료에 따르면 그 때까지 실제로 영업을 하는 점포는 전체 점포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8,300여 점포 중 7,200여 점포가 비어 있는 상태였다. 정식 오픈이 2010년 6월로 미뤄지기도 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대형 테넌트 들이자” 현혹
상인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2010년 6월 서울시 SH공사와 가든파이브 관리단은 키 테넌트(key tenant, 핵심매장 - 소비자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매장) 입점만이 가든파이브의 활성화인 것처럼 입점상인들을 현혹하여 입점동의서를 받아 이랜드계열의 엔씨백화점 및 킴스클럽을 입점시켰다. 그것도 다양한 특혜를 주고 말이다.
그러나 키 테넌트가 들어왔다고 소상공인들의 장사가 나아진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키 테넌트 입점 이후 2년이 다되어가는 현시점에서 가든파이브에 입점한 소상인들은 입지만 더 좁아지고 있다.
가든 파이브 관리단의 비호 아래 편향적 지원을 받은 대형 테넌트의 영향력에 밀려 영업피해만 커져가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산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SH공사는 활성화를 명분으로 가전제품 전용 건물인 테크노관에 의류 매장인 엔터식스를 유치하기 위해 용도를 변경했다. 소상공인들은 엔터식스(SPA 의류판매)등 대형 테넌트가 들어서면 소상인의 자립기반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용도 변경이 쉬운게 아니라고 한다. 일반 상인들이 요구할 때는 들어주지 않더니 대기업에게는 쉽게 해준다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SH공사 측은 엔터식스 외에도 NC백화점, 이마트, 찜질방 등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건물별로 정해 놓은 용도를 변경했다. 이렇게 해서 의류를 팔아야 하는 층에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가 들어왔고 공구전문매장에 이마트, 찜질방, 웨딩홀이 들어왔다.

대기업만 각종 특혜
SH공사는 당초 키 테넌트를 도입하면 상권이 크게 확장돼 가든파이브가 활성화된다고 소상공인들을 설득했다. 대형매장들이 들어오면 손님이 늘고 소규모 점포들도 그 덕을 볼 것이라는 판단에서 소상공인들도 이에 동의했다. 그 결과 대기업이 임대보증금 등 막대한 특혜를 누리고 들어왔다.
이같은 특혜는 당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지금도 테넌트에 대한 특혜나 봐주기, 내지는 테넌트 위주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특혜의 한켠에서 보면, 기존 상인들은 대기업 입점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기는 커녕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 된 것이다.
대형테넌트가 입점하여 가든파이브의 고객의 동선을 막고 있다. 또 대형 테넌트 입점 업종도 당초 SH공사가 소상공인들에게 입점동의를 구할 때 설명한 의류아울렛업종이 아니라 오히려 의류판매 보다 수익성이 좋은 부대지원시설(대형식당 뷔페 패스트푸드코트 유아놀이터 커피점 등 지원시설이 전체매장의 30%임)을 대거 입점시켜 기존 상인에게 되레 피해를 주고 있다. 입점 대기업들도 횡포에 가까운 자세로 일괄하고 있다.
전체 가든파이브의 활성화 보다는 입점 대기업의 이익만 챙기는 모습에서 소상공인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는 SH공사의 책임이 크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꼴이다. 가든파이브는 사실 청계천 이주 상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판단 착오로 소기의 성과가 나지 않자 오히려 실제 ‘주인’을 쫓아내고, 이익을 남길 만한 대기업을 끌어들여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니, 진짜 주인인 소상공인들은 속이 부글거릴 수밖에 없다.

관리단 구성 상인의사 반영
현재 가든파이브의 모든 중요 결정권을 가진 가든파이브라이프 관리단은 2009년 가든파이브 입점 초기 상인들이 잔금을 완납하고 입점할 충분한 시간도 없는 상황(8300개 점포 중 130여개 점포만 분양 등기된 상태)에서 급하게 구성된 기구다. 상가 관리의 진정한 대표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구성되었기에 가든파이브의 진정한 공정한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지적이다.
이제는 진정으로 가든파이브 입점 상인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 할 수 있는 대표성이 있는 사람이 관리단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상인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현행 관리단 선출시스템으로는 또다시 밀실 담합에 의한 관리단 구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 점이 가든파이브의 활성화 저해의 또다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합회가 요구하는 활성화 대책
따라서 가든파이브의 진정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나섰다.

첫째, 현 관리단은 2012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차기 관리단은 대형테넌트만을 위한 관리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든파이브 미분양분에 대한 의사결정권의 경우 SH공사는 의결권의 12석을 가지고 있고, 각층에서 실제 영업을 하는 상인은 11석 밖에 갖지 못하고 있다. 의결권은 관리단 구성의 핵심이다. 의결권 행사에서 원초적 한계가 있도록 관리단을 구성하는 것은 진정한 관리단 구성이 될수 없다. SH공사는 관리단 구성에서 물러나야하고 대표성을 인정받은 상인들로 관리단이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서울시는 당초 청계천 상인들의 원활한 이주와 영업 활성화를 위해 현 가든파이브 주변의 활성화단지 및 물류단지 등 을 먼저 입점시켜 가든파이브 영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이는 전혀 지키지 않았다. 그로 인해 영업의 상승효과를 기대하기는 커녕 SH공사는 2011년 활성화 단지 토지매각을 통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실현하면서도 적자라는 핑계로 상인들에 대한 영업 지원책은 전혀 없다.
대기업 테넌트가 아닌 개인 입점 상인들의 영업손실은 하루가 무섭게 늘어만 가는데, SH공사는 이를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SH공사는 가든파이브의 입점 상인을 위한 지원책을 다각도로 강구하여 지원해야 한다. 또 상권 활성화에 대한 상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하며, 지금같이 대형테넌트만을 위한 지원책도 개선돼야 한다. 사실 가든파이브의 설립 취지를 따지자면 대형테넌트에 대한 지원책은 그 근거가 미약하다. 이들이 왜 지원을 받는단 말인가. 오히려 지원책은, 당초 SH공사의 약속만 믿고 이주했다가 그로 인해 막대한 피해을 보는 순수 개인 입점상인에게 돌아가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분양대금이 부족하여 조건부 임대로 영업중인 상인도 가든파이브가 활성화의 정상궤도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전전대를 허용하여 실질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하여야 한다. 그래야 전체 상가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상인들의 피해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넷째, 가든파이브의 미분양된 상가는 계속해서 대형테넌트만 입점시키려고 공실상태로 방치하지 말고, 시장성에 따라 지정업종을 완화하여 하루라도 빨리 입점이 완료되도록 하여야 한다.
가든파이브 첫 분양이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이제껏 SH공사의 활성화기획팀이 분양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했다. 이 활성화팀이라는 게 유민근 SH공사 사장의 사조직이다. 상가 분양은 예산낭비 없이 시장논리에 맞게 공식 홍보를 통한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제껏 활성화기획팀이 분양대행팀을 내세워 분양도 실패하고 예산만 낭비한 사실을 인정하고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김동흥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