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광주시 남구 진월동 신진마트 앞에서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우회 입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가 마련한 이날 회견에서 주최측은 최근 ‘이마트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개점을 준비하던 신진마트와 이를 부추긴 이마트측을 규탄하며 “상품공급점이 아닌 신진마트로 정상 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입점지저 운동 확산
‘대형마트 상품 공급점’. 또 하나의 ‘변종SSM’이다. 최근 부쩍 출점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지역에서 중소상인들의 입점 저지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상품공급점’역시 유통법 규제법망을 피해가려는 대형유통업체들의 꼼수 영업전략이다. 상품공급점은 대형유통점으로부터 도매형태로 물건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개인마트나 일반 슈퍼마켓을 말한다. 신규출점이 어려워진 대형유통업체들로서는 규제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상품을 팔아서 좋고, 개인마트들은 대형유통업체들의 브랜드나 영업 노하우를 이용하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받아서 좋다. 사실상 가맹점인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를 제제할 수단이 없다.
광주 신진마트의 경우도, 사전에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우회 입점 전략을 눈치챈 지역 상인들이 신진마트 측에 이의를 제기하자, 지난해 9월 25일 신진마트 측은 ‘대기업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상생 확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남구청장을 비롯한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 상인대책위와 맺은 확약서에는 신진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비롯한 대기업 유통업체와 어떠한 계약관계를 맺지 않았음을 확인하였고, 이후 운영에도 신진유통 자체로 운영한다’는 내용을 약속했다.
하지만 확약서 서명을 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10일 의무휴업일을 틈타 신진마트 측은 기습개점을 단행했다. ‘신진마트’ 라는 간판은 내려지고,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간판이 내걸렸다.
간판도 맘대로 교체
이를 두고 지역 중소상인들은 “골목상권 소규모 슈퍼마켓을 타깃으로 대형마트의 상품 공급점들이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상품 공급점은 정식 등록하지 않은 불법 가맹점으로 유통법, 상생법의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규탄했다.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는 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상 간판 교체는 구청의 사전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이들은 이도 버젓이 위반했다”며 “관할 구청은 대형마트 이름 등 타사광고를 표시하고 있는 간판들에 대한 철거를 명령하고, 원래의 등록 상호명으로 간판을 재설치하도록 행정지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상품공급점 규제를 위한 법제정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유통대기업들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배진하 광주광역시 남구의원도 “확약의 중재 역할을 했던 남구청은 그 책임을 끝까지 지고, 상생발전을 저해하고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철수시켜 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는 4월 15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가맹본부에 해당하는 롯데쇼핑(주)과 (주)이마트에브리데이의 가맹사업법 위반사실이 있으면 이에 따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불법적인 가맹사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발조치를 취하라’고 강력 요구했다.
이들은 롯데쇼핑(주)과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상품 공급점에 대기업 간판 사용 허용, 상품공급, 경영 지원, 가맹금 수령을 하고 있으므로 가맹사업법에서 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며 관련법 위반 사실이 있으면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지역만 9곳이나
현재 광주지역 상품 공급점은 이마트 에브리데이 7곳, 롯데슈퍼 2곳 등 총 9곳에 달한다. 최근 들어서는 추가 출점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이들에 대한 제제가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대형마트와 SSM을 운영하는 대형유통업체들의 사업장 형태는 자기자본이 100%인 직영점과 일반가맹점으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일반가맹점은 본사 지분이 51%를 상회하는 경우와 그 이하인 경우로 다시 구분되는데, 전자의 경우는 유통법 등의 규제를 받지만 후자의 경우는 예외다. 그러다 보니 대형유통업체들은 신규출점이나 영업시간 제한 같은 자신들에 불리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일반가맹점 자신들의 지분을 51% 이하로 조정하는 수단을 이용해왔다. 사실상 지분이 51%를 넘더라도 명목상 그 이하로 조작을 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이같은 편법에 대해서도 여론의 지탄이 일었다. 그러자 대형유통업체들이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또 다른 꼼수가 ‘대형유통업체 상품공급점’이다. 한마디로 상품공급점이란 동네 개인마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뒤켠에서 실속을 채우는 형태다. 걸린 간판과 진열 상품은 모두 이마트에브리데이 것인데, 분류상 개인슈퍼마켓인 것이다. 이 또한 겉다르고 속다른 ‘변종SSM’인 것이다. 신진마트의 경우도 진열상품 대부분은 이마트로부터 공급받은 것이고, 특히 할인제품 대부분은 이마트의 것이었다.
상품공급점이 100% 개인사업자 점주 명의로 개설된 개인슈퍼라 유통법이나 상생법의 규제대상이 아닌 점을 노린 것이다. 중소유통업계에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대기업 지분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임의가맹점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일반가맹점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임의가맹점도 규제해야
지난 3월 19일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은 이와 관련된 중소기업청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전국 현재 SSM은 1,145개로 전년말 1,090에 비해 여섯달 남짓 동안 55개가 늘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이마트에브리데이(일반가맹점)와 에스엠마트, 한라마트, 상록스토아는 임의가맹점형 체인점포로 SSM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형태였다. 이같은 임의가명점형 체인점포는 2011년말 90개에서 다섯달만에 20개가 늘어났다. 상대적 비중으로 볼 때 최근 들어서는 SSM이 신규 개점하면 그 절반이 ‘변종SSM’이라는 얘기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대형유통업체들이 개인사업자인 슈퍼마켓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후 기존 슈퍼마켓의 간판만 바꿔단 채 상품을 독점공급하는 임의가맹점형 체인점포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 의원은 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대한 규제 여부를 (당시)지식경제부에 문의한 결과, 이마트와 개인사업자간의 계약에 해당되므로 규제할 방법이 없고 개인사업자가 이마트 간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률적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이 왔다”고 소개했다.
심 의원은 이같은 임의가맹점 체인점포도 SSM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낸 바있다. 개정안에는 기존 점포에 대해서는 2년간 유예하는 경과규정을 둬 자영업자들이 상품공급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전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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