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동안 양 단체에 소속돼 있던 단체들은 양측 소상공인 단체가 하나가 되기를 강하게 희망해 왔다. 대기업들로 인해 동네 철물점, 문구점, 정육점, 청과점, 반찬가게, 잡화상, 꽃가게, 빵집과 떡집, 가구점, 수퍼들이 다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소상공인 단체들마저 갈라져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았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특별법에 따른 법적 소상공인 단체의 발족을 앞두고 이 같은 여론은 더욱 강하게 일었다. 아울러 법적 단체의 인가를 내주게 될 중소기업청과 관련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는 정치권도 똑 같은 요구를 해 왔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업계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하나가 되고자 한다”며, “양대산맥이 한 줄기 거대한 산맥을 이루어 대기업의 파고를 뛰어넘고자 한다”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앞으로 큰 기업과 중간 기업, 그리고 작은 업체들이 공존하는 상생의 세상, 그리하여 우리 소상공인들도 어깨 펴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을 이뤄가고자 한다“라며, ”우리 소상공인들도 떳떳이 자신의 일을 가업으로 물려주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같이 손잡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대통합 취지를 설명했다.
소상공인 단체 출범 초읽기 돌입
주도권 대립하던 두 단체 통합 결정
소상공인연합회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던 두 단체가 지난 2월 28일 통합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2011년 12월 ‘소상공인지원 특별법’ 개정을 통해 법적 정당성을 가진 소상공인 단체의 설립 기반이 마련된 이래, 1년 넘게 끌어 온 법적 소상상공인 단체의 정식 출범이 가시화 되게 됐다.
그동안 김경배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장이 주도하는 소상공인연합회와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장이 주도하는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두 단체가 법적 소상공인 단체의 주도권을 놓고 대립해 왔으며 이것이 소상공인 단체의 출범이 늦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었는데, 이번에 통합에 합의하면서 연합회 출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개 단체가 설립 신고
두 단체가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참으로 복잡하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 전국 소상공인 단체의 법제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김경배 회장 측이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말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이하 전소연)를 결성한 뒤 소상공인 관련 법안의 제정 및 개정을 위한 많은 활동들을 하였고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2011년 말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이 법적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 단체의 결성을 인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다음으로 김진용 (사)한국이용사회중앙회 회장을 대표로 하는 소상공인 단체가 있었다. 전국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를 모태로 하는 이 단체는 2011년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삼성카드 결제 거부운동,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 결성 등을 통해 소상공인 단체 운동의 또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했다.
이 두 단체는 각각 2012년 8월 31일(김경배 회장 측)과 9월 31일(김진용 회장 측)에 별도로 중기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중기청의 서류심사 및 실사 과정에서 두 단체 모두 자격미달로 판정됐다. 원래 중기청의 기준에 의하면, 전국소상공인연합회 법정단체 설립의 최소 조건은 전국적으로 9개 시도 이상의 지역을 활동범위로 하는 전국적인 소상공인 단체 20개 이상이 연합해야 하는 것과, 개개의 소상공인 단체는 5인 미만의 사업장(제조, 건설, 운송, 광업은 10인 미만)을 가진 순수 소상공인들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기준에 의거, 양측 구성 단체에 대해 실사를 벌인 결과, 양측 모두 ‘20개 단체 이상의 연합’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두 단체 간에 변화가 발생했다. 김진용 회장이 소속된 연합회가 내부의 의견 불일치로 갈등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측 연합회와의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김진용 회장측이 김경배 회장측과 1차 통합을 이루게 됐다.
이에 직능단체연합회 측은 오호석 ‘골목상권지키기 소비자연맹’ 대표와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찬근 회장을 공동회장으로 하는 소상공인연합회를 따로 결성해 중소기업청에 설립신고서를 내게 된다.
두 단체간 합의에 중기청 역할
결국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을 감안, 그동안 ‘소상공인단체 연합회’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해왔던 두 단체는 서로 간의 양보를 통해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이다.
두 단체가 통합을 하면서 그동안 문제가 됐던 ‘전국 소상공인 단체 20개 이상의 연합’이라는 기준도 크게 문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단체 통합 과정에는 중기청의 막후조정 작업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중기청 입장에서는 두 단체가 강하게 대립하면서 특정 단체에 설립 허가를 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명분에서는 김경배 회장 측이 앞서 있었으나, 이 단체에 설립허가를 내 주었을 경우, 일게 될 상대 단체의 강한 반발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주문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은 진즉부터 소상공인 단체가 통합해 단일 소상공인연합회를 결성하기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결국 소상공인단체 안팎의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양 단체간 통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연합회 할 일 산적,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이제 출범하게 될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720만 소상공인의 대표단체로서(자영업자 585만여 명에 보수를 받지 않고 일을 돕는 가족 135만여 명 포함)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목에 걸린 가시인 대기업들의 시장잠식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켜내야 하며, 손톱 밑의 가시들인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서비스분야 적합업종 지정, 재래시장 활성화 등을 이제는 연합회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철저한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통해 자립적 기반도 갖춰야 한다.
이후 소상공인연합회는 3인을 공동대표로 하는 통합 창립 총회를 오는 21일 개최할 예정이며, 통합 연합회 설립 신고서가 접수되면 중소기업청은 이 단체에 대한 실사를 한 후 정식 설립 인가를 낼 예정이다.
설립 신고시 접수 후 21일 이내에 인가를 내주게 돼 있어, 빠르면 4월 중순 안에 통합 소상공인연합회가 탄생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영환 기자 sbnew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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