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 재탕 화환 반드시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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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화환은 전국의 약 5만 영세 화훼인들을 거리로 내몬 우리 업계의 고질적 병폐이자 최우선 척결 과제입니다. 재탕 화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우리의 권리 역시 찾을 수 없습니다.”
재탕 화환 문제에 대한 박민숙 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일부 도매체인형 매장들의 그릇된 상술에서 비롯된 재탕 화환이 관련업 종사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화훼업종 진출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통신사, 카드사, 공공기관이 매년 수십억 원이 넘는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영세 화훼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재탕 화환은 대기업이나 도매체인형 매장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들과 결탁해 뒷돈을 받고 화환을 되파는 장례식장이나 예식장의 오랜 관행이 한몫하고 있다”며 “화환 후처리를 장례식장에 일임한다는 계약 문구가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는 지에 대해 관계 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회장은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재탕 화환이 바람직하다면 ‘재사용’이라는 문구를 사용토록 제도를 보완하고, 환경 보건 측면에서 재사용이 부당하다면 생활용·음식용·산업용·재활용으로 각각 구분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버리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화환을 재활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폐기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관계 부처의 대처 역시 오리무중이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열린 ‘손톱 밑 가시를 찾습니다’ 간담회에서 화환이 재활용 대상인지, 폐기물 대상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질의했지만, 관계 기관들은 만족스런 답변을 못했다는 후문이다.
농림수산부 추산 연간 7000억 원의 화훼 시장 중 60% 이상을 대기업 및 공공기관을 포함한 도매체인들이 잠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탈법적으로 거래되는 재탕 화환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배적 견해다. 또 봄철 도로변이나 관공서 주변에 장식되는 초화류를 지자체가 직접 재배하는 시하우스도 문제다. 시하우스는 화훼육성 정책에도 위반되는 행위이며 대기업의 횡포와 다를 바 없다고 박 회장은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월 발표된 제21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화훼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사실이다. 하지만 도매시장의 불법 소매행위를 근절키 위한 도매시장출입카드 사용 의무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박 회장은 강조했다. 특히 박 회장은 “도매체인에게 빼앗긴 60% 시장을 되찾기보단 나머지 40%를 어떻게 하면 지킬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둘 - 화원인증제도 정착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야만 한 사람의 플로리스트(화훼 전문가)가 만들어지는 외국과 달리 화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내 환경은 척박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04년 화훼의 기능과 역할이 커짐에 따라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제도를 신설했지만 직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원예학과를 폐지하고 조경디자인, 원예치료, 생활디자인 등의 학과를 확대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며 “화훼장식기능사를 국가 공인 자격제도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화원인증제도가 정착된다면 화훼인들의 처우 개선뿐 아니라 비전문인의 꽃집 창업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세청은 과거 오랫동안 사용돼왔던 사업자등록증상의 ‘생화’를 ‘산식물’로 대체한 것과 관련해 박 회장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산식물(생물학적 의미에서 식물)이라는 포괄적 용어가 사용되면서 장례서비스업이나 산후조리원처럼 화훼업이 하나의 업종으로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은 “사실 꽃은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장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누구나 쉽게 오픈할 수 있는 업종입니다. 하지만 밤에 독성물질을 발산하는 식물처럼 관리 방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꽃가루의 피해 예방 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먹고 마시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꽃이 인간에게 주는 문화·정신적인 부분과 함께 환경보건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화원인증제도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하기도 했다.
셋 - 유류할인제도 도입
박 회장은 “화훼 종사자 80%가 택배(용달)서비스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용달사업자의 유류할인 제도가 화훼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또 택배서비스 업체에만 허용되는 사전경고제(20분 동안 주정차 가능)가 화훼업에도 확대 적용된다면 종사들의 업무환경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넷 - 정부의 산지 공급가 조절
박 회장은 “비수기(평균 3000원 내외)와 성수기(평균 11000원 내외) 때마다 들쑥날쑥한 산지 가격차로 인해 최종 공급처인 화훼매장도 경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며 “산지 출하 조절 등을 포함해 정부가 산지 공급가 조절에 적극 개입한다면 농가나 화훼매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섯 - 화훼산업 관련법 제정
박 회장은 “화훼산업 육성을 위한 화훼 관련법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앞서 언급한 화원인증제도, 유류할인제도, 사전경고제, 산지 공급가 조절 등의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화훼 종사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화훼산업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화훼업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는데...
화훼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됨에 따라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신규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란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화훼 종사사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소비자 대상의 꽃배달 소매업(B2C) 마진(수수료)을 주문 상품가의 20%이하가 되도록 책정해야 된다. 또 실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화훼류(생화, 관엽, 동·서양란 등) 취급 및 화환 자체 제작이 가능한 화원들만이 꽃배달서비스 가맹점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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