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배 공동대표 입장에서 이번 회견은 뼈 아픈 부분이 있었다. 수년간 고락을 같이한 단체장들이 다수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김경배 회장이 어서 빨리 법정단체 추진 모임에서 비켜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사이 김 대표는 내상을 크게 입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김경배 회장이 수퍼조합연합회를 운영하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교육비를 횡령 유용했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개인적으로는 전혀 착복하지 않았다고 항변해 왔다.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횡령 유용’과 ‘전용’은 도덕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 이쪽 저쪽에서 물러나라고 하고 있는데 심경은
담담하다. 이미 진즉부터 이사회 석상을 비롯한 공개 석상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혔다. 소상공인의 염원인 소상공인 법정단체가 온전히 출범하기만 한다면 내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 완벽하게 믿어도 된다.
- 억울하지 않나
처음 일이 벌어졌을 때는 참 힘들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절박함이 이해가 되더라. 오랫동안 단체 일을 해 왔지만,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이미 횡령 유용을 한 지극히 부도덕한 인간으로 도배질돼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가족들 및 친지들 앞에서 내 스스로를 해명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비우니 속이 편해졌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지 않겠나.
- 그래도 실제 물러나야 한다면
그 동안 조합운동을 하면서 언제나 봉사와 희생을 배웠다. 때에 따라서는 내가 아무리 옳아도 물러나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최근 융단폭격을 당했다. 소상공인 법정단체 출범을 원치 않는 측으로부터다.
지금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야만이 소상공인 법정단체라는 옥동자가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희생양이 되겠다.
- 물러나기로 마음 먹었다면 좀더 시기를 당길 수 없었나
희생양은 나 하나로 족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도덕적인 면에서 떳떳해도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될 정도로, 소상공인 단체를 반대하는 측은 강하고도 집요하다. 내가 물러나는 순간 또 다른 사람이 표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금명간 결단을 내릴 것이다.
- 그 시점은 언제인가
너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7월초쯤으로 창립총회 시기를 예정한다면 그 전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혹시 언제든 날아들지 모르는 총알받이 역할을 충분히 하고 산화해가겠다는 심정이다.
- 기자회견에 참여한 분들을 껴안을 방책은
그 목소리의 끝은 나의 퇴진이다. 내가 퇴진하는 순간 그 분들은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나는 그 분들의 진정성을 믿는다. 방법이 다를 뿐 목적은 똑 같다. 내가 산화해 갈테니, 꼭 소상공인연합회를 온전하게 꽃 피워달라. 그것이 진정 내가 바라고 염원해온 것이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비토 불구,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 있었다
냉온기류 함께 드러난, 단체장들의 10일 기자회견장 분위기
갈수록 소상공인연합회 추진 주체 사이에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낯익은 소상공인 단체장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김경배 공동대표 주도의 소상공인 법정단체 추진 작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김 공동대표의 2선 후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결국 쪼개지나
더 나아가 이들은 오는 7월 4일 독자적으로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임을 밝혔다. 외견상 완벽하게 소상공인 법정단체 추진주체가 두 갈래로 쪼개져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는 색다른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절제된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 면에서 이 날 회견은 지난 5월 14일 열린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때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당시에는 ‘김 공동대표가 횡령 유용했다’는 문제제기가 시종일관 강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한 명시적 표현이 크게 약화되거나 거의 제기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신 앞으
로의 계획들이 주로 언급됐다.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원래 기자회견 자료에는 성명서를 비롯한 몇 건의 강경기조의 서류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막판에 그 같은 강경기류의 서류는 뺀 채, 이 후의 계획을 담은 서류만 기자회견 자료로 배포됐다.
깊은 고심의 흔적
이 같은 색다른 기조에 대해 이번 기자회견을 추진한 한 핵심 단체장은 “그 것은 깊은 고심의 결과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독자적으로 행보하고 있다는 것과 차츰 많은 단체장들이 이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만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우리는 당면한 소상공인연합회의 빠르고 원만한 출범을 원하는 것이지, 특정인을 상처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대강의 일정과 흐름만 잡혀 있을 뿐, 이후의 일정은 매우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 후의 일정은 김 공동대표의 입장 표명에 따라 기조가 상당부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정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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