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 회의실에서는 중소기업청 주관 소상공인 단체장간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추진위원회 김경배 공동대표를 비롯,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단체들을 대표하는 연대성 회장(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 보건 사회 단체들을 대표하는 김진용 회장을 대신한 강상원 부회장(한국이용사회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창립추진위원회 최승재 회장이 참석했다.

아울러 박대춘 회장(한국서점조합연합회)과 박의수 회장(한국자동차전무정비사업조합연합회)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 진행은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 이인섭 과장(부이사관)이 맡았으며, 사전 중재를 담당한 서영득 변호사, 김동현 팀장(임태희 실장 대변인)이 배석했다.

공은 최승재 회장 측으로

이 자리에서는 향후 소상공인 법정단체의 빠른 발족을 위한 계기가 될 합의안 초안이 제시됐다(하단 박스 기사 참조). 합의문 초안에는 ‘금일부로 5인이 대표하고 있는 모임들의 개별적인 행동들을 모두 중단하고, 법정단체의 출범을 위해 하나로 합심하여 추진한다’와 같은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합의안 초안은 임태희 청와대 전 대통령실장이 관계 단체들 대표들과 사전협의를 벌여 제안된 것이었다. 아울러 합의문 초안에는 중기청과 관련해 ‘상기 절차를 거쳐 법정단체 허가를 신청할 경우, 중소기업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승인토록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따라서 관련 단체들이 이 합의문에 최종 서명할 경우, 소상공인 법정단체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타게 될 예정이다.

이 같은 합의안 초안이 제안되는 데에는 김경배 공동대표의 백의종군 선언이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김 공동대표는 회의 벽두에 “이사회 등 단체장 모임에서 백의종군 하겠다고 이미 밝힌바 있다”라고 밝히고, “이 시간 이후로 이런 회의뿐 아니라, 어떤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소상공인 법정단체의 올바른 출발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단체장들이 합심해서 개별적인 단체 활동을 중지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발기인 모임 및 창립총회를 진행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나는 뒤로 물러나겠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누차에 걸친 나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나의 백의종군 여부를 놓고 마타도어 시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말한다. 더 이상 나를 언급 말고 법정단체를 추진시켜 달라. 이 시간 이후로 나의 퇴진 여부를 또 다시 언급할 경우 반드시 결과를 물을 것이다.”

이 같은 김 공동대표의 선언에 따라 합의문 초안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제기되지 않았다. 단지 최 회장측에서 “합의 내용을 확인하였지만 내부적으로 회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이 자리에서 바로 합의 서명을 하기에는 내부적으로 내용을 먼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협의 후 내용을 보강하여 합의 하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혀, 최종 합의 서명은 그 연 후에 하기로 했다.

결국 이날 회의 이후의 향방은 최회장 측으로 넘어간 온전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최회장측이 그 공을 바로 받아들이면 법정단체 추진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최 회장 측이 어떤 결정을 낼 지 주목된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합의문 초안(향후 내용은 조정 예정)

1. 금일부로 5인이 대표하고 있는 모임들의 개별적인 행동들을 모두 중단하고, 법정단체의 출범을 위해 하나로 합심하여 추진한다.

2. 5인은 각자 모임에 속한 적격단체들을 조건 없이 창립총회 발기인으로 참여토록 노력한다.

3. 창립총회에 참여하는 발기인들은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체 없이 법정단체의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4. 대표자 및 임원진 선정은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출한다.

5. 상기 절차를 거쳐 법정단체 허가를 신청할 경우, 중소기업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승인토록 한다.

6. 위의 사항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하여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5인 이내의 준비위원회를 즉시 구성한다.

소상공인 법정단체 인가 관련, 중소기업청의 입장은

중기청 소상공인정책과 이인섭 과장은 이와 관련해 “이미 몇 차례 실사 과정을 통해 소상공인 법정단체의 기준을 통과한 단체 수가 법정 최소 숫자인 20개를 넘은 23개에 이르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위 단체들에 대해서는 그 사이에 변경된 상황에 대한 최종 확인 과정만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소상공인 단체간의 최종 합의 여하가 막판 변수로 남아 있게 됐다.

최승재 회장 측의 향방은

현재 이날 회의 이후의 향방은 최회장 측으로 온전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과연 소상공인연합회창립추진위원회(회장 최승재, 이하 소상공인창립위원회)는 위 합의서 초안을 받아들일까. 대체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상공인창립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그 첫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첫 출발의 대의명분 자체가 ‘법정단체의 빠른 출범’과 그를 위한 ‘김경배 회장의 2선 후퇴’ 두가지로 모아져 있었다. 한데 이 두가지는 거의 모두 충족된 상황이다.

따라서 소상공인연합회를 빨리 추진시키고자 하는 합의서 초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김경배 회장의 2선 후퇴’ 선언의 진정성을 문제삼는 주장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누차 공개석상에서 행해진 김 회장 발언의 발언은 되돌려지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2선 후퇴 후 ‘영향력 행사’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살아있는 한 단체장의 행동을 차단시키겠다는 주장은 애초 있을 수 없거니와, 만일 어떤 영향력 행사(?)가 있다 해도 건전한 상식을 가진 단체장들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과해야 된다는 전제가 따른다. 만일 이러저러한 이유로 소상공인창립위원회가 독자행동쪽으로 기운다면 '분열론자‘라는 심각한 안팎의 비난을 자초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 소상공인 법정단체 추진은 물건너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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