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구자라트 지역 낙농협동조합 연합체...‘백색혁명’으로 ‘사회적 모델’

국제협동조합연맹(ICA) 폴린 그린(Pauline Green) 회장은 지난 1월,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결산하며 지구촌 두 곳의 선진 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했다. 10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국내 GDP를 8%나 끌어올린 아프리카의 르완다 협동조합운동과, 3백만 명 이상의 생산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인도 아물(Amul)낙농협동조합이다.

인도의 프라납 무커지(Pranab Mukherjee) 대통령도 최근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협동조합개발기업(NCDC) 협동조합 우수상 수여식에 참석해, “아물낙농협동조합 탄생은 인도 협동조합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였다”고 추켜세우며, “아물을 통해 60만 개의 협동조합 네트워크인 인도협동조합 운동은 공정과 통합의 정신으로 성장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이 증명되었다”며 인도 각 지자체에 협동조합법 개정을 권고했다.

제조업체 착취에 대항해 결성

‘아물’은 인도 구자라트 주에 있는 낙농협동조합들이 연합체이다. '아물'은 산스크리트어로 '아주 귀중한(priceless)'란 의미로, 1946년 구자라트 주 아난드 지역 영세 낙농업자들이 우유제조업체의 착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우유생산자조합에서 출발했다. 현재 인도에서 가장 큰 식품 출하조직이다. 세계 유가공업체 매출 순위에서도 2011년 21위, 지난해 18위에 이어 올해는 15위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물의 성공은 ‘백색혁명(우유의 흰 빛깔)’이라고도 불리운다. 유통단계를 줄여 원유 생산농가와 소비자 사이를 직접 연결한 것은 다른 생산자협동조합의 경우와 마찬가지지만. 아물은 애당초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농민들은 우유 가공 설비를 갖추고, 지역 연합회로 조직을 확대해 나갔다. 마을 단계의 조합, 지역연합회, 그리고 주(州)단위 연합회 등 3층 구조를 구축하고, 원료공급-생산-판매를 아우르는 계통시스템을 마련해, 조합원들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같은 구조는 나아가 글로벌-국가단위-조합단위라는 차원으로까지 승화한다.

아물의 성공 요인으로는 네 가지가 지적된다. 첫째 생산자 소유라는 협동조합 원칙에 충실한 조직 운영, 둘째는 선출된 대표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연대를 이뤄냈다는 점, 셋째, 유제품을 생산하고 사업을 운영관리 할 전문가를 적극 활용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협동과 주인의식을 가졌다는 점이다.

아물은 단순히 생산자 협동조합에 머무르지 않고, 협동조합 네트워크, 시장 통찰력,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 구축, 그리고 각기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통합에 기여함으로써 성공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었다. 이들은 생산농가와 조합원들에게 기여한 만큼의 충분한 배당을 돌려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유제품 생산 다각화

원유 생산농가들은 원유가 수요보다 과다 생산될 경우에도 아물이 있어 원유를 모두 출하할 수 있다. 아물은 버터 치즈 과자 우유 아이스크림 초코렛 기타 우유음료 등 생산제품을 다각화하여 이를 감당한다. 어차피 협동조합이므로 어려움도 순조로움도 다같이 나눈다. 힘겨움은 반감되고 즐거움은 배가되는 기적이다.

매일 하루 두 번 아물의 대량 배송망은 1천2백 만의 생산자들에게서 원유를 모아 온다. 이 원유는 200곳의 유제품 제조공장으로 운송되어 시음, 등급화, 제조 과정을 거쳐 800군데 대소 시장으로 출하된다. 이 과정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해 물류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미국 중동 싱가포르 유럽 등지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아물은 ‘4가지 유형의 유통 고속도로 : 신선, 냉장, 냉동 그리고 주변제품’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물이 성공한 주요 요소 가운데 또 하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공익성 광고와 마케팅이다. 전환점은 1966년, ‘아물 모펫(Amul Moppet)' 이라는 켐페인성 광고였다. 실제로 아물은 정치적 부패나 경제적 비리, 인도사회의 종교 갈등, 마약 같은 사회시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 견해를 꾸준히 밝혀 왔다.

당당하고도 창조적인 마케팅과 신뢰있는 브랜드 덕분에 아물은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하고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일반 기업들의 본보기

협동조합은 소비자와 생산자들 간의 가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시장을 적극 피드백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차원에서도 아물은 조달, 제조,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에 타기업의 본보기가 되었다.

아물은 조합원들이 기획 생산 마케팅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고, 위생 사료 리더십 등 중요 과제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한 해에 평균 4천여 명의 여성조합원들이 자기관리 리더십 훈련을 받았다.

물론 아물이 항상 성공가도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아물은 인도의 수백 만 낙농생산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원유 수급 불균형 문제도 단순히 이윤 차원으로만 접근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문제였지만, 협동정신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유통구조상 중간상인들에 의해 착취를 당하는 이들도 있었고, 아무런 보장없이 계절노동자로 전락하거나 사채업자의 위협에 시달리는 농민들도 속출했지만 아물은 끝까지 이들과 함께 했다.

‘아물 협동조합사업’은 생산자의 소득 안정과 다변화 뿐만 아니라 정규고용 생활안정화 여성의 사회적 역할 제고, 어린이 교육 같은 농촌개발 모델들도 추진해 왔다. 아물의 이런 점들이 빈곤탈출 농촌개발이라는 인도경제의 지속가능한 기초를 닦았다. 인도 정부도 아물모델을 다른 곳에서 배우고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을 설치했다. 인도 국립 유제품 개발위원회도 아물 모델을 모범적 경영사례로 설정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협동조합 사업을 정부가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들도 나왔지만 말이다.

현재 아물은 인도 최대의 식품브랜드로 조합원은 318만 명에 이른다. 아물 모델은 정부기관이 하향식으로 주도하지 않더라도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5월 아물의 바톨(P.G. Bhatol) 회장은 한 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운영을 모토로 합니다. 아물이 생태계 보전에도 힘을 쏟는 이유입니다. '그린 아물 그린 인도' 캠페인은 그 일환입니다. 유제품 농업은 자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집중적인 영농과 삼림 벌채로 인해, 구자라트는 다소 고갈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우유 생산자는 자신의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이 좋습니다.”

아물은 생태계 보전을 외면하지 않고서도 지속적 성장을 이뤄내 최근 인도의 사회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기업시민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많은 상을 받았다.

아물의 현황

조합원 : 17개 지구 원유생산자 협동조합 (16개 회원조합과 1개의 공칭 조합)

조합원 숫자 : 318만 명

마을 단위 조합 : 16,117곳

하루 우유 처리 용량 : 1천 3백 67만 리터 / 일

하루 평균 원유 집하량 : 1천 60만 리터 /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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