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과포화와 과당경쟁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동네 주유소들이 1억 원이 넘는 철거 비용 때문에 폐업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소위 ‘한계주유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유소 공제조합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전국 주유소 숫자는 1만2,781개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9곳이 줄었으며, 휴업 상태로 방치된 주유소만도 424개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철거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업소 대표들은 궁여지책으로 폐업보다 휴업을 선택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자칫 주유소 업계 내부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협회도 지난해부터 회생이 불가능한 업소를 ‘한계 주유소’로 지정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폐업 주유소 1곳당 폐업 보조금 최고 1억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지원정책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 ‘한계 주유소’의 위기가 업계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 차단키 위해서다.

공제조합 설립 중점과제

이와 관련, 협회는 주유소 전․폐업 지원을 위한 주유소공제조합 설립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설정하는 등 ‘한계 주유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회는 공제조합의 법제화까지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협회는 “등록된 주유소 사업자 중 출자한 사업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주유소 공제조합을 설립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주유소의 경영구조 개선사업 지원과 안정적인 전․폐업을 유도할 예정”이라며 “또 혼유사고 및 근로자 재해 발생에 따른 사업자의 부담 증가로 인해 사업자 간 상호부조를 통해 금전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번 공제조합 설립에 대한 연구용역을 이미 끝낸 상황이며, 지난 4월 17일에는 설명회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새누리당 이현재(하남시) 의원이 최근, 정부가 폐업 주유소에 대해 보조금지원 및 지급보증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어서 협회의 공제조합 설립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공제조합 추진 가시화

이번 공제조합 사업에는 ▲운영자금 및 시설현대화자금을 지원하는 융자사업 ▲주유소 임차운영 및 전․폐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경영합리화지원사업 ▲혼유사고 배상공제, 화재사고 배상공제, 영업배상 책임공제, 근로자 재해공제 등의 공제사업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협회는 공제조합 설립 추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설립추진위원회 구성과 함께 이 의원이 발의한 석대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회원사 모집과 출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창립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협회는 공제조합의 성공적 사업수행을 위해 출자 조합원 확보와 안정적 수입기반 확보, 조직구축 및 마케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협회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한 관계자는 “사업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주요 공제조합의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출자 조합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주요 공제조합의 경우 약 1600~4만5500명의 조합원사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안정적인 수입기반 확대를 위해선 이행보증과 지급보증 등을 통해 증식된 자산을 기반으로 한 융자사업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도 본․지점을 통한 공제상품 판매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주요 공제조합으로는, 2010년 말 기준으로 건설공제조합(설립 근거: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공제조합(전기공사공제조합법), 전문건설공제조합(건설산업기본법), 엔지니어링공제조합(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등이 있다.

주유소 공제조합이 해야할 일

-전․폐업 지원사업

협회는 경영 악화로 한계상황에 도달한 주유소의 전․폐업을 유도함으로써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투명한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협회는 최소 1억 4천만 원(철거비용 7천만 원, 토양정화비용 7천만 원)으로 추정되는 폐업비용을 주유소 사업자와 공제조합,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석대법 제12조의 2항에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폐업지원’ 등의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또 전․폐업을 통해 확보된 부지에 대해선 정부(산업통상자원부, 토지공사)가 재투자 하거나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설계안에 담았다.

-융자사업

협회는 회수 불가능한 대여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보 융자대여만을 우선 적용해 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며, 담보와 신용 융자대여 비율도 사전에 설정하고 차등 이자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또 기존 우량 공제조합을 벤치마킹해 신용평가를 통한 이자율을 차등 적용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협회는 조합원의 채무불이행으로 미회수되는 융자대여금을 대손충당하는 대신, 사전에 관련 보험을 가입함으로써 손실 최소화할 계획이다.

-공제사업

협회는 공제사업 설계안의 주요 초점을 1~2단계별 추진을 통한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뒀다. 이를 위해, 협회는 1단계에선 단체보험계약 위주로 사업 노하우를 축척하는 한편, 2단계에서 단체보험 운용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와 보험가입 회원을 출자 조합원으로 전환해 공제사업을 본격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협회는 보험손해율이 200~300%에 육박하는 주요소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사업 초기에는 일부 판매공제의 사업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전망이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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