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앙회)가 급기야 소상공인 단체들의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중앙회 앞에서는 40여개 소상공인 단체 회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까지도 내리는 속에서 진행된 이 날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심지어 ‘중소기업중앙회 해체’라는 거친 구호까지 쏟아냈다. 전경련 앞에서도 하지 않는 집회를 어떻게 해서 소상공인 단체들이 중앙회 앞에서 하게 됐을까.

지난 9월 추석 연휴 직후 중앙회 관계자가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때마침 그 직후 중기청을 방문한 소상공인 단체들에 의해 확인됐다. 이날 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청 관계자에게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와 관련해 ‘법에 따른 엄정한 처리’를 주문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이 발언이 이후 큰 파문을 낳았다.

중앙회 구미에 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압력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골머리’

당시에 중기청은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었다. 두 개의 단체가 법정단체 인가를 신청해왔기 때문이었다. 그 중 한 개의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창립 추진위원회(공동대표 박대춘, 김진용, 연대성, 이하 창립추진위)로 38곳의 소상공인 단체들이 소속돼 있는 단체였다. 이 단체는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와 직능단체연합회 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단체였다.

또 다른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창립 준비위원회(위원장 최승재, 이하 창립준비위)였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해 왔던 최승재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이 단체에는 26곳의 소상공인 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이 단체의 뿌리는 5월 14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추진한 소상공인연합회 정상화 추진협의회(간사 최승재, 이하 정상화 추진협)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상화 추진협은 ‘김경배 회장(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퇴진’, ‘법정단체의 빠른 인가’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이후 이 단체는 7월 17일 정식으로 총회를 열고 창립준비위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단체의 급속한 약진의 이면에는 언제나 중앙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상화 추진협에 이름을 올린 50개의 단체 중 32개가 중앙회 계열의 단체들이었다.

그 중 전국 16곳의 소상공인 포럼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 단체는 중앙회가 지난 해 전국을 돌며 집중적으로 만든 단체들이다.

급조된 소상공인 단체

이후 정상화 추진협은 5월 28일 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그 직후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최승재)를 발족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다수의 단체장들은 영문도 모르고 창립준비위의 발족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간담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참여했다는 것이다.

급조된 이 단체는 이 후 중앙회 본관 7층에 둥지를 틀게 된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말이 많았다. 심지어 중기청마저도 ‘중앙회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중앙회는 원한다면 양측 모두에게 사무실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회는 이후에도 계속 편파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6월 4일 중앙회 관계자가 창립추진위 소속 단체장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창립준비위 쪽에 합류하여 같이 소상공인법정단체를 만들면 어떤가”하는 제안을 하고 돌아갔다. 노골적으로 창립준비위 가입을 운운한 것이다. 이 사실은 양측이 공동으로 만든 대화록을 통해 밝혀졌다.

중앙회가 소상공인 법정단체 설립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이외에도 많다. 7월 17일 창립총회 후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소상공인 단체들에 대해 중앙회가 직접 나서서 서류제출을 종용한 소문도 이미 자자하게 퍼져있는 상태다.

특별취재팀 sbnews777@naver.com

중소기업중앙회의 표적감사 실제

특정단체 탈퇴 종용

결정적으로 소상공인 단체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중앙회의 무기가 있다. 바로 상급단체로서 갖고 있는 중앙회의 감사권이다. 원래 상급단체의 감사는 지도 감사라는 관점에서 이뤄진다.

처벌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혹여 잘못을 범했을 경우 계도하겠다는 의미로 이뤄진다. 하지만 현재 중앙회의 감사는 자신들에게 밉보이는 단체에 대해 확실히 본을 보이겠다는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단체들이 그렇다.

-A 단체는 최근 정기 감사 차원의 감사를 받았다. 예년 같으면 가볍게 넘어갈 일들이 이번에는 매우 엄정하고 꼼꼼하게 이뤄졌다. 그 과정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단체 관계자는 답변을 정중히 사양했다. 그리고 기사화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 동안 이 단체는 중앙회와 반대편에 있는 법정단체 추진측 소속이었다. 그리하여 그 단체로부터의 탈퇴를 강하게 주문받았다는 후문이다.

-B 단체 또한 최근 정기감사를 받았는데, 이사장 결격 사유가 지적됐다. 그리하여 총회를 다시 해서 이를 보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단체 이사장은 “수십년간 감사를 받아왔어도, 동일한 문제가 지적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라며, “이번에야 중앙회가 이 문제를 꼬집은 것은 법정단체 창립에 적극 참여해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C 단체는 투서가 들어왔다며 감사를 시작한 경우인데, 중앙회는 그 이외의 문제까지 감사를 벌이려 했다. 관련 단체 이사장은 이를 거부하고, 문제가 된 해당 사안만 감사를 받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넘어갔다.

-D 단체장은 중앙회로부터 감사를 받은 후 단체장직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또한 이례적으로 중앙회로부터 강도 높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중앙회의 위압적이고 노골적인 개입은 소상공인 단체들에게 당장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지난 16일 열린 창립추진위의 법정단체 창립 대회에 중앙회에 소속된 단체들이 하나도 참석하지 않는 것이 그 예다. 이로 인해 중앙회는 앞으로 경제단체가 아닌 사정기관으로 정체를 바꿔야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같은 전 과정에 대해 중앙회의 입장을 듣고자 기자는 중앙회 소상공인 지원단 이운형 단장을 찾았다. 하지만 앉아보지도 못하고 직원으로부터 이끌리듯 나와야 했다. 중앙회는 기자에 대해서도 매우 강압적이고 폐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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