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과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동 소재 LW컨벤션(브라운스톤서울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대리점과의 피해보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협상 타결안을 도출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웅 남양유업 대표와 이창섭 피해대리점협의회장을 비롯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그동안 밀어내기로 인한 대리점의 피해보상을 위해 피해보상 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적절한 보상액을 산정키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밀어내기 등을 포함한 불공정 거래 행위 원천 차단, 상생위원회 설치, 대리점 영업권 회복 등에도 합의했다.
특히 양측은 피해보상액의 원할한 산정을 위해 회사대표 1인, 대리점 대표 1인, 그리고 회사와 대리점이 공동 추천한 1인 등 3인으로 구성된 ‘비상중재기구’를 한 달 안에 구성키로 했다. 양측은 또 2008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물량 밀어내기 피해분에 대해 우선 산정하고, 피해 발생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해당 대리점의 평균 매입물량, 영업기간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양측은 조속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 두 달 안에 보상금액 산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대형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간사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남양유업으로 하여금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만들었다”며 “이번 사태가, 갑이라고 해서 무소불위의 힘을 절대로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에게 알려주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단식농성 19일째인 지난 7월7일 병원에 후송됐던 이창섭 회장도 “오늘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큰 힘이 됐다”며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남양유업측의 진정성을 확인했고, 지금까지 함께 고생해온 대리점주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사측과 합의하게 됐다”라고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구입을 강제(일명 물량 밀어내기)하고, 대형유통업체 파견사원의 임금도 전가한 남양유업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1849개 대리점(분유대리점 35개 제외)을 상대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과 대리점 주문이 저조한 제품 등 26개 품목을 강제할당하거나 임의 공급 방식으로 구입을 강제해왔다. 밀어낸 물량은 전체 대리점 공급량의 25~30%에 달했다.
특히 남양유업은 2010년 9월부터 주문시스템(PAMS21)을 변경해 대리점의 최초 주문량을 검색할 수 없고, 회사 주문담당자가 임의적으로 주문량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욱이 대리점들이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반품도 못하도록 막아, 점주들이 밀어내기로 떠안은 물량 대부분을 지인판매, 덤핑, 폐기처분 등으로 소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병희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장은 “남양유업 건의 과징금 산정은 밀어내기 등과 관련된 매출액의 2%로 이뤄졌다”며 “최근 3년간 법 위반 횟수나 고위 임원의 법 위반 행위 관여 등이 가중사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또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파견하는 진열판촉사원의 임금의 50% 이상을 사전협의도 없이 대리점에 전가한 행위도 적발됐다. 지난 한 해만 해도 모두 397명의 진열판촉사원을 파견하며, 이들 급여의 평균 63%를 대리점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 12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남양유업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고발요청 안건을 논의, 전·현직 남양유업 대표, 전·현직 영업총괄본부장, 서부지점장, 서부지점 영업사원(파트장) 등 총 6명을 검찰에 추가로 고발했다.
검찰은 김 대표 등이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에 개입한 증거를 잡고 이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검찰도 공정위 조사와는 별도로 지난 5월부터 남양유업 본사와 지점을 압수수색하는 등 밀어내기 관행 여부를 집중 조사해왔다. 지난달 중순에는 김 대표와 홍원식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연달아 소환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이 고발 요청한 6명 모두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홍 회장은 검찰의 고발요청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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