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경사협회는 지난 4월 4일 ‘타각적굴절검사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보냈다. 협회는 이 공문에서 “안경업계는 ‘손톱 밑 가시’에 해당하는 잘못된 규제에 묶여 단 한 발자국도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인 국민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협회는 “안경을 조제하기 위해 전제되는 시력검사는 상황에 맞는 여러 종류의 안광학기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28년 전 만들어진 시행령으로 인해 자동굴절검사기를 제외한 모든 안광학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광학기기에 대한 사용법은 각 대학 정규교과 과정을 통해 배우고 있으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실시하는 국가시험에도 출제되고 있지만 안경을 조제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형양 옵토메트리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선진국의 많은 전문가로부터 대한민국의 이해되지 않는 이 같은 제도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며 “세계검안협회(WCO) 수잔 쿠퍼 회장과 아시아·태평양검안협회(APCO) 샴엠 라작 회장은 국회를 방문하여 보건복지위원들에게 세계적인 안광학분야의 흐름을 설명하였고, 돌아간 후에는 정확한 안경조제에 필요한 모든 안광학기기의 사용을 안경사들이 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내용을 서신으로 보내왔다”라며 공문 말미에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협회는 두 단체에서 보내온 서신을 이번 공문과 함께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두 단체가 협회로 보내온 서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검안은 100여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전문적인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해왔다. WCO와 APCO에서도 검안을 교육과 규정에 의해 만들어진 직업군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유네스코도 국제표준교육분류(ISCED 1997)에 검안을 의무교육으로 명시하는 등 검안 교육의 필요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있다.

검안사(우리나라의 안경사)들은 최소한의 약의 조제, 굴절검사와 처방, 그리고 질환 등 눈의 이상 유무를 1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게 WCO의 확고한 입장이다. 특히 WCO의 회원과 협력단체들은 사회의 취약 계층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검안사는 눈의 관리부터 시각장애 및 안구질환 예방에 이르기까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검안사는 또 안과의사나 전문적인 건강관리사에 비해 효율적인 비용과 용이한 접근성으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검안사들이 최신식 기기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태형양 옵토메트리 국제학술대회 기간 동안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검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의 안경사들이 검영기, 세극등, 생체현미경, 비접촉 안압계, 시야 검사기 등의 표준 검안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눈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일반인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콜롬비아, 남아프리카, 홍콩, 말레이시아 등 검안분야 선진국에서는 시각장애 문제를 초기에 예방하기 위해 검안기기의 능숙한 사용이 적극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는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백내장, 당뇨병성 망막증, 녹내장 등의 안과적 문제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검안기기는 후 치료뿐 아니라 콘택트렌즈의 처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안경사들이 안과의사에 비해 높은 수준의 1차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이다.

30년 이상의 검안교육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안경사들은, 지금도 대학에서 4년의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검안기기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국의 검안 실무범위를 규정하는 법률은 지난 30년간 한 번도 변하지 않았고, 이런 제한으로 인해 한국의 안경사들은 현장에서의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중 약 240,000명이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WHO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의 약 80%가 사전 예방이 가능한 질환에서 비롯됐으며, 이중 42%는 굴절이상을 제대로 교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빈곤계층이나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 가운데 상당수가 안과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WCO는 한국의 검안분야가 최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한국 국민의 눈 건강 및 시각관리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검안은 30년이라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제는 그 교육범위가 안질환 진단을 제외하고는 거의 세계 수준과 동등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올랐다. 그런데 교육범위의 확대와 함께 정규교육과정이 4년으로 늘었지만, 2년 교육과정 당시의 검안 실무범위를 규정한 법률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법률은 자동굴절검사기 및 시험렌즈를 제외한 다른 검안기기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검안분야에서는 자동굴절검사기와 시험렌즈 외에도 훨씬 더 많은 검안기기들을 필요로 한다. 검영기, 검안경, 세극등 생체현미경, 각막 만곡계, 비접촉 안압계, 시야 검사기, 망막 사진술 등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안경사들에게 필수 검안기기가 되었다. 이러한 기기들의 사용은 시각적 변화 및 콘택트렌즈 조정 등에 더 나은 평가와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동시에 안과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안과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나는 한국의 국민들에게 더 나은 시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검안 교육과정을 이수한 한국의 안경사들이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는 데 충분히 숙달되었다고 본다.

이에 안경사들의 검안기기 사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법률을 재검토해주길 바란다, 이는 안과 및 시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1차적으로 안경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시각관리 서비스의 시작이 안경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이들이 예방 가능한 시각장애 및 질환에 대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WHO도 안과의사나 건강관리 전문가들에 비해 안경사들이 더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황이다.

이 서신이 한국에 있는 안경사들에게 실무적으로 제한되지 않는 환경에서 검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안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적인 역할을 하는 안경사의 업무가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필요한 법적 조치도 함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