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 박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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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 민생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그 중에서도 먼저 눈길이 가는 건 이른바 ‘착한 규제 폐지 논란’ 등으로 도마에 오른 규제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향점과 방향성 확인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잘 구분돼야 한다”면서 “안전이나 소비자 보호, 공정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좋은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규제균형 원칙을 확고히 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규제개혁의 강풍 속에 정부 각 부처가 앞다퉈 규제 완화 경쟁에 나서면서 착한 규제의 빗장마저 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에 더욱 유의미하다.
‘착한 규제 폐지 논란’의 정점에는 전국 지자체 조례 2,134건에 대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차별’로 규정하고 폐지 대상에 올린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지난 3월 공정위는 전국 16개 광역도시에 보낸 ‘경쟁제한적인 조례·법규 개선을 위한 업무설명회’개최 협조 공문을 통해 규제 완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문제는 지역 골목상권을 지키는 착한 규제까지도 상당수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규제개혁 시류에 편승한 대기업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우리 소상공인들이 전통시장·골목상권지키기대책협의회를 발족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히 항의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착한규제는 규제개혁의 대상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실적 위주의 규제개혁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어 걱정이다.
기실 선진국에서는
제한 및 동네상권 진출에 대한 규제는 보편적인 제도다. 야간 영업이나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는 독일의 ‘상점폐점법’, 영국의 ‘일요일 거래법’이 그렇고 주거지역 등 일정한 용도지역에 대하여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독일의 ‘10%가이드라인 규제’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자유시장경제의 상징이라는 미국 뉴저지 버겐카운티에서 조차 ‘블루법(Blue Laws)’을 통해 일요일 영업을 전면 규제하고 있다.
해당 법들은 자유시장원리에 위배된다거나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 논리에 부딪쳐 여러 차례 폐지 위기를 겪어 왔지만 ‘지역 생태계는 보호하는 것이 옳다’는 사회적 분위기 덕에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아무런 준비나 대책도 없이 1996년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결과 대형유통업체들은 크게 성장한 반면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은 도태했다.
이러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하여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진출·확장을 제한한 것이 3년,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것은 이제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이다. 해당 규제의 성과나 부작용을 논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규제개혁의 시류에 편승한 대기업들의 치졸한 떼쓰기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겨우 마련된 착한규제마저 폐지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조령모개’식 정책에 다름 아니다.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3항에 정확히 명시된 내용이다. 헌법대로라면 분명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해야할 의무가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제들 역시 이러한 헌법 조항에 기초하여 도입된 것 아닌가.
이처럼 소중한 규제를 혁파의 대상으로 삼는 규제 개혁은 경제적 약자의 밥그룻을 빼앗아 대기업에 퍼주겠다는 속셈이자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규제개혁의 성패는 “소상공인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균형원칙을 중앙 부처와 지자체들이 얼마나 충실히 실현해 내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규제 개혁의 정확한 목표와 기준 없이는 자칫 쇠뿔을 바르게 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밖에 없고 서민·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 없이는 규제개혁을 통해 이루겠다고 공언한 그 ‘창조경제’도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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