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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승인 대행업체인 밴(VAN)사 대리점을 통해 중소 가맹점주 및 고객들의 개인 정보가 대거 유출되어 불법거래마저 자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밴사의 중소카드가맹점 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국제 신용카드 보안기준을 도입하는 한편, 밴사에 위임한 고객 및 결제 정보 보관 업무를 카드사로 이관하는 등 업무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상공인연합회(공동대표 박대춘 최승재 · 가나다 순)는 지난 4일 국회도서관에서 새누리당 안덕수·이진복 국회의원, 소상공인단체 및 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상공인가맹점 개인정보 피해와 불법대부 실태 및 방안 마련’ 공청회를 열고 일부 밴사 대리점의 개인정보 불법 거래의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위임 업무 재조정해야
이날 발제를 맡은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 고객 데이터 보완기준 수립 필요성 및 방향’을 두고 “신용카드 거래가 일어나는 가맹점의 경우 POS단말기에 결제에 이용된 고객의 카드정보 및 결제정보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고객정보 유출의 위험이 높다”며 우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 선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밴사가 승인 · 매입하는 과정에서 결제에 필요한 고객정보 등이 단말기를 통해 암호화 돼 카드발급사로 전송돼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에 대한 감독이 미비하다”면서 “밴사에 위임했던 신용카드 업무의 적정성을 파악해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행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은 결제 관련 정보의 전달 및 보관 과정에서 정보보호가 취약해질 위험이 높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보안시스템 구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회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별도의 보안기구에 카드 고객정보 보안 관리 권한을 맡기되, 문제 발생시 시장 참여 제한 · 수수료 불이익·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국제 신용카드 보안기준인 ‘PCI DSS’ 도입 △밴사의 고객 및 결제정보 보관 업무 재조정 △향후 해킹기술 발달을 고려한 보안기준 보완 △철저한 직원 관리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국 카드사 무대응 질타
특히 이날 소상공인연합회는 “밴사 대리점들이 카드 고객과 가맹점 정보를 불법 매매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즉각 실태조사 및 보호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 촉구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대표는 “금융당국의 잘못된 보안시스템으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답변이 미진하다”며 “이 자리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금융당국 정보보안을 위한 대책 법안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공동대표는 “밴사에 대한 가맹점 결제정보조회를 차단하는 내용의 정보보안 감독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력 촉구하는 한편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 밴사에 대한 규제근거 및 정보보안 감독규정을 만들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대춘 소상공인연합회 공동대표도 “금융시스템의 문제로 인한 정보유출이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개인정보가 시중에 10원에 거래되는 이 상황을 규탄하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공동대표는 그동안 소상공인연합회가 신용카드 가맹점 정보 불법거래, 대형가맹점 불법 리베이트 수수행위 등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금융위원회, 여신협회 등을 찾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해 왔음을 덧붙였다.
면밀한 실태파악 필요
이와 관련 홍진동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과장은 “밴사와 밴대리점이 가맹점의 개인정보를 불법매매하는 등 소상공인 가맹점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심각하다”며 “밴대리점이 가맹점주의 주민등록증 사본 등의 개인정보를 건당 3000~4000원에 만개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고 유출 피해 실태를 지적했다.
홍 과장은 또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지조차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면밀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며 “카드사를 대신해 가맹점을 모집관리하는 밴사와 밴대리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도 “밴사는 정보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에 접근해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가 담긴 매출전표와 전자서명을 보관하고 있다”며 “밴사의 개인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매출전표 보관을 카드사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밴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운영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금융감독당국의 관리 감독도 받지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밴사는 카드사들과 복수거래를 하고 있어 정보가 유출될 경우 전 카드사 거래자의 개인정보와 가맹점주의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소상공인들 입장과 개선책
한편 소상공인연합회 자문위원인 이호연 회계사는 지난 3월 발표된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종합방지 대책과 관련, 소상공인들의 입장과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 회계사는 “최근 정부 대책은 비금융사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이라며 “특히 정부는 현행 자기식 카드결제 방식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IC카드 결제 의무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에 ‘공공 밴 사업권’을 부여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영세자영업자들에게 IC카드단말기를 신속히 설치해 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 여신금융협회 부장은 밴 시장 구조개선과 관련, 종이전표 수거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모바일 가맹신청 서비스를 통한 정보유출 차단 등 단기적 대응책으로 비용을 절감해 이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밴 수수료 정산 및 공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밴사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밖에 밴 관련 기술 표준 및 등록제 도입, 공공적인 성격의 ‘나눔 밴’ 도입 등도 소개했다. 최 부장은 특히 “밴 시장 구조개선을 위해서 여신전문금융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을 건의한다”며 “대형가맹점의 리베이트를 금지하고 위반 시 해당 가맹점 및 밴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신문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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