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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품목을 대형마트에서는 취급않고 전통시장에서만 팔도록 양측이 합의하에 시행돼 온 ‘상생품목제도(미니 박스 기사 참조)’란 게 있다. 현재 지난 1년여 동안 서울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가, 해당 전통시장을 살리진 못하지만, 그나마 그 덕에 이를 실시못하는 인근 다른 시장에 비해 ‘더디 죽어 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품목선정에 보다 유의하여야 하며, 나아가 제도 정착을 위한 법제화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법제화 적극 추진 필요
소상공인·중소기업살리기포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은 지난 7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조정식·전숙옥 의원실과 공동으로 ‘대형마트 상생품목제도 여론조사 발표와 입법 간담회’를 열었다. 상생품목제도가 매출이나 판매량 등에 미치는 실제 시장효과를 검토하기 위한 자리였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간 제도를 실시해온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합의 상대는 홈플러스 합정점)과, 이를 실시하지 못한 않은 인근 마포농수산물시장·마포공덕시장(인근에 홈플러스 월드컵점, 이마트 공덕점이 있음)이었다.
조사는 상생품목제도를 실시하는 시장(이하 실시시장)과 그렇지 못한 시장(이하 미실시시장)을 세 가지 기준으로 비교했다. ▲상생품목 판매량을 동종의 비상생품목 판매량과 비교(예를 들어, 알타리가 실시시장에서 팔린 양과 미실시시장에서 팔린 양을 비교) ▲상생품목 판매량을 실시 전인 1년전과 비교 ▲하루 평균매출액을 1년전과 비교하는 세 기준이었다.
일정부분 경영 개선효과
조사 결과 세 기준 모두에서 미실시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실시시장에서 경영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의 경우 실시시장이든 미실시시장이든 조사대상이 된 총 322개 점포의 하루평균 매출액은 1년전에 비해 약 15.9% 줄었다. 하지만 실시시장 매출 감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시시장(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 매출 감소폭은 20% 미만인데 비해 비실시시장(마포농수산물시장·공덕시장)은 25% 이상 줄었다.(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나마 일말의 위안거리라도 얼핏 엿보인다 해야할까.)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 등 품목별 판매량도 실시시장이 미실시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의 경기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상생품목제 도입이 경기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폭 확대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생품목제도에 대한 상인들의 만족도는 ‘만족’(53%), ‘보통’(29%), ‘불만족’(18%) 순으로 나타났다. 매출 증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상생품목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비중(32%)을 차지했다. 현재 15개 품목 가운데 망고, 석류, 밤 등을 제외한 품목에서는 매출신장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상생품목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상인의 7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인천대 유병국 교수(무역학부)는 “상생품목제도가 실시시장의 판매부진 감소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게 곧 판매증대로 이어진다는 해석은 가능하지 않다”며 “상생품목제도가 더욱 실효성이 있으려면 매출비중을 고려해 상생품목을 선정하고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주차시설 편의, 신용카드 사용 등과 같은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규제와는 본질적 차이”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행 상생품목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쏟아졌다.
유병국 교수는 “상생품목제도는 일방적이고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지역적 차별화가 가능하고 양자간 조정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의무휴일제 등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상생품목제도의 큰 틀 아래에서 모든 영업규제의 내용도 논의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교수는 “이를 위해 지역의 대중소유통업체간 상생발전 차원에서 지방조례에 상생품목을 고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합의조정 및 이행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도 “대기업 영업규제 필요”
이번 조사에서는 소비자 설문조사도 이뤄졌다. 홈플러스 합정점 이용자 50%, 주변 전통시장 이용자 50% 등 모두 5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77.3%가 영업규제 논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또 대형마트 및 SSM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가 필요한가’는 질문에는 81.2%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81.8%가 ‘대기업 독점을 막기 위해’, 76.3%가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73.5%가 ‘노동자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라고 대답해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서는 매우 전향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의무휴업일 실시, 신규입점 제한이 필요하다’는 67.1%, ‘신규입점 제한 더 강화돼야 한다’가 71.7%, ‘상생품목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도 72.4%에 달하는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나 확대에 대한 응답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왔다.
소상공인신문
sbnews777@naver.com
‘상생품목제도’란
‘상생품목제도’란 특정 품목을 정해 대형마트에서는 이를 팔지 않도록 하고 전통시장에서만 팔도록 하는 제도다.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탈에 맞선 생존권 투쟁이 치열하던 지난해 2월말 망원시장과 홈플러스 합정점 사이에 맺어진 협약이다.
당시 홈플러스와 시장상인들은 떡볶이, 순대, 오징어, 소고기국거리, 우족, 등뼈, 알타리, 풋고추, 망고, 밥, 대추, 석류, 아귀, 이면수 등 15개 품목을 ‘상생품목’으로 정했다. 몇 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중소상인 입장에서 매출비중이 적은 품목이라 아쉬움이 있었지만, 협약 덕에 합정점은 오픈할 수 있었다.
국내 최초로 맺어진 ‘상생품목제도’는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곧바로 서울시의 대형마트의 51개 품목 판매제한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입점으로 인해 동네상권의 피해가 심할 경우 대규모 점포의 판매품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생품목 협력법’을 발의했다. 한편 대형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홈플러스가 괜한 짓을 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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