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경제시평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가 자영업으로 몰려든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자영업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자영업자수는 9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은퇴자들은 여전히 의욕적으로 창업을 하고 있는데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는 곳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불안한 노후를 면해보고자 시작한 자영업이 은퇴자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흔히들 자영업 문제를 얘기할 때 공급과잉을 주범으로 지목하곤 한다.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은 16%인데 우리는 27%로 과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의 공급과잉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03년에는 이 비율이 35%였는데 10년 만에 27%로 줄었다. 지난 5년여 자영업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은 공급과잉 외에 더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5년간 고환율정책으로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가계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그 대가로 수출대기업의 이익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전형적인 내수업종인 자영업은 양극화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었다.
지난 5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 경기동향 조사’도 그런 사실을 말해준다.
고환율정책으로 내수 경제 피폐
전국 3200개의 소상공인사업체에 경기가 나빠진 원인을 물었더니 “소비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대답이 78%였다. 소득이 감소한 가계가 소비를 줄인 것이 자영업 침체 원인이라는 대답이었다. “업체간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대답은 7%에 불과했다.
자영업을 궁지로 몰아넣은 또 다른 문제는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이 자영업에 뛰어든 것이다. 붕어가 노는 저수지에 상어를 풀어놓았으니 붕어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의 의무휴업일인 1월 26일 전통시장과 동네수퍼의 매출을 조사했더니 평소보다 매출이 12.9% 증가했다. 대형자본을 규제하자 영세가게의 장사가 살아난 것이다.
정부도 죽어가는 내수를 살리겠다며 대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3대 경제과제 중 하나로 ‘내수 활성화’를 발표했다.
내수를 살리는 방안으로는 규제 철폐를 내세웠다. 규제를 없애면 돈 많은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내수부문에 투자를 늘릴 거라는 설명이었다.
규제 때문에 내수가 침체된 것이 아닌데도 규제를 철폐하면 자영업자는 더 힘들어질 거라는 우려를 지난 1월 20일 경제시평에서 밝혔었다.
풀어야 할 규제, 풀어선 안되는 규제
이런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3월 5일자 ‘내일신문’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을 2014년 이후로 연기하더니 올해 들어서도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 때문이라는 중소상인의 불만을 기사로 실었다.
3월 13일자 ‘한겨레신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유통분야 거래 공정화 추진 정책’을 ‘대통령의 규제완화 주문’에 역행한다는 반발에 밀려 사실상 포기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사생결단하고 규제를 철폐”하면 그것이 자영업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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