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줄고 빚은 늘고… 국민 절반 “나는 하층민”
가계 부채 급증 … 경제 실핏줄 자영업 대재앙 올 수도
신묘년이 가고 임진년이 밝았다. 올해는 20년만에 한 번 겹치는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는 해다. 하지만 ‘국민은 선거 때만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거 열풍이 지나면 서민들의 삶은 다시 팍팍할 것이다. 소상공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 시작된다. 세계경제 침체도 전망이 불투명하고, 남북문제도 여전히 평행을 그릴 우려가 크다.
매년 이런 북새통 속에서 한 해가 가고 또 오지만 올해도 역시 행복과 성공은 고사하고 희망마저도 요원하다. 서민들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허울뿐인 상생에 분노한다.
사회적 약자는 늘 약자에 머물 수 밖에 없고, 사회적 패자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회란 ‘그들만의 세상’에 불과하다. 부의 양극화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워킹 푸어(일은 열심히 하지만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우리를 절망케 한다. 한국호의 항해는 별 탈 없는가. 현실은 너무 버겁고도 절박하다.
국민 절반 “나는 하층민”
지난해 자영업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참고로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사회경제적 자의식 및 향후 자화상에 대한 조사결과들을 한번 살펴보자.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15일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7월 15일부터 보름동안 전국 약 1만7천 표본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만8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45.3%, 즉 절반 가량이 자신이 ‘하층’이라고 응답했다. ‘상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으며, ‘중간층’ 52.8%였다. (자신이 중간층이라고 답한 소득계층은 가구의 월평균소득이 500만~600만원 수준인 경우가 87.4%로 가장 많았다.)
국민 절반이 자신은 ‘아주 못산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여자가구주의 경우 10명 중 6명은 ‘하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할까. 계층이동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이었다. 일생 동안 노력을 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가구주의 비율은 28.8%에 그쳤다. 2년 전 35.7%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가능성이 낮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48.1%에서 58.7%로 높아졌다. 자신이나 자식의 신분상승의 꿈을 포기한 국민은 7%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우리 국민들은 ‘빈익빈 부익부’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이 조사에서 가구주들은 가구당 월평균 최소 230만원은 있어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최소생활비는 40대가 292만1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30대·20대·60대 순으로 높았다.
소득불만족도도 높아졌다. 자신의 소득에 불만족하는 사람은 2009년 46.6%에서 올해 49.1%로 2.5%P 증가했다.
그렇다 보니 1년 전보다 가구소득이 증가했다는 응답(18.1%)보다 감소했다는 응답(25.2%)이 더 높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불만족 비율이 높았으며 50대와 60세 이상은 소득에 대한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이가 절반을 넘겼다.) 반면에 가구부채는 증가(27.3%)가 감소(10.8%)보다 높았다. 한마디로 소득은 줄고 빚은 늘었다.
고용도 불안해 했다. 10명 중 6명은 직장을 잃거나 바꿔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불안은 여자(56.1%)보다 남자(62.4%)가 더 컸다. 그러다보니 직업선택 시 수입(38.3%)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안정성(29.2%), 적성·흥미(14.1%)는 그 다음이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가구주는 75.8%로 집계됐지만, 사실 반 이상인 55.2%는 국민연금을 주된 준비 방법으로 꼽았다. 현재 60세 이상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도 한 치 앞 몰라
이같은 통계는 우리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갈수록 팍팍해졌다는 걸 반증한다. 2011년 한 해, 우리 소상공인들의 삶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힘과 돈과 위세와 정보에 밀려 하루하루 신산한 삶을 영위했다.
수출은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내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아니, 오히려 한 치 앞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돈 들어갈 곳은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하는데, 돈 나올 구멍은 눈을 씻고 찾아도 막막하다. 자영업도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체감이 아닌 실제수치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우산 가장 심각하고도 다급한 문제가 자영업자들의 가계부채다.
지난해 12월 나온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금융대출은 전년보다 22.6%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30.6%나 급증했다. 자영업자들은 신용대출 배경에 대해 ‘사업자금을 마련’(58.8%)하거나 ‘생활비를 마련’(9.8%)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지난해 자영업자의 경상소득은 5천48만원인 가운데, 원리금 상환액은 1천82만원으로 조사됐다. 100원을 벌면 21원은 빚을 갚는 데 지출했다는 말인데, 전년 16원보다 더 많았다. 결국 지난해 자영업자 부채(8천455만원)가 전년(7천132만원)보다 18.6%나 급증한 때문이다.
부채가 크게 는 탓에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은 임시 일용근로자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9.5%로 지난해보다 1.4%P 올라 임시 일용근로자 0.6%P의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 역시 159.2%로 지난해 대비 14.1% 포인트나 급등했다.
주택담보부 대출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들의 생활자금이라는 사실은 자못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당장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 살 깎기 경쟁까지 불사하면 사업수익률는 저절로 저하돼 자영업 거품이 터질 우려가 심화되는 것이다. 가계 부채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라면 위험 수준은 외형상 드러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 제2금융권은 사실 자영업자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는데, 이게 막힐 경우 가계 부채 전반이 부실화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자영업을 ‘경제의 실핏줄’이라 부른다. 심장과 동맥이 아무리 강해도 실핏줄이 부실하면 피가 온몸을 골고루 흐를 수 없다. 자영업이 쓰러진다면 한국가계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지난해는 유독 자영업이라는 국가경제의 실핏줄에 적신호 경종이 울린 해이다. 실핏줄 경제가 터지면 대재앙이 온다.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 경제의 기초가 무너질 수 있다’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자영업 거품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특히 한국처럼 성장지상주의 경제정책으로 물가상승이 만만찮은 경우에는 임대료 원재료 등 비용상승에 소비침체로 매출은 떨어지는 등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게다가 갈수록 자영업을 둘러싼 내외부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이에 맞서 제살깎기 영업을 벌이다보면 수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부채는 더욱 늘어나 결국 망하게 된다는 게 많은 경우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자영업 경쟁에서마저 밀려나면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부채도 미처 다 청산하지 못한 채 말이다.
한국 사회에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전국에서 양산된 퇴직자들이 퇴직금과 아파트 담보 대출로 치킨가게, 슈퍼마켓, 음식점을 열었다. 출혈 과다경쟁은 불가피했다. 수많은 가게들이 들어섰다가 문을 닫기가 다반사였다. 성공률은 5%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내수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생계형으로 전락했다.
대출 역시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제1 금융권에서 시작한 대출은 제2 금융권을 넘어 사채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청년실업 심화로 청년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가중됐다. 이는 지금의 자영업자 대란으로 이어진다. 자영업의 거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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