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의 정치경제적 위상 끌어올려야

소상공인 법정단체 출범 (2)-의미와 과제

흔히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하지만, 지난 4월은 최소한 대한민국 720만 소상공인들에 있어서는 전혀 ‘잔인하지 않은 달’이었다. 이미 업계에서는 소상공인 법정단체 설립 허가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들이 회자됐지만, 일이라는 게 돼 봐야 아는 것인지라, 자칫 이번에도 또 설(說)로 끝나지 않으려나 하는 일말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4월도 마지막 날인 30일 드디어 대망의 설립허가가 떨어졌다. 중기청은 이번에는 소상공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중기청 이인섭 과장도 이날 “소상공인의 국민 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업종을 이루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구심점이 없었다”면서 “연합회의 설립으로 전체 소상공인을 대표해 소상공인의 생각과 애로를 국회, 정부, 대기업 등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10조 12항, 소상공인연합회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오늘이 있기까지는 오래고도 안타까운 시간들이 흘렀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희망을 북돋우는 기억들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 소상공인들 앞에 전개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믿으며 손잡고 더듬으며 가야 하는 엄연하고도 엄존한 길이다. 이제 출범할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을 대표해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비단 현재의 34개 회원사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비 회원사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주지하듯 2011년 12월 29일 국회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10조12항은 소상공인연합회 설립의 법적 근거를 규정하고 있고, 10조13항은 연합회의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각 호는 ▲소상공인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상부상조 사업 ▲소상공인 창업·투자 및 경영 활동 등에 관한 정보제공 ▲소상공인 구매·판매 등에 관한 공동사업 ▲소상공인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정책건의 ▲그 밖에 연합회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정관으로 정하는 사업 등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소상공인들의 생업 현장에서의 애로와 불공정과 부당함과 억울함이 해소되고, 진정 삶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그래서 소상공인의 삶에서 희망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붙들어주는 일이다.

목에 걸린 가시인 대기업들의 시장잠식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켜내야 하며, 손톱 밑의 가시들인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서비스분야 적합업종 지정, 재래시장 활성화, 소상공인업계의 건설적 구조조정 등 손가락으로 꼽아도 한이없다. 그만큼 우리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제도적 재정적 지원도 부족한 채 근근히 생업을 이어온 것이다. 이제는 연합회가 주도적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연합회 자체가 철저한 민주적 조직운영을 통해 자립적 기반도 갖춰야 한다. 특정업종이나 특정사업 부문을 위한 특수한 이익의 해결이 아닌 소상공인업계 전반적인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밑으로부터의 조직화와 독립적 재정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소상공인 업계는 이미 각 업종별로는 수많은 단체들이 결성돼 있다. 그러나 업종별로 각기 분산돼 내는 목소리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반향을 울리기 어렵다. 하지만 연합회를 통해 결집된 한 목소리는 그 정치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연합회는 소상공인 전체 구조조정에도 나서야 한다. 소상공인 업계는 대부분 업종에서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시기가 몰리면서 50대 이상 창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묻지마식 창업으로 골목마다 우후죽순격으로 가게들이 늘고 있다. 합리적 조정의 필요성을 두고 진작부터 걱정들이 있어 왔다. 그냥 뒀다간 공멸할 우려마저 있다.

합리적 구조조정이 이뤄지려면, 서비스 및 점주의 투자 의지 면에서 경쟁력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하되, 그렇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연합회는 한정된 재원이나마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소상공인 구조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소상공인 지원기금 등이 구조조정에 쓰여질 수 있도록 일정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연합회가 제목소리를 내려면 재정적 독립이 선결과제다. 연합회의 운영비나 사업비 등을 소상공인 진흥계정에서 보조금을 받거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부 예산에 의지하다 보면 사업이나 운영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미리 정부의 눈치보기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는 홀로서기가 요원해진다.

미국의 전미자영업연맹(NFIB)가 강력한 대정부 로비를 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재정적 독립의 힘이다. NFIB는 정부기관 및 특정 단체 그리고 자본으로부터 철저히 독립하여 운영되고 있다. 또 산하 단체별로 부과되는 회비도 최고 최하 기준을 정해, 특정 집단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연합회의 위상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과는 별도로 실제 회비를 내는 회원들을 지역 단위에서 얼마나 결집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적으로 독립돼 있다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소상공인을 위한 독자적인 사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10조 12항(소상공인연합회)

① 소상공인을 회원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조합 및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라 한다)를 설립할 수 있다.

② 연합회는 법인으로 하고, 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에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

③ 연합회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사무소와 지역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곳에 지회(支會)를 둘 수 있다.

④ 연합회를 설립하려는 자는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관 및 그 밖에 필요한 서류를 중소기업청장에게 제출하여 그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

⑤ 중소기업청장은 필요한 경우 연합회의 사무에 관하여 지도·감독할 수 있다.

⑥ 중소기업청장은 제5항에 따른 지도·감독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연합회에 대하여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연합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서류 등의 제출에 협조하여야 한다.

⑦ 연합회의 설립·운영,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한다.

⑧ 연합회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10조의13(연합회의 사업) ① 연합회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