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서울시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박 시장이 후보시절 정책협약식을 통해 지하도상가 상인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을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은 생존권보호 차원에서 박 시장의 공약 이행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어서, 그동안 소상공인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온 박 시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로선 상인들의 목소리를 잠재울만한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불법 재임대(전대)를 뿌리뽑겠다”는 원칙론과, “상인들의 그러한 요구에는 속셈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흘러나오고 있어, 상인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박 시장의 공약이행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서울시의 한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는 입장을 밝혀 서울시와 상인 간 마찰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 시장 어떤 약속 했나
박원순 시장은 후보시절과 재임시절 두 차례에 걸쳐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생존권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소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정책협약식’에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위한 정책을 분명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회장 정인대)의 설명이다.
이날 지하도상가 상인 대표로 참석한 정인대 회장에 따르면, ▲전임 (오세훈) 시장과 달리 지하도상가의 중소상인들과의 대화와 소통 확대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시설 개보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상인들로 구성된 조합이나 법인에게 지하도 상가의 관리, 운영권을 위탁하는 방향으로 서울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 추진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에 대해 당사자와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풀뿌리 경제와 자영업자 살리기 특별위원회’ 설치 추진 ▲효율적인 행정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중소상인 및 자영업 관계부서를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불합리한 담당부서를 합리적으로 조정 등에 대해 박 시장이 약속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은 “박 시장의 재임시절인 지난 2012년 1월 10일 본 연합회와 서울시 및 서울시설공단 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에서도, 정책협약식에서의 약속이행을 재차 촉구했다”며 “특히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7가지 민원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 당시 연합회가 제기한 민원은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 업무부서의 조정 요청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개정 요청 ▲KT와 민사소송에 있어서 서울시의 협조 요청 ▲서울메트로 산하 강남터미널 지하철상가 문제 해결 요청 ▲종각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억울함 호소 ▲도시철도공사 산하 반포지하상가 상인 구제 요청 ▲서울시설공단 직영 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 리모델링 문제점 지적 등이다.
하지만 “정책협약식에서 나온 공약은 물론, 7가지 민원 중 지금까지 처리된 것은 단 한 것도 없었다”는 게 정 회장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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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대 회장은 박 시장을포함해 서울시설공단 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2012년 1월 10일의 간담회에서도 정책협약식 당시의 약속이행을 재차 촉구했다
7가지 민원은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 업무부서의 조정 요청=박 시장이 정책협약식에서도 약속한 부분이지만,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개보수 및 임대 등 지하도상가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도시안전실 소속 보도환경개선과는 소상공인 보호와는 거리가 먼 부서”라며 “지하도상가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에관한특별법’에 근거한 상점가이기에, 서울시 경제진흥실 산하 소상공인 관련 부서에서 지하도상가를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보도환경개선과에서 관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개정 요청=이 내용 역시 정책협약식에서 약속된 부분이지만, 연합회와 서울시 간 입장차가 커 지금까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지하도상가의 관리 및 운영권을 민간에 위탁했지만, 그에 따른 문제가 많이 발생되고 있다”며 “안전행정부에서도 지하도상가 운영권의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불법적인 재임대(전대)를 통해 부를 쌓은 상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강조했지만, 실태 파악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현행법상 개인의 사유재산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일부 상인들의 문제를 갖고서 전체 상인들까지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그럼 박 시장이 후보시절 약속한 것은 이 문제를 몰라서 그렇게 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KT와 민사소송에 있어서 서울시의 협조 요청=KT가 화재예방관제시스템 사용료를 요구하자 연합회는 민사소송과 함께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KT와 2심까지 가는 재판에서 일부 승소했고, 그 결과 서울시내 2000여개 점포에서 5년 동안 사용한 관제시스템 사용료 12억 원을 지불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산하 강남터미널 지하철상가 문제 해결 요청=서울메트로의 임직원이 개입된 불법전대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며, 그로 인해 상인들 역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0년 7월에는 서울메트로의 일부 직원이 임대매장 입찰정보 제공 등 편의제공 대가로 금품을 받아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으며, 지난 11월에는 서울시의 자체감사를 통해서도 서울메트로의 불법전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불법전대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인들은 계약해지의 위기에 놓였다고 상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직영 강남고속터미널 지하도상가 리모델링 문제점 지적=최근 서울시설공단은 대부료 납부거부와 장기체납, 불법전대 등의 이유로 민간수탁법인인 (주)강남터미널쇼핑몰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직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에 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 측은 부당한 처분이라며 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상인들이 472억 원의 공사비를 자진해서 내고 2년의 공사기간을 거쳐서 지난해 6월에 새롭게 오픈을 했는데, 서울시는 대부료 9% 인상에 항의하는 관리법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했다”며 “허물어가는 집을 임차한 세입자가 자비를 들여 새단장을 끝내니깐, 임차인을 내치고 그 자리를 꿰찬 꼴”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연합회는 지난 6월 25일과 7월 4일 두 차례에 걸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강제집행으로 거리로 내몰린 반포지하상가 상인 구제 요청이나, 종각지하상가를 관리하는 민간관리법인이 제소한 명도소송 1, 2심에서 모두 패소해 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상인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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