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0일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열린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 촉구' 기자간담회 모습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지난 2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식자재 도매업과 문구 소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김제남 의원, 인태연 유통상인연합회장, 방기홍 문구점살리기연합회장, 봉주헌 (사)자원재활용연대 중앙회 의장, 김대형 남양유업 대리점 협의회 대외협력실장, 이희영 한국지엠전국대리점연합회 네트워크팀장 등을 비롯해 전국을살리기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의 시민단체가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농성은 지난해 8월(문구 소매업), 9월(식자재 도매업)에 각각 적합업종 신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동반성장위를 성토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 양 단체의 설명이다.

이날 인태연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8월과 9월 각각 협동조합을 통해 학용문구와 식자재를 포함한 도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우선적으로 신청하고 지속적으로 선정을 촉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일손부족과 도매업 지정의 문제를 내세워 조정협의체를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도매업 적합업종에 대해 논의와 심의만 거듭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는 시간끌기식의 뒷짐행정을 사죄하고 즉각적으로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지정을 논의하거나, 아니면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회에 빨리 회부해야 할 것”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아니라 고칠 외양간마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중소상공인들이 서 있음을 동반성장위원회는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제남 의원도 이날 농성장을 찾아 “오늘의 철야농성투쟁 취지와 관련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준비중에 있다”며 “소상공인들의 사업영역을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로 하여금, 이들의 영역을 조속한 시일 내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동반위에 촉구하겠다”라며 농성에 돌입한 양 단체에 힘을 실었다.

특히 양 단체는 “이번 철야농성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열게 된 것은 소상공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설 의무가 있는 중기중앙회로 하여금,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그 결과, 농성 이틀째에는 동반위 사무총장이 현장을 직접 찾아, 문구 소매업과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라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도 업종별 도매업 적합지정을 위해 개별적으로 활동해왔던 계란, 산업용재, 베어링 등의 단체들과 농성에 돌입했던 양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긴급 간담회를 지난 2월 28일 개최하는 등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 발빠른 행보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인태연 회장과 유재근 한국산업용재협회장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중소상인도소매적합업종추진협의회’가 구성되는 결과까지 도출해냄으로써, 이번 농성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협의회 구성이 유통상인연합회에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유통상인연합회는 그동안 제도권 밖 임의단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책수혜 대상에서 차별을 받아왔으며, 지난 9월에는 동반위의 테스크포스팀 구성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으로 참여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 협의회 발족을 계기로,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제도권 단체들은 이제 유통상인연합회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이참에 유통상인연합회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4년 동안 사단법인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는 중소기업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동반위는 테스크포스 구성 이후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야 도매업 실태조사를 이유로 연구용역을 외부에 준 것으로 확인됐으며, 결과는 6월말에 나올 전망이다.

- 팩트TV '인태연의 얼짱시대' 22회 방송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는

인태연 회장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왼쪽)

이마트의 이트레이더스, 롯데 빅마켓 등 창고형 할인매장에다, 최근엔 상품공급점까지 우후죽순 들어선 탓에, 식자재 도매업자들은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식자재 도매업의 현실이 벼랑 끝 위기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반성장위원회를 포함한 관련 부처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힘없는 우리라도 거리투쟁에 나서야죠.

지금 당장이라도 폐업 위기에 처한 도매업자들이 전국에 걸쳐 산재해 있다면, 이해가 쉽게 되나요. 일부 도매업자들은 생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슈퍼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식자재의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신념입니다.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을 포함해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동반위 앞에서 농성도 하고 기자회견도 해보았지만, 귀와 눈을 닫은 동반위의 고압적인 자세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동안 소상공인 대변 단체로 자임해온 중소기업중앙회에 간접적으로 어필을 하면, 좀 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중기중앙회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농성 다음 날인 21일에는 동반위 사무처장이 직접 농성현장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문구 소매업뿐 아니라 식자재를 포함한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겠으니, 농성을 그만 풀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후 중앙회에서도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2월 28일 중앙회에서 6개 업종별 단체들이 참가하는 긴급 간담회가 열렸고, 또 그 자리에서 ‘중소상인도소매적합업종추진협의회’까지 구성되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공동대표로서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참여 단체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나갈 것입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