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동네책방 긴급진단

“동네서점, 우리가 지켜내야 하고, 또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의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5000개가 넘던 동네서점 숫자가 불과 10여년 만에 반토막이 났고, 최근에는 1/3로 급격히 줄었다. 국민들의 책사랑 열기가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1994년, 5683개였던 동네서점 숫자는 90년대 후반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 서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다. 지난 2001년을 정점으로 인터넷 서점들은 매년 10% 이상의 급성장을 기록했지만, 동네서점 대표들에겐 시련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였다.

가격할인, 스스로 무덤판 꼴
각종 포인트와 경품도 부족해 무더기 할인경쟁이란 무한 경쟁에 돌입한 인터넷 서점들은 연일 승승장구하며 동네서점의 퇴출에 일조했다. 그 결과는 반값책 등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으며, 급기야 자신이 파놓은 무덤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상황까지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할인경쟁이 자신들을 옭아맬 무덤인지도 몰랐던 인터넷 서점들은 2009년부터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제로마진을 할 수밖에 없는 치욕까지 맛봐야 했다. 이후 인터넷 서점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출판시장은 이미 초토화된 상태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박 회장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인터넷 서점업계의 최근 현실은 무분별한 할인정책의 당연한 결과”라며 “출판업계에선 무리한 할인을 요구하는 일부 인터넷 서점들에게 도서공급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책은 문화다
일각에선 조만간 종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자출판이 꿰 찰 것이라고 언급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믿는 이가 더 많다.
인터넷의 보편화, 전자북의 등장, 스마트폰의 진화 등 IT를 기반으로 한 전자출판시대의 도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중대형 서점의 줄도산과 동네서점의 감소를 시대적 흐름으로 치부하기엔 명분이 떨어진다는 것이 도서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책 속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역사와 지식, 그리고 보편타당한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역사, 지식, 진리를 그저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고 갈기갈기 찢어놓은 자들이 바로 인터넷 서점들”이라며 “아직 늦지 않았으며, 도서정가제만 전면 시행된다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책과 동네서점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점 수 현황(1992~2011)

(단위 : 개)

▪전국 순수 서점 수 현황(1992~2011) (단위: 개, %)
연도별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9	2011
서점 수	5,371	5,221	5,683	5,549	5,378	5,170	4,897	4,595	3,459	2,646	2,328	2,247	2,205	2,103	2,065	2,042	1,825	1,752

*주 :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 서점 수 현황임. 2007년 이후 2년 단위로 집계하여 수록함.

*자료 :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한국서련, 도서정가제 마련에 총력
책값 거품 빼야 동네서점 산다

1994년 5700개서 2013년 1700개로 대폭 감소
동네서점에는 향수와 추억이 서려있다. 때로는 부모님의 손을 끌고서, 때로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빼곡히 놓여 있는 책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서점 안은 늘 북새통을 이루었다. 또 몇 권 남지 않은 인기 도서를 먼저 잡을세라 달음질을 쳐도 주인은 못 본채 그저 미소만 짓는다. 특히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규모 있는 서점들은 약속 장소로 널리 이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서점은 우리네 삶 깊숙한 곳까지 자리했지만, 이제는 예전의 정겨웠던 향수와 추억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동네서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서점, 얼마나 사라졌나
‘1994년 5700개 → 2013년 1700개?’ 바로 그 아래에는 ‘남아있는 동네서점이자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www.kfoba.or.kr 이하 한국서련)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 팝업창(7면 하단 그림 참조) 내용이다. 수치대로 라면 약 19년 만에 4000개가 사라졌다.
한국서련이 지난해 제작한 ‘2012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2247개이던 동네서점 숫자가 2005년 2103, 2007년 2042, 2009년 1825, 2011년 1752개로 감소했다. 자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동네서점이 가장 번성했던 1994년의 5700개 수치에 비한다면 약 2/3가 사라진 셈이다(표1, 표2 참조).

표1

▪전국 순수 서점 수 현황(2003~2011) (단위: 개, %)
연도별	2003	2005	2007	2009	2011
서점 수	2,247	2,103	2,042	1,825	1,752

표2

▪ 전국서점 수 현황 (2003~2011) (단위 : 개, 평)
연도	2003		2005		2007년		2009년		2011년
지역	순수	문구포함	순수	문구포함	순수	문구포함	순수	문구포함	순수	문구포함
서울	474	547	327	533	380	505	332	428	327	423
부산	289	301	176	287	201	269	182	238	177	224
대구	146	386	198	324	174	336	136	248	129	222
인천	107	167	106	174	96	157	87	136	83	127
광주	197	204	125	204	116	169	111	162	106	134
대전	192	240	139	227	121	202	112	188	109	173
울산	125	132	85	139	101	145	95	143	94	140
경기	199	467	282	463	264	457	233	396	221	334
강원	68	135	72	117	74	107	65	91	61	73
충북	49	115	64	103	49	97	45	96	42	90
충남	40	117	67	109	59	105	55	95	52	81
전북	87	197	114	185	95	167	90	162	84	139
전남	41	110	63	102	49	96	44	87	40	78
경북	92	199	122	197	105	183	96	158	90	146
경남	102	228	136	221	124	212	110	182	107	160
제주	39	44	27	44	34	40	32	36	30	33
계	2,247	3,589	2,103	3,429	2,042	3,247	1,825	2,846	1,752	2,577

대형서점도 두 손 들어
한 가지 특이한 점은 2003년 이후 꾸준히 늘기 시작해 2009년 43개이던 500평 이상의 대형서점 숫자가 2011년 35개로 감소한 것이다(6면 표3, 표4 참조). 인터넷 서점과의 치열한 가격할인 경쟁에서 버텨오다 경영난이 과중되자 대형서점들이 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말 대형 출판 물류업체인 북센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출판계의 부도 쓰나미를 예고했었다. 이듬해 1월에는 또 다른 출판 물류업체 수송사가, 3월에는 인천공항 내 8개 서점과 영등포 본점을 운영하던 GS문고가 각각 부도처리됐다. 또 6월에는 영풍문고 강남점(고속터미널)이 문을 닫았으며, 이후 각 지역의 토박이 대형서점들도 줄줄이 폐업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교보문고 역시 성장둔화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등 출판업계로선 2012년이 최악의 한해였다.
이와 관련, 한국서련 측은 “전자상거래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급격히 늘기 시작한 인터넷 서점들이 동네서점 몰락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그 영향으로 인해 대형서점들도 최근 몇 년간 부도의 위기에 처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서련은 골목상권 깊숙이 들어선 대형서점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인터넷 서점들의 제살깍기나 다름없는 할인정책으로 완전히 초토화된 도서유통시스템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도서정가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서점 뿐 아니라 오픈마켓, 홈쇼핑 등 비도서 업체들까지 도서유통시장에 가세하며 출혈 할인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3

▪ 연도별 서점수, 평균 전용면적 (단위 : 개, 평)
연도	2003년		2005년		2007년		2009년		2011년
지역	서점수	평균 전용면적	서점수	평균 전용면적	서점수	평균 전용면적	서점수	평균 전용면적	서점수	평균 전용면적
서울	547	51.6	533	59.3	505	74.2	428	104.7	423	90.3
부산	301	33.0	287	39.3	269	38.9	238	42.8	224	42.1
대구	386	24.4	324	28.8	336	28.4	248	40.3	222	48.4
인천	167	35.4	174	37.2	157	39.4	136	47.7	127	52.2
광주	204	22.1	204	24.8	169	36.8	162	40.2	134	47.2
대전	240	22.9	227	26.5	202	28.1	188	29.7	173	32.6
울산	132	20.3	139	20.7	145	21.2	143	28.6	140	36.0
경기	467	43.3	463	57.9	457	61.7	396	73.9	334	80.3
강원	135	30.6	117	34.3	107	43.1	91	55.7	73	71.1
충북	115	29.1	103	30.9	97	34.0	96	36.1	90	39.2
충남	117	28.1	109	35.6	105	41.0	95	48.7	81	54.6
전북	197	22.6	185	27.9	167	33.9	162	42.0	139	45.6
전남	110	32.4	102	38.2	96	41.8	87	43.9	78	54.9
경북	199	27.0	197	27.9	183	30.2	158	35.4	146	39.1
경남	228	26.0	221	32.2	212	34.1	182	44.4	160	49.2
제주	44	43.4	44	46.2	40	49.0	36	49.8	33	54.3
계	3,589	33.0	3,429	39.2	3,247	44.2	2,846	54.9	2,577	57.4

표4

▪ 규모별 서점 현황 (단위 : 개, %)
연도 규모	2003년		2005년		2007년		2009년		2011년
연도 규모	서점수	비율	서점수	비율	서점수	비율	서점수	비율	서점수	비율
20평 미만	2,017	56.2%	1,779	51.9%	1,525	47.0%	1,186	41.7%	958	37.2%
20평~50평 미만	1,106	30.8%	1,108	32.3%	1,126	34.7%	1,056	37.1%	954	37.0%
50평~100평 미만	266	7.4%	280	8.2%	318	9.8%	317	11.1%	348	13.5%
100평~500평 미만	180	5.0	230	6.7%	246	7.6%	244	8.6%	282	10.9%
500평 이상	20	0.6	32	0.9%	32	1.0%	43	1.5%	35	1.4%
계	3,589	100.0%	3429	100.0%	3247	100.0%	2846	100.0%	2,577	100.0%

가격할인 전쟁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처럼 인터넷 서점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량 구매를 전제로 한 막강한 판매파워 때문이다. 정가의 70~75%선에서 공급받는 동네서점들과 달리 인터넷 서점들은 대량 구매를 통해 50%까지 공급가를 낮출 수 있었다. 여기에다 각종 포인트나 마일리지로 무장한 인터넷 서점을 따라잡기란 오프라인 서점들로선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스24와 알라딘 등 매년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보였던 인터넷 서점업계도 2009년(3.52%)을 기점으로 급속히 하락, 2010년 1.75%, 2011년 1.82%로 영업이익율이 점차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제로마진 업체까지 속속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동네서점과 중대형 서점을 붕괴시켰던 할인경쟁 결과가 인터넷 서점업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비꼬았다.
한국서련 박대춘 회장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인터넷 서점업계 최근 현실은 무분별한 할인정책의 당연한 결과”라며 “이로 인해 출판사도 무리한 할인을 요구하는 일부 인터넷 서점들에게 도서공급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특히 “서점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반대를 했던 인터넷 서점업계도, 이제는 국내 출판문화 발전이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동네서점과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착한가격 만들기
한국서련은 도서정가제 확립을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국회 발의와 서점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하나가 바로 도서 가격의 거품을 없애는 것이다.
일부에선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수십년간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온 거품도 자연히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쪽에선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싼 제품을 찾고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서련의 그러한 움직임에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당장의 이익을 쫓는다면 결국엔 출판시장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출판사들은 과도한 할인경쟁 탓에 미리 높은 가격을 책정, 실제로는 할인 혜택이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착한 가격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할인과 경품을 부추기는 사회적 풍토 쇄신도 필요하다”며 “일례로 관공서의 도서류 공개입찰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저가 입찰을 적정가 입찰로 수정하는 것도 착한 가격 만들기를 실천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서련도 문제 심각성 인식 대대적 조사 착수

‘도서정가제 확립’ 개정안 발의 … 오랜 숙원 해결 ‘물꼬’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박대춘) 제37대 집행부의 공약사항이자 범출판인의 오랜 숙원인 ‘도서정가제 확립’ 실현의 물꼬가 트였다.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조항을 대폭 줄이고 직간접 할인을 포함, 도서정가의 10퍼센트 이내에서만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하 출판법) 개정안이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발의됐기 때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법 제22조를 일부 개정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김윤덕, 도종환, 윤관석, 신경미, 남경필, 강동원 의원 등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진보신당 문방위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서점신문 2월 15일자 기사).

서점업,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최종지정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 등 재벌급 체인형 대형서점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동반성장위가 지난 2월 5일 서적·잡지류 소매업을 포함한 서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2016년까지 3년간 대형서점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제한되고 기존 대형서점의 경우, 참고서 판매량이 지난해 말 수준으로 동결된다. 일부 제한적 사례에 따른 대형서점 신규 출점시에도 초중고 학습참고서의 판매가 1년 6개월간 금지된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서점업이 서비스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됨에 따라 대기업의 진입 및 확장을 자제시키는 것은 물론 학습참고서에 대한 판매 제한이 가능해져 중소서점이 최소한의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대형서점의 무분별한 사업추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던 중소 서점인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서점신문 2월 15일자 기사).

<도서정가제 개요>
1977년 12월 1일출판·서점계 합의로 정가판매제 실시
1980년 12월 31일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
1990년대 중반 이후온라인서점 등장으로 도서 할인 경쟁 심화
1999년도서정가제 입법 추진
2003년 2월‘출판 및 인쇄진흥법’ 시행(발행 1년 미만 도서에
한해 온라인 서점에만 10% 할인 허용)
2007년 7월 19일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오프라인 서점에도 10%할인
판매, 정가제 적용 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
2010년 7월 1일‘10% 추가할인’ 시행규칙 규정 시행
(신간 기본할인 10% + 판매가에서 10% 추가할인
허용으로 총 할인율 19% 가능)
-2013년 1월 9일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도서정가의 10%
이내에서만 직간접 할인 판매 가능)
*주-서점신문 자료

벼랑끝 동네서점=한국서련 박대춘 회장에게 듣는다
“이제 착한 가격 만들어야 합니다”

도서유통시스템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 강조
국내 출판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한마디로 도서유통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다. 출판시장의 마진율도 중요하지만 50% 이상이나 되는 할인율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형 인터넷 서점의 마진율이 작게는 20%에서 많게는 50%가 넘는 데, 출판사와 동네서점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인터넷 서점들의 저가 공세에 중견 출판사나 중대형급 서점들도 잇따라 폐업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자의 입장만을 고려한 정부의 정책논리도 국내 출판문화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출판시장, 더 나아가 동네서점이 살기 위해선 도서정가제의 올바른 정착 등을 통한 도서유통시스템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하루빨리 확보되어야 한다.

정부의 도서정가제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그렇다. 작년 6월에 열린 물가 관련 장관 회의에서도 도서정가제가 심도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도서정가제 적용예외 품목으로 지정된 초등참고서와 실용도서가 물가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일례로 이날 회의 자료로 배포된 ‘참고서 가격 안정 방안(최근 참고서 가격 동향)’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인 중·고등학교 참고서 가격은 안정세인데 반해, 초등학교 참고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물가안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즉 도서정가제 적용 서적이 오히려 물가안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 설정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좋은 예다. 특히 정부는 이날 회의 이후 도서정가제의 파괴에 따른 문제점과 그로 인한 심각성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의 원성을 두려워해 지금까지 쉬쉬해오고 있다는 것이 출판 종사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도서정가제를 엄격히 규정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도 예상되는데
물론 반발도 있을 것이다. 무조건 싸게 파는 것이 좋다는 단순지론에서 접근한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도서를 포함한 출판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의 산실이다. 지난 1월에 열린 ‘손톱 밑 가시를 찾습니다’라는 간담회에서도 ‘경품은 끼워주기나 덤주기인데, 어떻게 문화재를 끼워줄 수 있겠는가’라며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경품고시가 출판시장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역설했다.
이처럼 책은 정신적 양식을 담는 그릇이자 지식문화의 근간이기에 출판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들도 단지 ‘싸다, 비싸다’라는 단순지론이 아니라 ‘좋은 책을 제값 주고 사겠다’라는 착한가격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 지난 1981년 5% 이상 할인 판매를 금지토록 규정한 프랑스의 ‘랑법’은 무늬만 도서정가제인 국내 현실에서 본다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랑법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프랑스 도서정가제 제정에 큰 영향을 끼친 자크 랑 문화장관의 의지가 담긴 법이다. 특히 그는 의회에서 ‘책은 시장의 논리에 지배받는 일반 상품과 다르며, 수익 논리에 좌우될 수 없는 문화재산’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는 어떤가.
온라인에선 반값 도서가 판을 치고 있으며, 이것도 부족해 끼워팔기 책이 나올 정도로 출판시장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출판사와 오프라인 서점들이다.
국내에도 도서정가제가 일부 도입된 것이 사실이지만, 50%를 넘는 할인율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랑법처럼 보다 철저하고 완벽한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는
OECD 17개국에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은 인터넷을 포함한 오프라인 서점의 책값 할인율을 5%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5%와 50%의 차이는 너무 크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미국 아마존의 할인율도 5%를 넘지 않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문화재산 보호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파괴된 국내 출판시장의 현실에 대해 소비자, 인터넷 서점, 정부,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인터넷 서점의 문제에 대해
국내 출판시장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 바로 인터넷 서점이다. 인터넷 서점들은 단지 매출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갑의 위치에서 출판사의 고유권한이나 다름없는 책값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속에서 인터넷 서점들은 매년 몸집을 키웠지만,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한 출판사들은 오히려 부도와 폐업이라는 칼바람을 맞게 된 것이다. 그 여파가 인터넷 서점업계로까지 확산, 악어가 악어새를 물고 함께 죽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게 우리 출판업계의 현실이다.
이처럼 무너질 대로 무너진 출판시장은 동네서점을 외면한 채 인터넷 서점에만 입맛을 맞춰 가격 파괴에 파괴를 선언한 출판사, 여기에다 그 가격도 부족해 인하에 인하만을 거듭 요구하는 인터넷 서점들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 작품인 것이다. 지금도 일부 인터넷 서점과 출판사들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고집하고 있기에 도서정가제의 전면 시행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출판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도서정가제 비적용 대상을 없애고 직간접 할인을 포함, 도서정가의 10% 이내에서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9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에 의해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정치권을 압박하는 한편 유관 단체들과 함께 적극 공조해나갈 것이다.
서점업,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
서점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됨으로써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및 확장에 제동에 걸렸다. 특히 2016년까지 대형서점의 신규 진입 제한, 기존 대형서점의 참고서 판매량을 지난해 말(201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동결, 대형서점의 제한적 신규 출점의 경우에도 1년 6개월간 참고서 판매 금지 등의 조치로 최소한의 매출을 보장받게 된 동네서점 입장에선 어느 정도 숨을 트일 것으로 보인다.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 애써준 모든 회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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