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소상공인
“이제 협업이다”
코펜하겐의 '도시 양봉', 그리고…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한복판에서 다소 생소할 ‘도시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펜하겐의 공장지대인 순흠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재활센터가 있는데, 여기서는 재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사회적 기업인 비와이비아이(BYBI)가 주축이 되어 양봉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코펜하겐 시 당국은 양봉시설 설치와 양봉기술 전수 등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담당하고, 여기서 생산된 꿀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시판하고 있다. 이 사업은 노숙자들이 양봉기술을 통해 자활능력을 키워 새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BYBI는 양봉만 담당한다. BYBI가 생산한 꿀을 가공하고 유통판매하는 조직은 따로 있다. 2011년에 설립된 ‘코펜하겐 도시 꿀벌 협동조합’이다.

한 젊은이의 열정이
BYBI와 ‘코펜하겐 도시 꿀벌 협동조합’의 중심에는 올리베르 막스웰이라는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이가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는 유엔 기후협약 국제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회의는 자국의 경제적 이해만 앞세우는 참가국들의 고집으로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막스웰은 이에 자극받아 “평범한 한 시민으로서 미력이나마 도시환경에 뭔가 도움이 될 일이 없을까”를 고민한다. 이와이면 그 일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면 금상첨화일테고…
어느날 막스웰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벌통을 보고는 시내에 벌통을 놓아보면 ‘이 두 마리 뚜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망설일 것도 없이 이를 수행할 사회적 기업을 꾸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펜하겐 전체 5개 지역에 50개의 벌통을 놓고 꿀을 거뒀다. 벌통 한 개당 연간 약 40kg의 꿀이 나온다. 2010년에는 서른 통에서 약 1,100kg을 거뒀다.
“아직은 재활사업으로서도, 양봉사업으로서도 미약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노슥자들의 자활의지를 부축하는 첫걸음으로서는 진한 의미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사람과 세상을 생각하는 한 젊은이의 열정이 노숙자들에게 새 삶을 찾아주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
막스웰이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BYBI에서 생산된 꿀을 좋은 값에 팔아 노숙자들을 돕기 위함이고, 둘은 BYBI에서 길러진 양봉가가 나중에 독립해서 양봉업을 할 경우에도 판로를 확보해주기 위해서다.
막스웰의 진정성에 동의한 열다섯 명으로 시작한 조합은 이제 동참자가 쉰 명을 넘어섰다.
“도시 양봉은 도시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의미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도 지속가능한 경제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성공보다는 행복을 우선시 하는 BYBI는 2010년 유럽 최고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 달만에 조합원 30명으로
메트로폴리탄 서울에도 ‘도시양봉협동조합’이 있다. 이 조합은 양봉체험장운영, 양봉교육, 양봉통대여 등의 사업을 운영 중이며 5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은 약 2개월 만에 30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꿀·밀랍판매와 같은 부가사업과 꿀벌을 주제로 한 뮤지컬 등 문화사업까지 활동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0일 ▲ 도시농업 일자리 기반구축 ▲ 텃밭조성을 통한 취약계층 일자리제공 ▲ 시농업 교육 및 힐링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일자리창출 ▲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민간참여확대로 직·간접 일자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시농업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계획’을 발표했다.



도시농업활성화로 일자리를
이 계획은 도시농업 활성화를 통해 도시민의 건전한 여가활용, 농사체험 기회 확대 등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더 나아가 농부학교 교육, 도시농업관리사 양성, 학교농장 관리인(65명), 원예치료사(3명), 양봉 관리인(8명), 민간단체 도시농업활동가(50명), 농부의 시장 운영자(406명), 도시농업 주민참여예산사업(20명) 등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도시양봉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지난해 시청옥상에서 시작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도심양봉도 올해는 도봉·서초지역까지 확대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이 도심양봉에는 장애인 일자리 제공은 물론 생산품 판매를 통한 소득창출로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다.
문홍선 서울시 산업경제정책관은 “도시농업분야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서울형 신(新)산업으로서의 도시농업을 활성화하여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겠다”며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일시적인 일자리가 아닌 안정적 민간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사회적기업
아파트나 기업체 등에서 나오는 폐 플라스틱을 수거해 선별 압축한 후 기업에 원료로 재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광주광역시 소재 ㈜희망자원(대표 정향자)이다. 이 회사는 광주·전남에 있는 200여개의 사회적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희망자원의 모태는 정 대표가 기초생활수급자들 몇몇과 함께 리어카로 폐지를 줍는 일이었다. 하루살이에 급급한 이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함께 나누고자 벌인 일이다. 그러나 폐지 수거는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는 노인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을 빼앗을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정 대표는 플라스틱 재가공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플라스틱 재가공 사업에는 자재를 쌓아둘 부지와 설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돈이 넉넉지 않았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했는가. 이들의 사정을 전해 들은 광주시와 관련 기관들은 이들의 지원 요청에 선뜻 응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도 트럭 한 대를 기증해줬다. 이렇게 시작된 (주)희망자원은 숱한 시련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사업 시작 4년 만인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받았으니 이제 돌려드려야죠”

㈜희망자원의 직원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이다. 직원들은 모두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회사 경영 상황에 따라 인센티브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주위의 도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절감하기에, 이를 지역사회에 되돌려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폐지 줍기로 시작한 사업이 이제 연매출 11억 원의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숱한 시련도 의연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라는 믿음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도움의 손길 덕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사랑과 관심, 돌려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전인철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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