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경제시평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적합업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지정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시장론자들은 적합업종 제도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고 경제성장 동력을 저하시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규제론자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침범하여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불공정한 경쟁이며,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화하면 산업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며 소비자 권익도 손상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이와 같은 찬반논쟁은 지극히 건강하고 건전하다. 객관적 사실과 타당한 통계를 가지고 누구의 주장이 맞는가를 검증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지고 적합업종 제도를 흔들거나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진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여 여론몰이에 나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적합업종 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세력들이 자주 애용하는 단골 메뉴는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이다. 국내 대기업이 나간 자리를 외국 기업이 들어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적합업종 때문에 대기업 제품의 수요가 위축되어 영세 생산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무엇보다 적합업종을 실시해도 중소기업 매출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적합업종 부정
그밖에 유통서비스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으로 권리금과 임대료가 올라가 오히려 영세상인이 피해를 본다는 것도 양념으로 추가된다.
이와 같은 주장들이 오해와 오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전파되는 것을 보면 누군가 의도를 갖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적합업종 무용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적합업종을 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에서는 ‘적합업종 특별법’이 지속적으로 입법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적합업종 제도가 법제화되어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시행될 경우 과거 고유업종 제도가 가져온 폐해가 재발할 것이며, 더 나아가 국제통상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
적합업종 제도는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재 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이해관계자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는 것은 아름다운 관행이다.
하지만 조급증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는 이런 중도적인 제도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현행 적합업종 제도에서는 당연히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절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강경파들이 나서서 목소리 높이게 되면서 ‘무력화’와 ‘법제화’라는 극단적 주장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조급증 사로잡혀 극단적 요구 말아야
적합업종이 시행된 지 3년도 안되는 시점에 성과가 없다고 단정하거나 성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다. 적합업종을 시행한다고 중소기업이 당장 살아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적합업종은 소극적 보호조치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은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구노력을 도와줘야 한다.
적합업종 제도는 언제가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조금만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려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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