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5월 27일 기타식사용조리식품(이동급식용식사), 음식점업, 자동차전문수리업 등 3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동급식업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은 사업축소를, 자동차정비업에 진출한 대기업은 사업축소 외에도 확장과 진입자제를 각각 이행해야 한다.
또 지난 2월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이후, 이해 당사자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던 음식점업의 경우, 역세권 100미터 바깥 지역에서는 대기업의 신규 출점이 동반위의 강제조정으로 사실상 차단됐다. 하지만 동반위는 수도권과 광역시는 교통시설 출구로부터 반경 100m 이내, 그 외 지역은 200m 이내에서는 대기업의 신규 출점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또 산업발전법상 10,000㎡ 이상 건물 중 복합다중시설이나 상업지역에서도 대기업의 신규 출점이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이밖에도 대기업의 신규 브랜드 진출에 대해서도 권고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번 3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함에 따라 지금까지 제조업 85개 품목, 서비스업 15개 품목 등을 포함해 모두 100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역차별 논란 야기
자영업자...‘잃기만 했나’ 반발
‘역세권 100미터 이내’로 제한한 동반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음식점업 관련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반발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협상 막바지에 150미터로 사실상 협의를 한 상황에서 동반위가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줘 100미터로 최종 결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업의 적합업종 지정이 처음 불거진 이후, 양 당사자 간 초미의 관심사였던 역세권 거리지정을 두고서, 대기업(200미터 이내)과 중소기업(100미터 이내) 측은 14차례의 회의를 가졌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대기업 측이 150미터로 하자며 한 발 물러난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반위가 일방적으로 거리를 정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기업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음식점주는 “얻은 것이 더 많으면서도, 잃은 것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 점주는 또 “신규 브랜드 진출을 포함해 상업지역에선 대기업의 신규 출점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마치 동반위가 중소기업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듯 문제시 삼는 것은, 그들(대기업)이 더 이상 상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못박았다.
일부 언론에서도 ‘그동안 대기업이 협의를 통해 보여준 과정과 노력이 일방적으로 뒤집혔다’ 등 대기업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며, 이번 음식점업 적합업종 지정이 향후 대기업의 외식업 경영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대기업의 반발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들 언론들은 ‘100m 룰에 갇히게 되면서 결국 외국계 음식업체만 득을 봤다’, ‘동반성장을 골목상권과 하겠다는 것인지, 외국기업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등의 추측성 발언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등 역차별 논란까지 야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만을 전하는 일부 언론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중소상인들은 “동반성장의 의미를 크게 훼손시키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공익위원...대기업 두둔
카포스...‘사실 알면서도 외면’주장
한편 동반위는 적합업종 발표 하루 뒤인 28일, ‘피자헛(피자), KFC(치킨), 맥도날드(햄버거)는 신청이 없었으며, 이에 따라 지정 논의 자체도 없었음’, ‘외국계 기업 아웃백, 놀부는 국내 관련법에 따라 중견기업으로 분류’ 등의 반박성 보도자료 만을 낸 채 지금까지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대기업과 일부 언론의 역차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음식점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대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는 달리, 정비업의 경우에는 동네카센터 정비업자들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의외로 거세지고 있다. 자칫 대규모 집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비업의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부분은 자동차 제작사와 타이어 제조사들이 사후 서비스 명목으로 운영하는 A/S센터와 타이어전문점의 확장 자제였다. 이를 위해, 카포스는 중소기업 자격으로 5차례나 협상 테이블로 나갔지만,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것이 정비업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애당초 카포스는 A/S센터와 타이어전문점 확장 자제를 위해 대기업과 밀고 당기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향후 3년간 A/S센터(매년 2%) 6% 확대와 일반정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후 신규 타이어전문점 출점 등의 결과만을 얻었을 뿐이다.
더 이상의 신규 출점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갖고서 회의에 임한 카포스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상 얻은 것이 전혀 없다는 일부 회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포스 내부적으로도 이번 적합업종 선정 결과와 관련해 긴급 이사회를 갖는 등 향후 대책을 논의하느라 부산한 모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대기업에 다 내어주다시피 한 이번 결과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 중에는 국내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한 자동차 대기업과의 싸움이 어쩌면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는 것 외에도, 눈여겨 볼 또 다른 주요한 사안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바로 동반위가 선정한 공익위원이 그것이다. 공익위원은 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견차가 클 경우 중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비업 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도 3명의 공익요원이 매 회의 때마다 참석했으며, A/S센터와 타이어전문점 확장 자제와 관련해 제작사와 카포스가 첨예하게 각을 세울 때 중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대기업 입장에 중재를 했다는 것이 카포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카포스의 한 관계자는 “기존 3500여개 A/S센터로도 사후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주장하는 사후 서비스 역시 20%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 나머지 80%는 동네카센터에서 행하는 일반정비에 지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공익위원들은 자동차 생산량이 매년 증가되고 있기 때문에 A/S센터 확대는 필연적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고 주장했다.
타어어 제조사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위원으로서 자질을 의심
그 관계자는 또 “공익위원들은 휠발란스와 휠얼라인먼트는 타이어 교체 시 꼭 필요한 작업이며, 특히 휠얼라인먼트를 잡지 않을 경우, 편마모가 심해져 타이어 수명이 짧아진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며 “휠발란스는 타이어 교체 시 필수작업인 것은 맞지만, 타이어를 수백 번 교체해도 휠얼라인먼트가 틀어지는 일이 없으며,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공익위원조차 타어어 제조사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위원으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행법은 부분정비자격증을 취득한 업소에서만 휠얼라인먼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대다수 타이어대리점들이 불법으로 이 작업을 일삼아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타이어대리점들의 불법행위가 동반위의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보호를 받게 됐으며, 만약 대리점들이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된다면 일반 정비물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일선 정비업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편 실제 ‘큰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일반 주행에선 휠얼라인먼트가 틀어지는 경우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라는 게 현장 기술자들의 공통된 입장이었지만, 회의에 참석한 동반위 관계자조차 공익위원들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카포스의 주장이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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