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가 크게 위축되자, 6월 중으로 중소기업 역량강화 계획과 함께 자영업자 종합지원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개최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후 소상공인·전통시장·지역관광 업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세월호 사고로 인한 취약업종과 피해지역을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 지원 종합대책에는 자영업자 창업교육과 자금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생업 안전망을 확충해 폐업·도산 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영세 1인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료 50%를 지원해 0.3%에 불과한 가입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평균 소득 135만원 이하인 1인 자영업자가 지원대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다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전면적 확대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이 이유다.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불안정하고 내수 경기변동에도 취약하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다각적인 사회안전망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가계부채 조정, 기업투자 유도, 규제개혁 등 내수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취약업종과 피해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자금ㆍ금융 지원 책도 큰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소상공인 육성 내지 지원 정책의 기조다. 경제민주화 약속 이행을 통한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고, 탁상행정 전시행정식 선심성 일회성 지원이 아닌 현장밀착형 소상공인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 실적을 위한 일방적 창업지원은 창업과 폐업이라는 악순환만 낳을 우려가 있다. 일회성 정책자금 지원 대책은 자영업자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엔 미봉책에 불과하며, 자영업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창업 숫자늘리기식 교육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만 저해하지 않는다면, 묻지마 창업이라는 구조적 병폐를 막을 수 있는 ‘착한 규제’가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 무작정 시장에 맡겨놓고는 뒷설거지에 급급해 사회경제적 비용만 높이기보다는, 미리 자격이나 규정을 마련해서 시장의 실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전향적으로 이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이게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OECD국가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한다. 시장 포화를 낳는 구조를 외면해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 수가 감소했다지만 이는 페업이나 도산으로 시장에서 밀려난 것이지, 시장진입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게 자영업자 시장구조의 핵심이다. 묻지마 창업이 지금같은 형태로 계속 벌어지는 한 자영업자 시장은 빈곤층을 양산하는 블랙홀로 국가경제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최근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부문 국정과제를 점검한 기사를 게재했다. 정부 정책 자료, 전문가들의 조언, 관련 산업계 의견, 언론 설문조사, 자체 분석 등을 토대로 42개 과제의 추진 현황과 성과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 결과, 평점 ‘C’ 이하 과제가 수두룩하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전통시장의 활력 회복’이라는 과제도 평점 ‘C’에 그쳤다.

이 기사는 이에 대해 “소상공인 공제기금인 노란우산공제기금 가입자가 40만명을 돌파하고, 부금 납입은 2조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 사업조정이 시행 중인 사업에 대해 대기업의 인수·개시·확장 금지를 명령하는 사업조정 일시정지 명령제는 올 2월부터 시행됐다. 소상공인 단체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은 아직 진척이 없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되는 온누리상품권은 지난해 판매액(3250억원)이 대폭 줄어, 연간 1조원 발행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지못하고 있는 법안도 많다. 남양유업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도록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남양유업방지법안’이 추진됐지만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을 보호를 위해 ‘을 지원기금법’도 법 제정보다 고시와 보복금지를 금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정부 여당 주장에 막혀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중기청은 나들가게 중장기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5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나들가게 1만개를 추가 육성하고 올해 그 중 2500개 점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에 진행했던 간판 교체, POS 설치 등 외형적 시설 개체 위주의 하드웨어적 지원은 중단하고, 온라인 수발주 교육, POS 프로그램 설치, 전담 매니저 컨설팅 등 소프트웨어 위주의 지원을 한다는 게 눈에 띈다. POS 프로그램은 슈퍼형, 편의점형, 야채 청과 전문점형 등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POS 화면에서 원터치로 지역 중소유통물류센터 등으로 실시간 발주되는 온라인 수발주 시스템도 구축한다고 한다. 향후 나들가게 POS 시스템을 중심으로 2만개 나들가게와 중소유통단체를 조직화해 공동구매, 공동배송을 통한 구매력 확대 및 물류비용 절감에 나서겠다는 계획은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초창기 나들가게 육성계획에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7일 ‘창업센터 개선계획’을 내놓았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회추구형 창업자’를 집중 지원하고, 아이디어 개발부터 유통·마케팅 및 해외진출까지 전 단계에 이르는 지원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개선안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생계형 창업’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회추구형 창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얘기다.

기회추구형 창업 지원 업종은 ▲IT·BT(생명기술)·NT(나노기술) 등 기술형 ▲디자인· BS(비즈니스 서비스)산업 등 지식서비스형 ▲귀금속·수제화 등 도시형 제조업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형 업종 등이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3일,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한 중소가맹점의 범위가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됐다.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지난해말 2.12%)의 100분의 80(1.69%)’과 ‘1.5%’ 중, 2억~3억원의 중소가맹점은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의 100분의 100’(2.12%)과 ‘2.0%’ 중 작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금융위는 28만개 가맹점의 연간 카드수수료 부담이 7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장 중심 행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커피숍이나 음식점, 주점 등에서는 가게 밖 테라스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 옥외영업이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는 불법이고, 이태원에서는 합법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이태원, 남대문, 동대문, 청계천 등 관광특구에서만 옥외영업이 허용된다. 홍대앞 소상공인들도 조속한 관광특구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환산보증금 현실화 등이 반영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겨우 터전 마련하고 단골확보하고 나니, 임대료나 보증금 문제로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로 그치는 경우가 한둘인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나선 규제완화 정책만 해도 그렇다. 일단 소상공인들은 ‘또 대기업 편만 드는 규제개혁을 하려는 것인가’하는 의구심부터 가진다. 정부는 아니라 하겠지만 소상공인들은 항상 ‘미운자식’ ‘이등국민’ 취급을 받아온 듯한 섭섭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날까. 

소상공인신문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