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제기된 통합추진안
1. 금일부로 각기 대표하고 있는 모임들의 개별적인 행동들을 모두 중단하고, 법정단체의 출범을 위해 하나로 합심하여 추진한다.
2. 각자 모임에 속한 적격단체들을 조건 없이 창립총회 발기인으로 참여토록 노력한다.
3. 창립총회에 참여하는 발기인들은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체 없이 법정단체의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4. 대표자 및 임원진 선정은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출한다.
5. 상기 절차를 거쳐 법정단체 허가를 신청할 경우, 중소기업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승인토록 한다.
만일 이 통합추진안이 합의에 이르렀다면 지금쯤이면 벌써 소상공인 법정단체는 출범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 통합추진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3대 단체들 중 하나였던 소상공인연합회창립추진위원회(위원장 최승재, 이하 소상공인창립위원회) 측이 내부 논의가 부족하다며, 추후 다시 모일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3대 단체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김경배 회장의 퇴진 선언이 이뤄졌다. 그는 신상발언을 통해 “이전에도 공식적으로 누차에 걸쳐 밝혔듯, 소상공인법정단체의 빠른 출범을 위해 내가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당시 소상공인창립위원회의 최승재 위원장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 회장의 퇴진’ 요구를 김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재확인한 것으로 읽혀졌다. 그런데도 그로부터 3일 후인 28일 오후 예정됐던 제2차 통합연석회의는 무산됐다. 바로 그날 저녁 최 위원장측이 이전에 예정됐던 소상공인 법정단체를 위한 발기인대회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 측은 7월 17일 독자적인 소상공인 법정단체 창립총회를 치루겠다고 의결했다.
명분없는 독자 세력화
이 상황에서 주목받았던 것은 최 위원장 측의 발기인 대회와 독자적인 소상공인 법정단체 추진의 명분이었다. 이 때 최 위원장 측은 “김경배 회장의 사퇴선언을 믿을 수 없고, 분명히 막판에 번복할 것이 분명하다”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아울러 “이에서 더 나아가 김 회장의 막후 개입도 인정할 수 없고, 법정단체 향방과 관련해 일체 개입해서도 안된다”라는 논리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2개 단체 또한 7월 5일 발기인 대회를 치뤘다. 이어 최 위원장 측은 예정대로 17일 창립 총회를 개최했고, 다른 단체들도 그 1주 후인 24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그러면 여기서 김경배 회장이 실제 백의종군 선언을 이행했는지 살펴보자. 김 회장은 지난 7월 24일 자신이 주도해온 법정단체 창립총회의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실제 이 날 선임된 회장단 및 임원직 중 그 어느 것도 맡지 않았다. 그의 백의종군 약속이 지켜진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안 물러났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김 전 회장의 거취문제가 다시 한번 공식석상에서 거론되게 됐다. 지난 8월 287일 개최된 제2차 소상공인단체간 연석회의석상에서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김 전 회장의 실질적인 퇴진’을 다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주장은 바로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이제 두갈래로 압축된 법정단체 추진 주체들은 각기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한 축을 대표하는 박대춘 의장 측은 “양 추진주체들의 법정단체 실사 결과가 중기청으로부터 나오게 되면, 소상공인 적격단체가 많은 쪽으로 통합을 함으로써 또 다시 창립총회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적인 낭비를 줄이자”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 측은 “당장 통합 추진 위원회를 공동으로 꾸려서 실질적인 통합 총회를 다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양측은 양측의 실무위원들의 접촉을 통해 상호간 이견을 줄여나가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 낭비의 책임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제1차 통합연석회의와 제2차 연석회의 사이에는 무려 2개월이라는 간극이 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나서야 1차 회의에서 제시됐던 통합 추진안을 최 위원장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만일 당시 김 전회장의 퇴진발언을 최 위원장이 액면 그래도 받아들였다면 시간적 낭비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 이미 양측은 회장단까지 꾸려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통합 논의는 더 큰 암초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사공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원래 최 위원장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의 사무총장으로, 김 전 회장과 함께 소상공인 법정단체 설립을 신설한 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5월 14일 전격적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정상화 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요지는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 법정단체 출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게 또 하나의 세력화냐”라는 질문에 한사코 손사레를 쳤다. “김 회장만 물러나면, 정상화 추진위원회의 설립 명분은 퇴색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정상화추진위가 법정단체 창립준비위로 바뀌는 등 각종 일정의 추진 단계마다 그는 “이 것은 오로지 김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독자적 세력화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가 요구해온 김 회장의 퇴진이 분명해진만큼, 최 위원장은 그간의 약속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차 연석회의 때 이미 김 회장의 퇴진이 분명했던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세력화 일정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제라도 소상공인 법정단체의 빠른 출범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대다수의 단체들은 거듭 반복되는 소상공인 법정단체 발기인 대회 및 창립총회 때문에 극도의 피로감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정작 최 위원장 자신도 김 전 회장과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각기 두 번씩이나 치루고, 따로 또 한번씩을 치룬 상황이다. 이 것은 다른 단체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별다른 특별한 쟁점도 없는 상황에서 단체 리더들의 이합집산에 따라 또 다시 창립총회를 치른다는 것에 대해 반발이 심하다.
아울러 현재 양측 그 어느 쪽도 내부적으로 통합력이 강한 편이 아니다. 또 다시 헤쳐모여식 총회를 치르게 된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돌발상황이 불거져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만일 최 위원장이 이 모든 것을 숙고한다면 결자해지의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여론인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양측 창립총회 직전까지 통합노력을 경주했던 다수의 중간 그룹 단체장들도 다시 한번 거중 조정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