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업계가 배출한 걸출한 지도자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소순기 회장이 올 연말 연합회 회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연합회 3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한 차례 연임했으니 총 6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이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전국의 조합이 소용돌이쳤다.

“아직 조합에 할 일이 많다” “벌인 일을 다 수습하기 전에는 그만 둬서는 안된다” “무책임한 거다” … 수많은 회원들이 한사코 만류했다. 그런데도 소 회장은 뜻을 접지 않았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때가 떠날 때의 적기다”

“참으로 조합을 사랑했다”

소 회장의 머릿 속에 지난 6년여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한달 중 반 가량을 거의 지방을 돌면서 조합원들과 동고동락했다. 아니 영등포 지회장을 하면서부터 조합일에 매달렸으니, 총 18년여의 세월이다. 참으로 조합을 사랑했고, 조합원을 형제같이 생각했다. 자동차 정비업계 사람들은 거칠면서도 정이 깊다.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니 다 됐다” 이 말은 그의 재임기간을 통틀어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어려운 고비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먼저 던졌고, 모든 것을 샅샅이 공개해 조합원들의 참여를 도왔다. 언제든 조합과 조합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모든 책임을 지고, 바로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각오로 뛰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재임 기간 다른 사람의 3-4배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정비인들은 한번 하면 확실히 한다!

그는 아직도 2007년 4월에 거행했던 여의도 집회를 잊을 수 없다. 이 날 집회에는 17,000명의 조합원 중 15,000명이 사업장 문을 닫고 여의도에 모였다. 死卽生(사즉생)의 자세로 뛰었던 집회였다.

취임 후 전 조합을 순회하면서 그가 맺었던 결론은 한 가지였다. 이대로는 절대로 오래 갈 수 없다! 조합원은 조합의 존재감을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 반면 자동차 제조사, 보험사, 정유사들이 정비업에 뛰어들어 영세 정비업체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대기업과의 사업 조정이 진즉부터 시급한 상황이었다.

2개월여 동안 밤잠을 못자면서 고민한 끝에 그는 결단을 내렸다. 결정을 내린 그 다음 날, 전국의 17개 조합장들은 영문도 모른채 긴급회의라는 연락만을 듣고 연합회에 모일 수 밖에 없었다. 소 회장은 자신의 결단의 과정을 얘기한 다음 조합장들의 동의를 구했다. 조합장들은 “여의도 집회가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겠다”라고 하는 연합회장의 비장한 말에 대해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이 바로 쏟아졌다. 행사가 열리는 2주 동안 합숙을 하면서 집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비인들은 할려면 확실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하지를 않는다” 그의 지론이다.

집회는 대성공!

조합장 입장에서도 버거운 이 주장은 준비기간 첫 주는 지역에 돌아가 전 조합원을 설득하고, 그 다음 1주간은 합숙을 하면서 준비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이렇게 준비한 집회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15,000명이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을 비롯해, 원효로와 교동 등지에서 동시 다발 집회를 하고 여의도에 모여 합동집회를 했는데, 조금의 착오와 사고도 없이 대미를 장식했다. 이 집회를 계기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사와 보험사, 정유사들이 정비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대폭 수정하게 됐다. 그리고 오랜 동안의 조합의 현안들이 하나 둘 해결되기 시작했다.

오랜 숙원 하나둘씩 해결

자동차 정비업계에는 영세 정비업자들의 생존을 다투게 하는 현안들이 쌓여 있었다. 부분정비업의 작업범위 확대, 부품 인증제, 총량제 등의 문제가 바로 그 것이다. 2007년 5월 이뤄진 부분정비업의 작업범위 확대는 자동차 정비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자동차 제작 기술이 전자화 다양화되어감에 따라 정비항목을 일일이 열거하는 게 점차적으로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정비업종 간 다툼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를 8개장치 24개 항목을 정비가능 항목으로 열거하던 방식에서, 7개 장치 12개 항목을 빼 놓고는 모두 부분정비업에서 가능하도록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을 변경하게 한 것이다.

이어서 2008년 2월에는 자동차 산업 총량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2009년 5월에는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 도입이 추진됐다. 이 제도는 두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정부 공인기관에서 인증된 제품보다 현대모비스(주)의 순정품이 더 우수성을 인증받는 왜곡된 실태를 바로잡는 의미가 있었다.

두 번째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어 저질 부품에 의한 정비 및 수리시 제재 수단이 없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동년 6월에는 현대모비스(주)와 S-claim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0년 5월에는 소 회장과 현대모비스(주) 부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현대자동차 부품가격의 전면 공개 약속도 이뤄졌다.

온 몸을 던졌던 나날들

그런데 순수하게 사업을 추진했지만 조합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일도 있었다. 자동차 작업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자식 휠 얼라인먼트를 법정 장비로 포함시켰던 게 조합원들의 강력한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작업범위를 확대시키는 대신 정부는 영업평형을 21평에서 30평으로 넓힐 것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주장한 이 조건은 수도권 조합원 40%가 도태될 수 있는 무리한 조건이었다.

결국 소 회장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전자식 휠 얼라인먼트의 법정 장비화를 받아들였던 것인데, 이게 탈이 난 것이다. 조합원사 입장에서 전자식 휠 얼라인먼트를 설치하려니,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시행령 개정 50일도 안돼 소회장은 또 다시 장관 면담을 시도했다. 아침 7시부터 장관실 앞에서 장관 면담을 시도하기를 여러차례, 급기야 면담이 성사돼 전자식 휠얼라인먼트가 수동식으로 바뀌게 됐다. 담당 사무관들도 50일만에 시행령이 바뀐 것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라고 아직도 얘깃거리가 될 정도다.

현재는 작고하신 그의 어머님이 며느리에게 한결같이 했던 말이 있다. 항상 조합일이다 뭐다 해서 늦게 들어오고 않들어오고 했던 소회장을 두고 한 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의 일이다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야.”

취임 이래 그를 쭉 지켜본 월간 카포스 장미희 기자는 그에 대해 “카포스라는 작은 우주를 만들게 했던 빅뱅이었다”라고 평했다. 이제 그는 남은 인생과 열정을 사회 사업에 쏟을 계획이다.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개략적인 얘기만 해주었다. 그러나 이미 사업은 꽤 구체화돼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회 사업 분야에 또 하나의 별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감이 느껴졌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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