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플대학협동조합
젊은이들 사이에서 길거리 간식꺼리 1호로 떠오른 제품이 있다. 바로 와플이다. 최근에는 와플샵, 모찌와플, 와플반트, 와플마스트터, 와플루쉬 등 와플 관련 프랜차이즈도 급속히 늘었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맛과 기술력으로 프랜차이즈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이들이 있다. 5명의 와플 전문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와플대학협동조합(이하 와플대학)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월 서울시로부터 인가를 받은 와플대학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와플대학에서 만든 와플의 입소문을 듣고, 마지막 재기를 위해 어렵게 찾아온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와플대학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월 20일, 서울시민청사 지하 2층에서 열린 ‘와플대학 사업설명회’에서 손재원 팀장을 만나보았다.
지하철 매장으로 재도약
“‘5678서울도시철도공사’역사 내 상가 분양과 연계해 이번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조합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와플대학의 살림꾼 손재원 팀장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특히 손 팀장은 “이번 분양은 기존 일반분양과 다르다”며 “역사 내 공익공간을 활용한 특별 분양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반기업이나 개인은 신청을 할 수 없으며,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과 서울형사회적기업, 국가와 지방단체, 그리고 공공기관만이 참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매장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가게를 얻을 수 있다”며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3년 임대료가 총 계약금액이며, 100분의 10을 계약보증금으로 선납하고, 3년간 균등 분할해 매월 납부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도시철도공사는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다양한 공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5~8호선 역사 내에 427개소 25,960㎡의 유휴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간의 임대기간은 3년이며, 계약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에는 1회에 한해 2년 연장이 가능하다. 도시철도공사는 최종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 대상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손 팀장은 이번 사업설명회를 통해 현장에서 가입한 조합원이나 기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낙찰 받은 공간을 배분할 계획이다. 특히 그는 연내 10여개 매장을 역사 내 오픈시킬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와플대학의 대내외적 역량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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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공간 뜻 살릴 터
특히 와플대학은 공익공간을 마련해준 도시철도공사와 그 뜻을 함께 하고자, 기아대책 사회적기업인 ‘Be my Friend’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무역마을만들기’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와플대학은 이곳을 통해 수입된 유기농 원두만을 커피재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적 커피 재벌들의 저임금, 노동력 착취 등 해외 커피농장의 실태를 알려온 ‘Be my Friend’는 최근엔, 공정무역마을만들기 일환의 하나로 인도네시아의 오지인 오노소보마을에 주민 자립과 복지를 위한 커뮤니티센터, 아동들을 위한 해피 홈스쿨, 농업 전문성 개발을 위한 교육센터 등을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다.
와플대학은 또 노숙자들을 바리스타로 키워 각 매장에 투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Be my Friend’를 비롯한 협력업체 관계자와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 팀장은 “조합 설립 이후 ‘Be my Friend’를 통해 수입된 원두만을 사용해 커피를 만들고 있으며, 향후엔 오픈 예정인 지하철 내 모든 매장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제값을 치룬 원두사용이나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작은 노력들이 공정무역 정착을 위해 힘쓰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신촌 4대중 하나 ‘와플대’
2008년 봄, 손 팀장의 사촌누나인 손정희(현 조합 전무) 씨가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첫 선을 보인 와플 가게는 너무도 보잘 것 없었다. 몸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작은 공간에는, 재료 믹서기, 와플 굽는 기계가 전부였다. 누가 보더라도 곧 문을 닫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손 팀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하나둘씩 손님이 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단골이었던 대학생들이 와플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으며, 지금은 인근의 연세대, 이화여자대, 서강대를 포함해 신촌 4대(학)로 불리고 있습니다.”
와플대학의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중 형편은 어렵지만 열정이 있는 사람만을 골라 최소의 실비만을 받고서 매장을 내어준 것이, 지금은 서울메트로 매장 3곳을 포함해 모두 30여 곳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손 팀장은 “처음에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5명의 친척이 뜻을 모아 시작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분점을 내어준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다”며 “하지만 김해에서 몇 번이나 KTX를 타고 와 아픈 딸의 병수발과 가족생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한 점주에 감명을 받아 와플대학 첫 1호점을 내어주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와플대학의 첫 사업설명회에 그 점주분이 꼭 참가해주길 바랬는데, 딸의 병이 악화돼 참석치 못하게 됐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취약계층 보듬겠다
와플대학에는 가맹점비와 로열티가 없다.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법과 기술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기계 값과 재료비만을 받을 뿐이다.
“저희들도 그랬지만,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도 삶의 마지막에서 재기의 몸부림을 쳤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매장을 내어줬으며,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손 팀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또 “비록 손정희 전무님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12가지 수제크림이나 (주)삼양사와 공동개발 끝에 탄생된 와플믹스 제조법이 특허를 받았지만, 거기에 대한 노력의 대가를 바라고서 분점을 내어줬다면, 아마도 지금의 와플대학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또 조합의 이념처럼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욕심내지 않고 조합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와플대학의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헐벗고 굶주린 이들의 등불이 되고자하는 와플대학의 원대한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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