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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로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의 삶이 팍팍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세금부담도 가중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이 세수증대를 기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내세우며 사실상 자영업자들을 쥐어짜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 으름장에 속수무책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동수 사장(54. 가명)은 지난 1월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정부가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장사가 영 시원찮아 폐업할 고민까지 하고 있는데, 세무서에서는 있지도 않은 현금매출(현금영수증 없는 매출)을 신고하라며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김 사장은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울며겨자먹기로 월 40만원 현금매출을 추가한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 “매출 대비 식자재 구입 계산서 비율이 잘안맞거나, 나중에 수정신고하려면 더 귀찮아진다”며 주변에서는 “과거 장사가 잘 됐을 때를 감안해 적당히 매출을 조정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세금양성화한다고 카드 현금영수증 처리를 독려한 게 정부인데, 실제 영수증도 없는 현금매출을 내놓으라니 좀 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전체 세수 줄어도 소득세는 늘어
정부가 지난해 8월에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올해부터 시행되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미 지난해에 ‘세금폭탄’을 맞았다. 대기업 감세 정책과 부동산 양도세 감면으로 기업과 부동산 관련 세입은 줄었지만 자영업자 등이 내는 세금은 늘어났다.
기획재정부의 ‘2013년 세입·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체 세수입은 2012년보다 1조1000억원 줄었지만 자영업자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 등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종합소득세 수입은 목표액보다 2000억 원이 더 걷힌 10조9000억 원으로, 이는 전년보다 1조원(9.7%) 늘어난 규모다. 정부가 징수편의나 실적을 위해 자영업자들을 몰아붙인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이는 대목이다.
월급쟁이 등 개인근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도 지난해 21조9000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2조3000억원(11.7%) 늘었다.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1.6% 늘었고, 전체 근로자 월평균 임금 상승률도 4.0%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근소세 징수 증가폭도 너무 크다.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가가치세와 관세도 늘어, 부가가치세는 전년보다 3000억 원이 더 늘어난 56조원이 걷혔고, 관세수입은 7000억원 늘어난 10조6000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법인세와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기업이 낸 법인세는 43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1000억원(4.5%) 감소했다. 정부는 경기불황으로 법인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8%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 당시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법인세 감세 정책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탓이라는 지적도 많다.
양도소득세 수입도 전년보다 8000억원(10.7%)이 줄어든 6조7000억원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가구1주택자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양도세를 감면해준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기청이 지난해 말 조사한 자영업자 월평균 매출은 877만원으로 3년 전보다 113만 원이나 줄어들었다. 불황으로 폐업이 속출하면서 지난해 자영업자 수도 3만6천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정부가 자영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은 전년보다 오히려 9.7%나 늘어난 것이다.
세금공제도 축소
올해부터는 일부 업종의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공제도 축소된다.
매출 4억원 이상 대형 음식점의 경우 올해부터 재료구입비 공제 규정이 바뀐다. 공제율 7.4%는 그대로지만, 공제상한이 최대 40%까지만 인정된다. 매출 10억원에 재료 구입비가 5억원인 경우 지금은 3,700만원을 공제받지만 내년에는 760만원이 줄어든 2,960만원만 공제된다. 그동안 재료구입비를 부풀려 ‘공제’를 악용한 업주들이 일부 있었다지만, 획일적으로 공제규모를 줄이면 그 유탄에 맞아 생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생계형 고물상 업주들도 지난해까지는 폐자원 매입가의 5.6%를 공제 받아 왔는데, 올해부터는 2.9%로 축소된다. 공제축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려고 고물상들이 고물 구입가를 낮출 경우, 결국 폐자재를 모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올해도 14조7천억 더
올해도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강화해 지난해보다 세금을 14조7000억원 더 걷기로 했다. 성형외과·룸살롱·대형음식점 등 탈세 가능성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추진한다지만 자영업자 등 개인들에 대한 징수강화가 우려된다.
국세청은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작년 실적 190조2000억원보다 14조7000억원(7.7%) 더 많은 204조9000억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세목별로는 소득세가 지난해보다 6조5625억원(13.7%) 증가한 54조3821억원, 법인세는 2조1633억원(4.9%) 증가한 46조181억원이다.
이같은 목표는 통상 세수 목표치 설정 과정을 감안할 때 다소 높은 수치다. 정부 스스로 올해 경제성장율을 3.9%로, 또 물가상승률을 2%로 설정했는데, 이럴 경우 세수 증가분은 지난해보다 5.9% 정도 늘어난 11조2200억원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올해 목표치는 이보다 3조5000억원 정도 높다. 복지예산 증액 등을 충당하기 위해 다소 과도한 목표를 잡은 것인데, 국세청이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세수(세무조사·체납 징수로 거두는 세수)’의 비중을 대폭 높인다면 결국 그 불똥은 자여업자들에게 가장 먼저 닿는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성형외과, 룸살롱·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대형음식점 등 탈세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탈루 소득을 철저 환수하겠다지만,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 탈루 규모는 지난해의 경우만 해도 저소득층에 비해 93배나 많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연초 내놓은 ‘자영업자 소득 탈루율 및 탈세규모 추정’ 보고서를 보면 2012년 자영업자 가구주 소득 하위 10%의 소득세 탈루 규모는 약 10만2000원이었으나, 상위 10%의 탈루 규모는 약 943만6000원으로 추정됐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득세 탈루 규모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탈루율 또한 늘었다. 전체 소득 대비 탈루비중을 보면, 소득 상위 10%는 자신의 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44.1를 줄여 신고했고, 소득 하위 10%는 21.8을 줄여 신고했다는 얘기다.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비해 같은 돈을 들여도 훨씬 많은 액수의 탈세를 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근로장려세제(EICTC) 도입으로 소득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쉽게 탈세할 맘을 먹지 못한다는 현실이 그 배경의 하나다.
경영여건은 갈수록 악화
세금은 세금대로 목죄기를 당하면서도 자영업자들의 경영여건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이일규)이 전국 3200개 소상공인 사업체를 조사한 ‘경기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소상공인 경기 체감지수(BSI)는 88.6으로 전월 99에 비해 10.4P나 하락했다. 지난해 1월 24.3P 하락으로 65.5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매출실적(89.5 / 9.5P 하락), 영업이익실적(88.5 / 9.1P 하락), 자금실적(89.3 / 5.4P 하락, 원재료조달실적(93.2 / 3.2P하락) 등 조사 대상 전 부문에서 전월보다 떨어졌다.
업종별로도 개인서비스업(100.5)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기준치인 100 미만을 기록했다. 전월대비 지수 하락폭이 가장 큰 업종은 숙박업(72.2, 32.3↓), 음식점업(82.6, 29.5↓), 스포츠·오락관련 서비스업(87.8, 21.9↓) 등의 순이었다.
세부업종별로 살펴보면 소매업의 경우는 꽃집(64.0, 36↓)과 문구점(65.9, 29.2↓)이 가장 컸으며, 음식점업은 피자·햄버거 및 치킨점문점(71.7, 49.7↓)과 한식(82.0, 34.5↓) 업종의 체감경기가 가장 나빴다.
응답자들은 실적부진 이유로 소비수요 감소(77.6%)를 압도적으로 꼽았고, 이어 업체 간 과당경쟁(7.1%), 원재료가격 상승(1.5%)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체 경영상 애로요인은 소비자 구매력 하락(21.4%), 동종 경쟁업체 등장(17.3%), 공과금 지출 증가(10.7%) 등의 순으로 답했다.
소상공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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