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박 사장은 오래 전부터 세탁업에 대한 혁신을 꿈꿔왔다. 자본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세탁대행업체의 요금체계는 무언의 압박이었고 세탁업을 계속할 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기에 족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골목세탁소를 접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볼 것인가를 고민하던 드는 오랜 숙원이던 큰 세탁소를 한 번 해보기로 작정한다.
고객 반응 금방 달라져
아파트까지 팔아서 기계를 도입하고 점포를 넓히며 시설을 현대화하였다. 결단을 현실화하는데 임대료를 포함하여 총 3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었다. 어지간한 뱃장과 자신감 아니면 불가능한 결단이었다. 이전의 골목 세탁소에서는 엄무도 내지 못할 안내데스크도 따로 만들어 세탁물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작업을 시도하였다.
사람을 대신하는 기계의 도움은 상대적으로 세탁소를 찾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여유를 주었다. 컴퓨터로 고객관리를 시작하며 전혀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자 고객들의 반응은 금방 달라졌다.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 새로운 형태의 세탁소에 대한 수요가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금방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심지어 다른 시와 군에서까지 고객들이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고 그의 변화는 대성공을 불렀다. 이제는 자신을 옥죄던 프랜차이즈 세탁대행업체보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할 힘이 생겼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만든 집념의 성공신화라 아니 할 수 없다.
친목계 사장들 “나도 나도”
박사장의 변신과 성공은 함께 친목계를 하던 몇 몇 세탁소 사장들을 자극시켰다. 혹시나 하며 반신반의하던 그들은 지체없이 박사장처럼 세탁소를 바꿔보겠다고 했고, 기왕 바꾸는 거 프랜차이즈처럼 “세탁백화점”이라는 상호를 다 함께 사용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광고가 더 잘되고 효과가 배가 될텐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광주의 대표적인 세탁소 공동상호인 세탁백화점이 탄생한 것이다.
그 결과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협업의 맛을 들인 그들은 세탁자재에 대한 공동구매를 통해 20% 가까운 비용도 절감하였다. 힘이 모이고 상호가 통일되니 자연스럽게 지역민방에 광고도 진행하게 되었다.
이제는 각자의 점포에서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을 나누어서 처리하는 분업도 한다. 당연히 고객들의 ‘세탁백화점’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일에 신바람이 날 수 밖에 없다. 함께 공동상호를 사용하며 협업에 동참한 다른 매장의 경우 이전에 비해 4 배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니 협업의 효과는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대량 세탁 수주 가능
대형화, 자동화는 그동안 소화할 수 없었던 대량 세탁물 수주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학 기숙사 세탁물을 수주하는 쾌거도 따랐다. 광주에 머물던 ‘세탁백화점’ 상호가 이젠 목포에 까지 진출했다. 세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고 세탁소 규모와 시설이 엇비슷하면 공동상호를 달 수 있다.
가맹비도 없고 공동구매 등에 별도의 수수료도 없으니 조건을 갖추어 참여하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규모와 시설이 따르지 못하는 골목세탁소들의 불만도 없지 않다. 요금을 프랜차이즈 업체와 맞추며 경쟁력을 키우다 보니 상대적으로 골목세탁소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에 대해 박사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통해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자들에게 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세탁소가 대형화와 자동화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자본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에 고객을 다 뺏길 수 밖에 없다는 게 박사장의 생각이다.
‘세탁백화점’은 올해 협동조합 설립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대형세탁물이나 특수세탁물도 자체 처리할 계획이다.
취재를 마치며 세탁소 경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물었다. 박사장은 지체없이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그만큼 세탁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뜻일 것이다. 다른 골목세탁소들의 매출 하락 아우성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신장을 구가하고 있는 박사장의 ‘세탁백화점’의 이야기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오흥근 기자 sbnews777@naver.com
세탁백화점이 성공한 이유는
세탁백화점의 협업화 성공사례의 이유로 박사장은 다음의 것들을 꼽았다.
우선 협업에 참여한 주체들 각자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꼽았다. 만약 세탁백화점이 영세한 세탁소들의 연합체였다면 세탁백화점의 브랜드 가치는 지금과 같지 못했을 것이며, 공동 구매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와 공동 광고나 공동 작업장 등도 어림없었을 것이라고 박사장은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참여 주체들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꼽았다. 협업에 참여한 주체들은 자주 만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들을 합의한다. 역할 분담도 그때그때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한다.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큰 분란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공동브랜드 이전, 친목계 시절부터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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