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국정을 위해 애쓰시는 총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소상공인업계를 위해서도 많은 고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한미 FTA 비준 이후, 정부와 여당은 한미 FTA로 인해 우려되는 피해대책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26일 진행된 KBS 심야토론 석상에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의 발언을 통해 정부의 한미 FTA에 대한 소상공인 피해대책의 일단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상황을 매우 안일하게 보는 게 분명했고, 피해대책도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다시금 총리님께 정부의 공식적인 명확한 입장을 확인코자 하는 바입니다.

첫째, 총리실장은 소상공인의 태반이 음식업, 도소매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 부분은 이미 개방이 돼 있기 때문에 별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1) 이는 상황을 너무 간단히 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 이미 국내 사료시장에 뛰어들어 있는 곡물공룡 카길이 2013년부터 사료 사업을 확대하고, 국내 대두 및 여타 식품업에도 뛰어들기 위해 충남에서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이들은 이같은 사업 이외에 농자재 판매업에 뛰어들 수 있고, 관련업체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농자재 판매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이 것은 한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우수한 자동차 정비업체, 앞서 있는 화훼업체, 제과업체, 공구업체, 인테리어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사업조정이다 적합업종 지정이다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방어할 수단이 없습니다.

3) 지난 6월 국회에서 개정된 바 있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정부는 이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은 소모성 자재를 대규모 자재구매대행업자 또는 중소 소모성자재 납품업자로부터 구입하는 경우 중소 소모성자재 납품업자와 우선 계약을 체결하도록 (안 제31조의2 신설)’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 시장에 진출돼 있는 대기업 소모성자재 납품업체(이하, MRO)들로 인해 청계천 상가, 구로 공구 상가 등 수많은 중소 도매업체들이 도산 직전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 MRO보다도 초대규모 미국 MRO사들이 많습니다. 그런 업체들이 국내 업체에 투자하거나 독자 설립할 경우, ISD에 의해 그를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2001년 3조 7천억원의 매출에 불과했던 대기업 MRO 사들이 09년 2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것은 모두 중소 도매업체들이 개척해 왔던 시장이었는데, 대기업들이 가져갔고, 그로 인해 중소 유통업체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6월 가까스로 상위 4개 대기업 MRO 사와 사업조정을 이루었는데, 만일 미국업체가 들어서면 더 이상 대응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나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십만 중소 도매업체들이 싹쓸이될 것입니다.

4) 대기업 마트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수퍼마켓 현대화 사업의 하나인 나들가게 지원사업이나 시장 현대화 사업도 사실상 좌초될 수 있습니다.

그 간 재벌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시장잠식 만으로도 소상공인들은 피해가 엄청나게 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내수만을 위주로 하는 우리 소상공인들은 국내 재벌들과의 경쟁도 힘겨운데, 이제는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ISD로 인해 정부로부터 그 어떤 실효성있는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지원하고 싶어도 외국업계 유통업체들이 문제삼으면 모두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류센터 건립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총리실장은 유통법, 상생법 조항은 한미 FTA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미국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해놓았기 때문에 큰 마찰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부 관계자들 간에 양해를 구했다 하더라도 실제 투자자들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계 자본인 코스트코는 국내에 7개 점포에서 매년 2조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울산점을 내기 위해 1년여 전부터 노력해 오다 최근에서야 건축허가를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받았습니다. 울산 중소 상인들이 워낙 반발해 왔고, 유통법 상생법의 법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지연된 것이지요. 이제 한미 FTA가 비준된 만큼 코스트코는 전국 어디서나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고 개점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히 창고형 매장이 아닌, 광범위한 배달망을 갖춘 도매업에도 뛰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 이마트가 기존의 대형 마트를 트레이더스라는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했습니다. 그 후 광범위한 배달망을 갖춘 식자재, 생활용품 도매업에 뛰어든 결과 인천, 대전, 용인 인근의 수많은 중소 도매업체들의 도산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게 심각한 것은 기존 대형마트나 SSM이 중소 소매업들만을 겨냥해 왔다면, 이마트 트레이더스같은 업체들은 중소 도매업체들을 겨냥해서 광범위한 배달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의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투자업체들에게 협정문과 법제도적인 밑받침이 없는 사전 양해와 약속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구 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요.

셋째, 총리실장은 여야가 합의한 대형 유통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문제와 관련해 소상인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편의도 고려해야 하며,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룰 수 있어서 소상인들에 대한 실효성도 적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그나마, 국제적 규범을 고려해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1) 이것은 유통법 상생법이 개정될 때 외교통상부 담당자들이 했던 논리와 똑 같습니다. 특히 외교통상부 관리들은 WTO와 상충되기 때문에 유통법 상생법 개정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정하기로 한 다음에는 외교통상부 관리들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김종훈 본부장은 “법을 개정해도 충분히 방어할 논리가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장님도 심야토론에서 현재의 유통법과 상생법은 충분히 사전 양해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그 것은 WTO 규범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대형 유통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문제에 대해 국제규범을 살펴본다는 것은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한 ‘재래시장 1KM 이내 대기업 마트 규제법안’이 통과 됐고, 또 SSM마저 규제를 했고, 그 것이 WTO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대형 유통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문제는 그에 비해 너무 사소한 것 아닌가요. 무엇보다 상생법 유통법 개정안도 정부에서 계속 발목을 잡는 바람에 지연됐는데, 이 또한 비슷한 주장이 아닌지요. 이미 여야간 합의안은 공식화된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유통법 상생법 개정 과정에서 외교통상부가 WTO 규범 운운하며 계속 발목을 잡더니, 이번에는 국무총리실에서 나서서 여야 합의안에 비토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요.

2) ‘대형 유통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문제’가 소비자들과 실효성 면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소상인들은 실효성없는 문제로 정부와 정치권에 부담을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기업 마트들이 밤 11시, 12시까지 개점을 하면, 인근 소상인들은 새벽 1시, 2시까지 문을 여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대기업 마트들이 쉬지 않기 때문에 명절 때도 쉬지 않고 영업을 합니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소비자들은 대기업 마트나 SSM이 휴일을 늘리거나 빨리 폐점을 하면 실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구매 시간이나 요일을 바꿀 것입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맞지 않습니다.

인근 상인들 입장에서는 그로 인해 매일 5만원, 10만원이라도 매출이 뛰면 그 자체가 엄청난 매출 증가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생각은 맞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유통법 상생법의 개정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통법 상생법 개정 이후 소비자들이 불편하다고 명시적으로 불평했다는 주장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도 살 수 있는 공생의 정책에 대해 국민들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끝으로 여야 합의 사항 중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내에 별도로 소상공인 지원기금 계정을 만들어 정부가 출연하게 하는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명했다고 하는 보도에 대해서도 차제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어떤 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기재부는 우리나라 수출액의 1/1000을 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것에 대해 특히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1) 정부 여당은 3백만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22조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3백만 농민을 지원하는 것은 옳습니다. 그런데 570만 소상공인들은 국민이 아닌가요. 위에서 본 것처럼 수출 대기업으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게 소상공인들입니다.

2) 1996년 WTO 개방과 함께 소상공인들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01년 11만685개였던 수퍼가 2009년 7만 9200 개로 9년간 28%나 감소한 걸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남아 있는 수퍼는 예전과 달리 그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래시장 매출은 99년 46조원에서 2007년에 27조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반면 2000년 11조원에 머물렀던 대형마트는 2009년 31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거의 3배 남짓 늘었습니다. 풍선효과로 중소유통업체 매출분이 고스란히 재벌기업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물가 및 모든 비용이 오르는데, 되려 매출이 반토막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업계는 고사직전에 있다는 것입니다.

3) 정부 예상으로 보면 앞으로 15년간 농어업 분야 피해 예상규모가 축산업 7조원 포함 12조 6,683억원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소상공인의 경우 재래시장만 99년부터 단 9년 동안 무려 19조원이나 매출이 줄어버린 것입니다.

수퍼나 일반 중소 상공인을 포함하면 그 것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 그나마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소상공인들이 하루 빨리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게 됩니다. 그 결과는 농업 피해 규모 이상으로 참으로 참혹한 결과가 될 것입니다. 유통 개방이 이뤄진 지난 15년의 세월이 그대로 증명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4) 우리 소상공인들도 축산, 원예, 과수 농가 현대화를 하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현대화해야 하며, 우수 소상공인 브랜드 육성, 물류센터 확충, FTA로 인한 피해보전 제도, 폐업 전환 지원제도 등의 지원대책이 절실합니다.

5) 수출액의 1/1000이라고 해 봐야 연 5천억원이 채 안됩니다. 95년 WTO 가입과 96년 유통개방 이후 정부는 사실 중소 유통업체에 대해 지원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농업계에 대한 지원과 대비됩니다. 그 사이 중소 유통업은 거의 초토화됐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로 인해 내수만을 위주로 하는 우리 소상공인들은 국내 재벌보다 더 무서운 미국의 초국적 자본과 맨몸으로 맞서야 합니다. 당연 수출 대기업에 이득이 가는 만큼 소상공인들을 위한 충분한 기금 마련이 돼야 하지 않는가요.

한미 FTA가 없어도 우리 소상공인들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굳이 수출대기업을 위해 FTA를 체결해야 한다면, 그 수출액과 연동해 최소한의 소상공인 기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WTO 개방과 한미 FTA, 한유럽 FTA로 인해 이제 겹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될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기금은 아무리 많아도 적은 게 아닌가요.

- 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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