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 6월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형유통업체의 규제와 중소상인의 보호를 위한 입법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정경쟁팀, 진보정의당,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협의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유통재벌의 횡포와 경기불황으로 절망과 고통의 나락에 빠져 있는 600만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권익을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제남 의원은 토론회를 개최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슈퍼 갑과 서민 을의 노예계약에 따른 불공정거래”라며 “부당하고 부정한 거래행위를 강요하는 재벌과 대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벌칙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규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주요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민변 공정경쟁팀 소속 김성진·양창영 변호사는 “재벌들은 보수언론과 부설 경제연구소, 또 그들을 돕는 교수와 법조인 등 전문가 집단을 동원해 최근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한 경제민주화 입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여러 시나리오와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조정제도를 비롯해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지정고시제도 등 기존 규제책들도 자율과 권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실질적인 규제로 보기 어려우며, 헌법재판소의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제 역시 여전히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공통된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이들은 유통산업의 상생발전 차원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신규입점에 대해선 ‘매출영향평가’를 통해 입점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허가제의 도입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7월 24일부터 적용되는, ‘대규모점포와 전통상업보존구역내 준대규모점포 개설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되는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와 관련해 자칫 형식적인 절차로 끝날 수 있다며, 관련 시행령의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입법전문가, 소상공인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관계자들은 중소상인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회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의 필요성, 그리고 왜곡된 경제 생태계를 바로 잡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뜻을 함께 했다. 김제남 의원실 관계자도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을의 권익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5월 13일에도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를 비롯해 진보정의당 소속 국회의원과 최고의원, 중소상공인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발족식을 겸한 ‘불공정거래피해신고센터’ 현판식에서도 중소상인 자영업자를 위한 10대 민생입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김 의원은 “대기업들의 터무니없는 불공정행위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사회적 규율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는 앞으로 10대 민생입법과제 중심의 제도개혁운동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인‘중소상공인살리기’에 선두로 나서겠다”라고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제남 의원은 지난 6월 12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정위 직권조사를 요구하는 등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민변, 허가제 규제 ‘공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성진 변호사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강제력을 두고 있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강제력 부여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사업이양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책을 지원하도록 구체적인 입법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허가제로 바꾸는 입법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김 변호사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제한시간 연장과 월 3일~4일 이내로 의무휴업일 확대 ▲각 지자체에 상생품목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명령권한 부여 ▲최근 문제가 된 상품공급점 등 대기업 체인화 편의점과 임의가맹형 체인사업을 규제 대상인 준대규모점포에 포함 등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대기업과 사업자의 지분율에 따라 사업조정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현행 제도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실질적 지배구조관계에 대해 재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사업조정신청기한 역시 현행 출점 이후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양창연 변호사는 “공정한 경쟁보다는 자유라는 미명하에 경쟁을 부추기며 시장을 방임해왔기 때문에 중소상인의 희생과 몰락이 이어진 것”이라며 “자본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상권영향평가서의 작성절차를 규정화하고 영향을 받는 점포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역협력계획서의 한계점과 보완점을 제시하며 현재 추상적인 가이드라인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완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 변호사는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과 관련해 “작성절차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원천 봉쇄될 수 있다”며 “상권영향평가서에 나오는 소매점 현황이 슈퍼마켓, 체인화편의점, 기타 음식료품 등으로 한정되다 보니 그 외 수많은 업종의 소매업자에 대한 영향이 누락될 수 있으며, 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지역협력계획서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법적실효성 높여야” 한목소리

토론자로 나온 박충렬 국회 입법조사관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강제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권고 수준의 적합업종 지정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 벌칙에 근거해서라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기획실장은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가 중소상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령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대기업 위주의 협력계획안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형유통업자들이 온갖 형태의 변종 SSM을 출점하고 있다”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여러 제도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믿기 어렵기 때문에 또 다른 특별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화봉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연구부장은 앞선 토론자들이 지적한 문제점과 더불어 “현재 상가 임대료나 카드수수료가 여전히 높아 중소상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서 소상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신규철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상생이란 이름으로 뒤통수를 맞은 적이 너무 많다”며 “보호해야 하는 것을 상생이라는 말로 왜곡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추가적인 의견이 개진되었다. 한 참석자는 “18, 19대 연이어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제대로 입법화는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왜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지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서는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우선 지정하고 경제 이슈 등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수정, 보완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김영욱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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