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는 왜 이렇게 소상공인 법정단체 설립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일까. 일단 중앙회는 가장 크게 중앙회 외형이 급격히 작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 동안 중앙회는 300만 중소기업인의 대변 단체임을 자부해 왔다.

그런데 그 중 소상공인들이 270만개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법정단체가 설립되면 중앙회는 제조업 중심의 30만 중소기업의 대변단체로 전락하게 된다.

법정단체 최대한 늦춰라

이에 따라 중앙회의 노림수는 몇 가지로 대별된다. 가장 먼저는 일단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를 계속 늦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회의 시도는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지난 2월부터 작심을 하고 법정단체 추진 지도부 흔들기에 나섰다. 그로 인해 소상공인 단체들은 일시적으로 지도부 공백상태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5월부터는 중앙회 입김을 강하게 받는 소상공인 단체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단체들은 또 다시 분열의 길에 들어섰다. 이 것은 결정적으로 최근 중기청의 양 단체에 대한 법정단체 신청서 반려 결정으로 귀결됐다.

이같은 소상공인 단체들의 분열 전략은 소상공인 법정단체 지연에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이미 확인됐다. 단체들이 분열돼 있는 한 어느쪽도 손을 들어줄수 없다는 게 중기청의 확고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회는 계속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단체 분열 전략

중앙회는 최소한 올 말까지는 법정단체 인가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내년부터 출범하게 될 소상공인진흥공단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더 빨리 출범하게 되면 소상공인 법정단체가 출범해도 외형이 왜소해진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진흥공단 쪽에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소상공인 법정단체를 규정한 관련법 개정안 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몇몇 의원들은 법 개정 이후에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중앙회는 이같은 의원들의 주장에 내심 동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중앙회가 자기 쪽 계열의 소상공인 단체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중에 이뤄지게 될 수 있는 단체간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이쪽의 세가 커져야 최대한의 지분과 지도부 입성이 가능하다.

최승재, 뭘 원하나

이 와중에서 창립준비위 최승재 위원장 측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 위원장의 뿌리는 원래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이하 전국연합회)였다.

그리고 그가 처음에 내세웠던 기치도 “김경배 회장의 퇴진과 빠른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였다. 그러한 그가 김경배 회장이 물러났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되려 중앙회의 반 소상공인적인 행태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그의 행보에 대해 중앙회의 들러리일 뿐이라는 혹평도 제기된다.

이 상태에서 그가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과연 소상공인 단체의 빠른 출범을 원했다면, 현재의 행보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명분 찾나

한편 그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창립추진위 측에 포함돼 있는 한두 곳의 향락업 관련 단체를 문제삼고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중기청마저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법적으로 이들의 참여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단 지도부에 이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단체들의 지도부 입성을 근원적으로 막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따라서 최 위원장이 이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는 평이다. 한편으론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 측이 이제 퇴진이 확실한 ‘김경배 회장의 퇴진’이라는 명분 대신, 또 다른 명분을 찾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한 단체장은 “잘못하면 이제 최 위원장의 퇴진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음을 최위원장이 냉정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단체, 어떻게 대응을

통합만이 살길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추진위측, 전략적 실수

지금까지 소상공인 법정단체 창립총회를 여러번 거쳤다. 그러면서 확인된 게 있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갈라서 있게 되면 법정단체 인가는 꿈에도 안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은 인가가 되고 어느 쪽은 인가가 나지 않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극심한 후유증 때문이다.

그래서 “소상공인 단체들은 끝까지 통합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중기청이 공식적으로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 신청을 해 온 두 단체에 반려 결정을 내렸다. 그리하여 양 단체들은 또 다시 총회를 해야만 하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대부분의 뜻있는 소상공인 단체들은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쪼개져 있는 A단체로 가야 하나, B단체로 가야 하나, 아니면 통합에 주력하여 통합된 단체로 가야 하나.

이러한 고민의 해소 방안으로 A와 B 단체가 적극 통합에 나서길 바라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창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대춘) 측이 먼저 따로 총회일정(16일)을 잡은 게 일반에 알려졌다. 박대춘 위원장 측은 지난 달 24일 구두로, 그리고 25일 메일로 중기청으로부터 반려 입장을 통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27일 총회 일정 공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위원장 측은 “소상공인업계는 하루 빨리 법정단체 설립을 원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조속히 총회 소집 공고를 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박 위원장 측은 “대신 A,B 단체 어디에 소속돼 있든, 모든 단체에 안내 공문을 발송해 문호를 개방했으며 지도부도 새로이 구성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2주 정도의 터울이 있는 만큼 상대측과 최대한 논의를 해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뜻있는 단체들이 탄식을 터뜨렸다. 한두 주 늦추어지는 한이 있어도 잔치날(총회일)을 잡는데 최대한 A,B 단체간 논의가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최 위원장 측도 통합에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위원장 측의 전략적 실수로 한두 주가 아닌 한두 달 이상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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