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서울 공릉역 인근에 ‘올스타마트’ 공릉점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 송파구 문정동에 첫 매장을 연 올스타마트는 강남에만 신림점, 방이점, 석촌점, 문정점 등 5개 매장을 낸 데 이어 이날 강북 첫 매장인 공릉점을 오픈한 것이다. 공릉점은 매장 면적만도 660㎡로, 인근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222㎡)보다 3배나 넓은 규모에 상품도 없는 것 없이 다 갖춰져 대형마트를 방불케 했다.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식품, 생활용품까지 구색도 다양한 데다 값도 쌌다. 가공식품은 50%, 아이스크림은 80%나 싸게 팔았고, 쌀이나 돼지고기 같은 신선식품도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보다 20~30% 저렴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
불똥은 인근 동네슈퍼나 편의점으로 튀었다. 매출이 올스타마트 입점 전에 비해 30~40%씩 떨어졌다. 중형마트는 본사 차원에서 유통을 관리할 뿐 아니라, 사실상 대형마트의 축소판이어서 이대로라면 동네슈퍼는 물론 편의점도 모두 문을 닫을 판이다.
공릉점은 전통시장인 공릉시장에서 반경 500m 안. 따라서 대형마트나 SSM은 신규출점을 못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올스타마트 같은 중형마트는 대기업 자본이 아니라 출점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기업 자본이 아닐 뿐,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것은 똑같은데도 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영업 중인 중형마트는 서울의 올스타마트 뿐만 아니다. 부산·경남 지역에는 일본계 SSM 트라박스와 트라이얼코리아가 성업 중이고, 광주의 경우 영암마트 55곳, 텃밭 32곳, SM마트 13곳, 한두레마트 12곳 등 117곳(지난해 12월 기준)이 성업 중이다.
지난 4월 광주의 한 동네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던 조 모씨(52)가 중형마트에 밀려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자진 폐업신고를 한 뒤 고향 나주를 찾아 저수지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씨는 영암마트가 들어선 이후 하루 매출이 하한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0만 원 안팎에 그쳐 처지를 비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형마트의 자본력과 품목 구성이 대형마트 못지 않은데도 이런 마트를 골목상권에 허용해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유통법 취지가 중형마트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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