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배가와 직거래 활성화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

경북문경수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이정기)은 문경, 상주, 예천 지역 26만여 명의 배후 인구를 거느리고 있는 조합이다. 이곳에 200여 개의 수퍼가 영업을 하고 있고,그 중 1/3 정도인 65개의 수퍼가 조합원사로 가입돼 있다.
원래 경북안동수퍼마켓협동조합 문경지부 소속으로 있다가, 지난 2007년 물류센터를 완공하면서 별도의 조합으로 독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처음 1억 5천 만원의 자본금이 현재는 6억 2천만원으로 늘었고, 매출도 현재는 45억여 원에 이른다.
문경지부장으로서 물류센터와 조합설립을 주도한 이정기 현 이사장은 조합의 최우선 사업에 대해 “조합은 당연히 조합원사에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 그런데 조합원들의 단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결하여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익이 돌아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단결하면 조합 이익도 커진다
이 이사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꼭 계절별로 조합원들과 여행을 떠난다. 여유있게 1박을 하고 올 때도 있지만, 당일치기로라도 거르지 않는다. 지난 봄에는 흑산도와 홍도를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38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부부끼리 운영하는 수퍼업의 특성상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공백이 크다. 그래서 어디를 나다니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아예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참여할 정도로 열의가 높다. 보통60-70%정도 참여하는데, 특히 송년 모임에는 90% 가까이 참여한다. 요즘에는 일정 공지가 늦어지면, 왜 일정을 잡지 않느냐며 조합원들이 성화를 부리기도 한다. 이 이사장은 “이런 게 사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많이 힘들수록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조합원 관계가 아닌, 꼭 가족처럼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물류센터 우뚝 서다
이 같은 응집력을 바탕으로 조합은 지난 2007년 물류센터를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 이하 연합회) 산하 50개의 조합 중 3번째로 준공했다. 대지 2,130평의 널따란 땅에 건평 423평의 물류센터가 지
어졌다. 총 20억원의 투자비 중 국비와 지방비 14억원, 조합원 투자 6억원의 자금이 투여됐다. 센터가 준공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치단체장의 무관심으로 사업이 속절없이 표류하기도 했고, 막상 지으려고 하니 14억의 정부자금 중 8억원 밖에 조달이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이사장 본인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센터가 건립되는 1년여 동안 혼자라도 현장을 지켜야 했다.
대형 업체와 겨룰 수 있는 발판 마련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센터가 건립되자, 효과는 바로 확인됐다. 기존 5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치던 게 3단계로 줄었다. 그 결과 구매 원가가 평균 20%나 절감됐다. 이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였다.

조합원사 규모가 보통 25평대가 대부분인데, 그 동안에는 공급사로부터 바가지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다. 공급사는 큰업체에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작은 가게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곤 해 왔다. 이 같은과정에서 형성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합원사들 입장에서는 대형 마트나 SSM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문경 수퍼 100곳 중 30곳 문닫아
현재 대형마트는 상주에 한 곳, 문경에 한 곳이 성업 중이며, SSM은 상주에 2곳,문경에 한 곳이 있다. 충분히 더 들어올 여지가 많았는데, 다행이 유통법 상생법이 통과된 후 SSM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인 모양새다. 그런데 중소 농업도시인 이곳에는 재벌 소유 SSM은 아니라도 100평-300평의 중규모 수퍼가 보통 면 단위에 하나 꼴로 영업 중이고, 영세 수퍼들은 이들과의 경쟁이 매우 힘에 버거운 상황이다.
이들로 인해 영세수퍼들은 하나둘 폐업이 이뤄졌고, 문경지역에서만 100여 곳의 수퍼 중 30여 곳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물류센터의 준공으로 이들과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매력적인 나들가게 지원아울러 정부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나들가게 사업도 꽤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50여 곳의 업체들이 나들가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간판 뿐 아니라 현대화된 상품진열, 벽과 천장의 조명등 인테리어가 싹 바뀌었고, 입출고가 전산화되는 포스 시스템도 도입됐다. 정부의 간판 및 포스 시스템의 무상지원과는 별도로, 25평 기준 1500만원 정도의 정부 예산지원이 저금리로 이뤄지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편의점처럼 구색 차별화해야
하지만 아직 물류 및 나들가게 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재벌 마트와 중규모 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구색을 차별화해야 한다. 대형 마트처럼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고, ‘그 곳에는 없는 게 동네 수퍼에는 있다’와 같은 구색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이 이사장은 최근 직장인들을 사로잡으려는 편의점 예를 들었다.
편의점은 직장인들을 잡기 위해 최근에는 그냥 포장지만 뜯어서 먹을 수 있는 세척 과일 세트뿐 아니라 샐러드 스프, 순두부 등과 같은 품목을 비치하고 있는데, 직장인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이사장은 “영세 수퍼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더욱 세분화해 접근해갈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맞춤형 상품을 구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퍼조합연합회 차원에서의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이면 부채 다 갚을 듯
현재 조합의 최대의 현안은 물류센터 건립 자금 중 남아있는 부채를 하루빨리 청산하는 것이다. 조합이 부담해야 했던 자금 6억 원 중 3억 7천만원을 갚고, 아직 2억 3천만원이 남았는데, 그동안 조합원들은 상품 구매 인센티브를 전액 부채갚는 데에 내놓기로 양해를 해 줬다. 조합에서는 그 돈을 조합원 출자금으로 전환해 주고 있는데, 내년 말이면 남은 부채도 다청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원 배가와 직거래 사업 강화
부채가 청산되면 이 이사장은 조합원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미 조합 가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서, 100여개 사 정도까지 회원사 수를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공급사와의 직거래를 더욱 활성화해 구입 단가를 더욱 낮출 계획이다. 이 같은 회원사 확대와 공급사 직거래 확대 사업은 회원사들과 조합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간「마켓월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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