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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합의사항을 준수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을 할 수 있는 강제조항이 도입돼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적합업종 합의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올해 적합업종 지정효력이 마무리되는 82개 품목의 재지정 여부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제기된 이같은 주장들은 지난 3년 동안 대기업들이 ‘권고사항’이라는 관련법의 미비점을 악용, 사업철수 또는 사업이양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과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동철 국회 산업통상자원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시행 3년, 그 성과와 과제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전극수 숭실대학교 교수는 “대기업이 적합업종 지정에 따르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나 강제할 방법이 없어 현재의 적합업종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며 “적합업종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적합업종의 입법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준수의무화 이외에도 중기적 관점에서 합의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며 “현행 3년을 5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적합업종 폄훼논리의 이해관계를 살펴 경제주화를 위한 입법을 할 때”라며 “대기업이 접합업종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려면 권고를 강제로 전환하고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인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식품과 계란도소매, 문구소매 등은 대기업 반대로 적합업종 조정협의체조차 구성되지 못하는 등 동반성장위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조정협의 불응시 사업조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지난 3년 시행결과 중소기업 성장성, 수익성지표의 호전이 없었다”며 “법제화 강화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금융 및 세제지원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완주 의원은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과 법제화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토론회 의견수렴을 통한 법 개정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중소상인 도소매적합업종 추진협의회는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합업종을 보다 더 실효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수”라며 “올 하반기에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추진협의회는 “600만 중소상인 모두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현실인데도 전경련은 중소상인의 목숨을 짓밟고 적합업종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더 이상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뺏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2012년 6월 발의됐으나 정부와 재계의 반대에 막혀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인 ‘중소기업,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현재 민간의 자율적 합의로 운영되는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해 중소기업청장 아래 심의위원회를 두고 적합업종 지정·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전인철 기자
“적합업종제도 위헌 주장은 부당”
전극수 교수 “중기 보호는 국가 책무”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제발표를 한 전극수 교수는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헌법상의 경제 목표를 고려한 합리적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특정 품목을 중소기업만이 영위할 수 있는 업종으로 분류할 경우 대기업의 자유로운 사업활동을 방해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대기업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 교수는 “현행 상생법상 적합업종으로 지정돼도 이에 따르도록 강제할 수 없고, 아무런 벌칙도 없다”며 “따라서 적합업종제도의 위헌 여부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전 교수는 “우리 헌법상 경제질서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성격도 띠고 있다”며 “따라서 국가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만큼 적합업종 지정은 오히려 (국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적합업종 지정이 대기업 제품의 선택을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할 수 있으므로, 적합업종제도로 인해 소비자선택권이 다소 제한되더라도 이를 위헌이라 할 수는 없다”며 “만약 대기업의 공격적인 경쟁으로 인해 자칫 중소기업이 도산할 경우 소비자로서는 결국 대기업 제품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수 있고, 그 경우 소비자선택권이 없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결과”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다만 “현재의 적합업종 제도는 상생법에서 적합업종의 지정기준, 지정절차, 지정내용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권한이 민간자율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에 포괄적으로 맡겨져 있기 때문에 법률에서 정한 ‘법률유보의 원칙(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한다”면서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해 적합업종제도로 인한 피해 예측을 가능케 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상생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적합업종 통상법 저촉 가능성 없어”
김성진 참여연대 부위원장, 대기업 주장 반박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통상법에도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적합업종제도가 국제통상규범에 저촉돼 외국과의 통상마찰 소지가 있다는 대기업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패널로 참석한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은 “적합업종 제도가 통상법상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당사국 정부에 의한 조치(measure)여야 하는데, 적합업종 제도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적합업종제도에 따른 대기업의 진입자제, 확장자제, 사업축소 등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조치일 수 있어도 외국의 수출·수입을 제한하는 요소는 아니다”라며 “따라서 통상 관련 국제조약인 GATT, TRIM이나 미국, 유럽과의 FTA 상품 무역에 관한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합의이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고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며 “법률이나 규정에 근거해 관련 당국의 구체적인 처분이 이뤄진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100개 적합업종이 지정돼 있지만 통상문제가 불거진 적은 전혀 없었고, 1989년에 시행된 고유업종 237개 업종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소개하며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도 국가 정책 목적에 따라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적합업종은 내국 기업과 외국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기 때문에 차별이나 배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유환익 전경련 정책본부장은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할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 장사하는 사람에게 장사하지 말라는 것은 위헌 소송에 걸릴 소지도 있다”고 대기업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소상공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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