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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기업들이 도매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상품공급 도매업체들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상품공급 판로가 좁아지게 되어 대형유통기업들의 수요 독과점이 우려된다. 대형유통기업들의 도매분야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경우 상품공급에 있어서 독과점 문제가 커질 수 있다”(이정희 중앙대 교수)
“아울렛을 포함한 대형쇼핑몰이 지역 골목상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했던 정도 보다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형유통업체 간 대형쇼핑몰 출점 경쟁이 심화되고 지자체의 유치 경쟁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업터전이 위협받고 있다.”(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
“경쟁력있는 상품공급체계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대회의실에서는 중소기업연구원(원장 김세종)과 한국중소기업학회(회장 배종태)가 공동개최한 ‘소상공인 생업망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과 소상공인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대형유통업체들의 도매사업 확장과 무분별한 대형쇼핑몰 출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형유통기업의 도매사업 진출 현황과 이슈’를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이정희 교수는 “대형유통기업의 도매사업 진출 및 확대는 향후 상품시장에서의 구매력 정도에 따라 대형유통기업들의 상품 공급과 수요 모두에서의 독과점 상황이 우려되므로 정책적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며 앞서와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중소 유통을 위한 경쟁력 있는 상품공급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중소형 유통업체들의 조직화 및 협업화 ▲중소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상생 ▲제조업체와 중소유통 공동물류사업 협력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대형유통기업의 수요 및 공급 독과점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며 중소도소매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대중소기업 상생은 중소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제조업체가 앞장 서서 상생의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제조업체와 중소유통업체의 공동물류사업 협력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대형유통기업의 도매사업 진출과 확대를 시장에만 맡길 것인가”라고 묻곤,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현재와 같은 유통시장 구도에서는 제조업의 미래가 밝지 못함을 제조업체 스스로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유통업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제조업체가 앞장서서 상생의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권관리제’ 도입 검토를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은 이은 주제발표에서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상권에 미치는 효과 및 시사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노 실장은 대형쇼핑몰 탓에 무너지는 지역 소상공인 생업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규제 및 제재가 강화 ▲‘상권관리제도’ 도입 ▲소상공인 개인역량 강화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실장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대규모점포 관련 규제대상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 대형쇼핑몰을 규제범위에 포함시키고,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명령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 등 실효성 있는 제제수단 강화 등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검토할 것을 역설했다.
특히 노 실장은 “지자체는 대형쇼핑몰 유치보다는 중심시가지 상권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지속가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역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상권관리제도를 도입해 지자체와 상인들이 협력해 시가지 및 골목상권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권관리제도란 상권 구성원들이 관리조합을 구성하고, 협약을 체결해 상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성화 사업을 촉진토록 유인하는 제도이다. 예산지원도 민간의 상생 및 자생노력과 연계해, 건물주와 상인들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제고토록 한다는 취지다.
한편 노 실장은 지난 10월, 최근 대형쇼핑몰이 입점한 서울, 파주시, 고양시 3개 지역 소상공인 314개 점포(소매업, 음식점업, 개인서비스업 등 3개 업종)를 대상으로 대형쇼핑몰 출점 전후의 변화 조사 결과, 매출액은 평균 46.5%, 방문고객 수는 평균 40.2% 감소했고, 대형쇼핑몰 출점 전 1개 점포 당 3.1명이었던 종업원 수는 출점 후 2.5명으로 고용도 2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컨트롤타워를”
이은 패널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사업 확대가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상태 중소기업청 중소유통상생팀장은 “대형유통기업들이 도매분야 유통채널로까지 사업을 확장할 경우, 제조업체가 대형유통업체에 종속되어, 불공정 거래 관행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대형쇼핑몰 입점도 선진국의 자율상권구역(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과 같이 도시계획과 연계해, 지속가능하고 특성화된 시가지 상권육성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정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 “대형유통기업의 도매업 분야 진입과 관련, 상품공급점도 사업조정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상생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또 상품공급점에 대해서도 의무휴무일, 영업시간 제한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실장은 “현재 동반위에 신청된 도매업(식자재도매업, 계란판매업, 산업용재판매업, 베어링판매업, 문구도매업, 임의체인·상품공급사업 등) 분야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형유통기업의 도매사업 진출과 관련,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소도매업 자생력 제고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물류체계 개선, 특히 ‘제조업과 중소유통 간 공동물류사업’이 획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중소도매업을 금융·협업화·물류사업 등을 연계해 지원하자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주영 숭실대학교 교수도 대형 유통기업의 도매사업 진출과 관련, “소비자가 많이 찾는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중소유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공동구매 활성화 및 물류센터의 효율화를 통해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스페인의 대규모 도매물류센터인 ‘메르까마드리드’처럼 중소유통을 위한 대규모 도매물류센터 건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의 시행목적은 유통분야 독과점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프랑스나 독일에서 대형마트가 도심권에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 주권보다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라는 가치를 더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서도 소비자의 60% 가량(동네 중대형 슈퍼마켓 38.0%, 동네 소규모 점포 11.1%, 전통시장 9.4%)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골목상권을 대체 이용한다는 응답을 한 것을 보면, 의무휴업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된 것인데, 전경련이 월 1회 이상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제도 선호도를 물은 것은 왜곡된 조사”라며 “이는 사법부조차 ‘영업제한제도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규제’라고 판결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최 회장은 “소상공인들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인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실천의지도 매우 중요하다”며 “소상공인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청와대 직속 컨트롤타워 조직을 신설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인철 기자
소상공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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