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란유통협회
‘서비스업 적합업종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연구본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택시운송, 퀵서비스, 부동산 자문 및 중개, 학원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적합업종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대기업의 사업 확대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확대가 필요하다”며 “서비스업의 적합업종 확대방안을 전체적으로 종합해볼 때, 전면적인 확대보다 단계적인 확대방안이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가 필요한 쪽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이처럼 음식점업, 제과업, 자동차정비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다른 서비스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식자재, 주류 등 도매업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은 여전히 뒷전이다.
‘우리 차례는 언제…’
특히 동반위조차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지난해 접수신청을 한 도매업 관련 단체들은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동반위는 소매업 관련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이 모두 끝난 뒤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계란, 문구, 주류 등 대다수 제조업체가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제재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도매업 관련 단체들은 이래저래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동반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진 전화통화에서 “제조업체나 생산자들이 대기업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상황”이라며 “도매업에 대한 적합업종 선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 대기업 유통망 제재에 따른 부작용 등 여러 상황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계란유통협회,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주류) 등 유통 관련 단체들은 대기업이 제조와 유통까지 모두 장악해버린다면, ‘갑’의 위치에서 행사하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너도나도 식자재진출
그 중에서도 두부, 콩나물에 이어 계란에까지 손을 뻗친 대상, CJ, 아워홈, 풀무원 등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계란유통 종사자들의 아우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의 식자재진출은 사업의 진출여부를 떠나 계란 등을 포함한 식자재 납품업자들의 경영난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은 것도 부족해 이제는, 갑의 위치에서 단가후려치기까지 하려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상, CJ 등은 베스트코와 프레시원 매장을 통해 식자재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급식사업(CJ프레시웨이 법인)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 독립된 이후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아워홈(구 LG유통 FS사업부)이나, 바른먹거리를 표방하며 급식사업을 시작한 풀무원도 중도매인들의 유통망을 잠식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제과제빵 전문업체인 삼립식품도 식자재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실장은 “식자재사업에 진출하는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그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다”며 “그래서 올 하반기에 식자재업의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실장은 “동반위가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라고 못박고 “필요하다면, 동반위를 대체할만한 상설기구를 관련 기관에 요청함과 동시에,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발의까지 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최근 강릉과 부산지역 상인들이 베스트코 입점과 관련해 사업조정신청을 냈지만 현재 영업 중에 있으며, CJ프레시원 안양지점의 경우 지역 내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해 월급제 형태로 기존 중도매인들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5인이하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해달라” 백운농산 박남식 대표
“계란 유통에 종사하는 70~80%는 모두가 생계형 도매업이며, 대기업에 제품을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일반 도매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랫동안 계란유통에 종사해온 백운농산 박남식 대표의 주장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대기업의 식자재사업 진출 이후, 계란 도매업자들은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로 인한 납품단가 인하뿐 아니라 브랜드가 없다는 이유로 감수해야만 하는 마트에서의 판매저조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백 대표는“한 농장에서 생산된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브랜드가 붙었다는 이유로 40~50% 이상 비싸게 판매되는 것을 볼 때 지금이라도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대기업들의 단가 인하요구에 치이지, 또 마트에서 브랜드에 치이지, 전국의 거의 모든 계란 유통업자들의 상황이 나와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공청회도 그렇지만, 동반위는 우리를 자꾸 일반 도매업자로 보고 계란유통의 적합업종 지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그러면 소상공인처럼 5인 이하 도매업자 규정을 만들어 계란을 포함한 식자재들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위원장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위원장은 이번 공청회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공청회는 식자재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자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앞으로 계란유통업이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제하고“이날 공청회에서 김세종 박사는, 유통개방 이후 계란을 포함한 식자재 관련 제품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 기존 유통시스템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계란의 적합업종 지정을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이는 영세한 유통업자 대신 대기업들이 도매유통을 해야만 한다는 것인데, 이제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금처럼 대기업들에게 납품하는 물량을 더 늘이고, 소매점(마트)에는 조금만 납품하며 살아가세요’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김 박사 논리는 대기업의 논리와 별단 차이가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또“농림축산식품부의 친환경인증제도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해썹(HACCP)제도도 문제가 있다”며“이러한 제도 때문에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영세한 유통도매업자들은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하기가 힘들어, 자연스럽게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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