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6월 11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의료법인에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이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우회적 의료민영화’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소상공인들에게도 이 개정안은 ‘독약’이 될 수 있다. 개정안이 발효되어 어떤 의료법인이 스스로 또는 영리자회사법인을 설립해 ‘장사’를 한다면, 병원 구내나 주변 상권에서 환자나 그 가족 친지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기존 소상공인들이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병원 구내식당이나 미니슈퍼, 편의점들이 병원측과 계약을 맺고 영업을 했는데, 병원측이 새로 만든 영리자회사들에 이를 직영으로 돌리면 하루아침에 영업장을 비워야 할 경우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부대사업도 가능하니, 병원측은 본관이나 부대시설 유휴공간을 활용해 각종 소매업, 이미용업, 목욕업, 안경업, 서점 등을 직영으로 할 수 있으며, 별관에 식당을 한다고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
병원 주변의 죽전문점, 의료기구판매점, 장애인 보장구판매점 등은 가만 앉아 손털어야 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병원측이 투자를 받아 인근에 대규모 의료타운을 짓고 이런 업종들을 직영으로 운영한다면, 그 결과는 불보듯하다.
기존의 병원 주변에는 나름 상권이 형성돼 있는데,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여파는 대형마트 입점과는 또다른 골목상권 초토화가 될 것이다. 병원서 하는 가게들이 상권을 싹쓸이하지 않겠는가,하는 우려가 괜한 걱정은 아니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같이 의료법인에 부대사업을 허용하려는 것은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서비스산업도 육성시키겠다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기존 도소매, 음식, 숙박, 운수 등 생계형 서비스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서비스산업 구조를 개편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자영업자 구조조정도 그 일환이다. 지난 7월 22일 마친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견서 수렴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되면 심사를 거쳐 확정 발효된다. 아직 구체적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가능하면 8월내 이를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성 기자 sbnews777@naver.com
소상공인신문
개정안에 허용된 부대사업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에 의하면, 부대사업에는 장례식장, 주차장 외에 다음의 부대사업을 포함한다.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제과점영업, 위탁급식영업 ▲소매업 중 편의점, 슈퍼마켓, 자동판매기영업 ▲산후조리업 ▲이용업, 미용업, 목욕장업 및 서점 ▲의료기기 임대·판매업 ▲안경 조제·판매업 ▲숙박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및 외국인환자유치 ▲종합체육시설업, 수영장업 및 체력단련장업 ▲장애인보장구 등의 맞춤제조ㆍ개조ㆍ수리업 ▲환자 또는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목적으로의 건물 임대(가. 의료기관-관광진흥법시행령에 따른 의료관광호텔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설치하는 경우에 한함. 나. 은행업 다. 의류 등 생활용품 판매업 및 식품판매업(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제외) 라. 그 밖에 선량한 풍속을 해치거나 의료법인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공고하는 사업을 제외한 건물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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