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싸고 좋은 집 같이 지어요”

2013 소상공인 “이제 협업이다”
주택협동조합

대한민국은 여전히 집이 문제다. 집값이 떨어지면 건설경기 하락이나 가계부채 부담 증대 등에 따르는 경제적 여파가 만만치 않고, 집값이 올라가도 국민들의 주거안정 문제가 심각해진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단순히 주거공간으로만 보지 않는 데서 문제가 더 악화된다. 집은 사회적 신분의 지표일뿐더러 나아가 투자 또는 투기를 통한 재산증식 수단도 된다. 다른 나라라고 그렇지 않을까마는 유독 우리네는 집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살 집은 협동조합을 통해 마련한다는 게 아직 우리 풍토에서는 생소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이미 주택협동조합이 활발히 진척되고 있다.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이나 민들레주택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은 지난 6월 창립한 국내 첫 주택소비자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정신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하우징쿱도 이윤 극대화가 아닌 질 좋은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도 중저소득층에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집을 말이다. 조합 설립은 건축 전문가를 비롯한 50여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했지만 연내 조합원 500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조합원 10만명에 1000억원 출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조합 가입비는 조합 운영 경비로 쓰고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은 토지 구입비나 주택 건설비, 조합원 대출금으로 쓴다.
하우징쿱은 ‘전세금 정도의 돈으로 질 좋은 내 집을 마련’하는 첫 시범사업으로 공공토지를 장기 임대해 조합 주택을 짓기로 추진 중이다. 서울 은평구에 공공토지를 40년 동안 연이율 1%로 빌리고 조합원은 주택 건설비만 부담한다.

이에 앞서 5월 은평구에서는 건설협동조합인 두하건설협동조합이 문을 열었다. 하우징쿱이 소비자 조합임에 비해 두하 조합은 건설 조합이다. 5명의 건설 기능인들이 참여한 이 조합은 우선 당장은 단독ㆍ다가구 등 소규모 일반주택을 짓는 데 집중하고, 향후 힘이 모이면 주택건설협동조합단지 건립에서부터 전문건설ㆍ고급주택 건설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주택협동조합 추진 배경에는 지자체의 노력도 함께 한다. 은평구는 지금가지 해오던 전면철거식 도시개발 방법을 지양하고, 주택의 보존ㆍ정비ㆍ개량 방식으로 주민의 정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두꺼비 하우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건물을 완전히 걷어내고 개발을 추진하는 ‘전면철거식 도시개발’ 방법은 주민의 정주권을 위협하고, 주민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고, 대형 건설사 중심의 개발 사업으로 지역의 건설소상공인들이 끼여들 틈마저 없애는 폐단이 있었다.
이에 반해 두꺼비하우징은 단순히 집만 고치는 물리적 재생 뿐 아니라 주민 간 커뮤니티 회복을 통한 마을만들기로서의 사회적재생, 지역자원 발굴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재생을 모두 포함하는 개발 방식이라는 게 은평구의 설명이다.

은평구는 협동조합을 통한 소비자 중심 지역공동체 미래주택 건설을 위해 협동조합 사무실 임차, 교육운영을 통한 전문기능인 양성, 조합원 고용을 통한 사업지원, 설립신고 등 행정절차도 지원한다. 또 건설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에 이어 발기인 모집을 통해 (사업자)소상공인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등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의 도시 이탈리아 볼로냐에도 주택협동조합들이 여러 개 있다. 콥안살로니(Coop Ansaloni)도 그 중 하나다. 조합은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집을 지어, 노동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판다. 역시 좋은 품질의 집을 거품없는 저렴한 값에.

콥안살로니는 1948년에 설립되어 그동안 약 7,000 채의 집을 지었다. 50여 명으로 시작한 조합은 이제 조합원 1만 명을 훌쩍 넘겼다. 출자금 175유로만 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집을 구입할 때 돈이 모자라면 10년 동안 임대한 후 살 수도 있다. 그동안에 낸 임대료는 집값에서 제해준다. 그만큼 싸다. 주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있다. 볼로냐에는 콥안살로니 외에도 많은 주택협동조합이 있다. 조합 사업형태는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형태와 임대를 위주로 하는 형태, 둘로 대별된다.
암튼 이들은 볼로냐 시민들의 주거복지 증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1980년대만 해도 볼로냐 시 주택보급율은 40%에 불과했다. 지금은 85%. 그 중심에 주택협동조합이 있었던 것이다. 집도 잘 짓고 사후관리도 믿을 수 있어 조합주택이 여전히 큰 인기다.

지난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재정비사업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대안적 모델 검토-협동조합주택을 중심으로(변창흠·김란수)’라는 자료는 해외 선진국 주택협동조합들에 대한 설명이 일목요연하다.(표 참조)
영국의 코인 스트리트 주택협동조합(CSS: Coin Street Secondary Housing Co-operative)은 장기임대주택조합이다. 런던시로부터 불하받은 국공유지에 임대주택과 공원 등의 공공시설, 그리고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익시설 및 복지시설을 개발 운영해 수익을 내는 영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기업이다. 창출한 수익은 다시 지역 사회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재투자함으로써 끊임없는 사회적 가치를 재생산해낸다. 조합원은 주택을 소유할 수 없으며, 다만 임대료를 지불하고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토지의 소유권은 코인 스트리트 마을만들기 사업체가 가지고 있다.

또 영국에는 웰턴엘긴공동체 주택조합(WECH,Walterton & Elgin Community Homes)도 있다. 런던 서부 패딩턴의 WECH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공공주택을 지방정부로부터 인수하여 주택협회(Housing Association)를 설립하여 임대 ·운영하는 형태로, 최초의 사례이다.
거주자 모두 공동토지의 소유권을 가지며, 공용공간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공동관리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처럼 주택협동조합은 주택과 토지를 직접 소유하거나, 토지를 공동소유 또는 임대하기도 하며, 건물도 직접 소유하거나 임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서 공공부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공공사업은 물리적 환경개선이나 주택의 공급에만 치중해왔다. ‘달동네’를 당장 재개발하고, 모자라는 주택물량도 대거 확보해야 하는 일이 당장 급선무일 경우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물량공급보다는 주거불안정 해소나 공동체 회복이 더욱 절실한 현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시정개발연구원 자료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주택정책의 주체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던 비영리단체들이 주택정책의 집행자이자 관리자로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중략)지금까지 주택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신규 개발이나 대규모 단지 개발, 전면 철거형 재개발방식이 주로 채택되었다면 이제는 생활권 단위별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계획하고 개발하며 관리하는 개발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주택협동조합이 있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주택협동조합 사례(변창흠 김란수 자료에서)

	코인스트리트	왈트엘킨 공동체	무리 주택건설	웨스트우드 타운스 소유자조합
종류	토지임차 조합	소유 조합	자가건축 조합	임대관리 조합
조합원 자격	도시 저소득근로자	거주자	50유로 출자금 낸 조합원	집을 구입하는 단지 거주자
소유권	토지 건물은 조합 소유, 거주자는 임대	토지 건물 조합 소유	자가 소유 또는 임대	토지 거주자 공동 소유
임대 기간	125년	-	10년	-
임대료	시장가의 20% 수준, 조합이 결정	시장가 이하	시장임대료 60% 수준	연 600달러, 다음해는 분기당 205달러
제원	주택기금	무상 이관	-	-
관리운영주체	주택조합	협동조합	협동조합	전문관리회사
규모	4개동 223가구	902가구, 임대는 500가구	건설주택 12,000 / 조합원 23,000명	타운하우스 5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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