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CEO들과 중소유통업 단체 대표자들이 홍석우 전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이후 유통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수퍼마켓을 비롯한 중소 유통업계가 급변할 조짐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상품공급점을 놓고 대형 유통업계와 중소유통업계는 날선 공방을 벌여 왔다. 그러다 최근 양측은 급속하게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공급점 자제

그 동안 ‘변종 SSM’으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았던 상품공급점이 앞으로는 대형유통업체의 상호나 로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형유통업체 및 중소유통업체간 민간협의체인 유통산업연합회는 지난 10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상품공급점들이 간판이나 각종 전단 및 부속물에 대기업의 상호나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상품공급점들은 명칭도 ‘상품취급점’으로 바꿔하며, 점포 입구에 '○○상품취급점'이라고 명시된 지름 50㎝ 이하의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또, 대기업의 상호와 로고가 들어간 기존의 간판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철거해야 하며, 대기업 상호가 들어간 전단지 배포, 유니폼 착용, 상품권·포인트 공유 등이 금지된다.

한마디로 대기업과 상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대기업의 상호를 사용해 점포를 홍보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다.

‘미봉책이다’라는 비판

이날 합의는 최근 국회에서 '상품공급점도 영업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처음으로 도출한 합의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유통업계 일부에선 이번 합의로 상품공급점의 확산 추세에 일단 제동이 걸릴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대형유통업체의 '브랜드 파워'를 제거한다 하더라도, 동네 슈퍼들로서는 어차피 대형 유통업체를 등에 업은 상품공급점과의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상품공급점에 대해서도 휴업일 및 휴업시간 규제, 상권영향평가 등 기존 SSM처럼 법적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수퍼도 가격경쟁력 생겨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접점이 형성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유통업계간 상생차원에서 제기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개별적인 업체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것은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대신 이 물품들을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나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과 같은 단체들을 통해 공급하도록 하자는 안이다. 이를 통해 이같은 물품 공급을 원하는 일반 모든 수퍼들에게 대형유통업체 물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과 거래를 트고 있는 상품공급점의 물품 가격은 대기업들이 자사 SSM에 공급하는 물품 가격과 똑 같다. 따라서 이렇게 될 경우 골목의 수퍼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부작용 대책 마련 필수

단 부작용도 제기된다. 이렇게 다수의 수퍼들에 대기업 물품들이 수퍼관련 단체들을 통해 유통되게 될 경우, 지금까지 그 수퍼들에 대해 물품을 공급해온 중소 규모 도매업체들 및 제조업체 대리점들의 생존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직 공론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통산산업자원부 담당자도 이에 대해서는 “중소 도매 유통업체들도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한국체인사업조합 권영길 이사장도 “대형 유통업체와 그 같은 합의에 이른다 해도 실제 시행 및 정착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그 사이 중소 도매업체들 또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업계 또한 최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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