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론키로...제과협 “파리바게트 꼼수 문자”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는 지난 12월 27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20차 전체회의를 열고 서비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안을 상정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내년에 재논의키로 했다.
위원회는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의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서둘러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발표했다.
위원회는 적합업종 지정을 보류한 이유와 관련, “제빵제과 부분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대기업 및 제과협회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제시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파리바게트 계열 가맹점들의 시위가 적합업종 지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셈이다.
한편 대한제과협회(회장 김서중)는 이에 강력 반발했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만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신규 가맹점 확장을 자제하면, 기존 가맹점 입장에서는 제빵제과업의 적합업종 지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그런데도 가맹점들이 시위를 벌인 것은 분명히 파리바게트 본사의 부추김에 의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증거로 본사가 가맹점들에게 일제히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며, 문자 메시지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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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 일년동안 뭐 했나’ 비난 봇물
제과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파리바게트는 전국의 가맹점들을 상대로 동반위 항의집회에 참석하라는 장문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 이하 동반위)가 지난 7월부터 강력 추진해 온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사업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27일 동반위는 제20차 동반위를 열고,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더 시간을 가진 뒤 재논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의조정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일부 품목의 경우 중소기업자간 내부의견 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골목상권을 지키고자 하는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은 이번에도 유야무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 유야무야 되나
우선 지난 해에 진행된 제조업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사업에 비해 속도가 너무 더디다. 지난 해에는 5월부터 적합업종 신청 접수를 시작해 9월 27일 1차 16개 품목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을 결정하기까지 불과 4개월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11월 4일 2차로 25개, 12월 13일 3차로 41개 품목 등 총 82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지난 해 업무를 마무리했다. 애초 신청된 234개 전체 품목에 대해 일일이 현장조사를 진행한 후,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불과 7개월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그 진행과정에서 대기업들의 반발은 상상 이상이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4월 27일 전경련과 대한상의, 경총 등 경제 3단체와 대한건설협회 등 7개 업종별 단체는 동반위,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에 가이드라인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6월 15일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 품목의 중기적합업종 타당성 분석보고서’라는 보고서까지 내면서, 레미콘, 데스크톱PC, 유리식기, 재생타이어 등 6개 품목에 대해 중기적합업종 선정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1차 적합업종 선정 후 대기업측의 반발이 더욱 가열되자, 당시 정운찬 위원장은 “사회적 압력이 법보다 훨씬 더 무서울 때가 있다”며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비해 너무 더디다
이에 반해 올 7월부터 이뤄진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작업에 대해서는 지난 해에 비해, 대기업측의 반발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더욱이 지난 해에 비해 신청 품목 자체가 절대적으로 작았다. 현재까지 서비스 분야 적합업종 신청 품목은 43개 품목에 불과하다.지난 해에 비해 1/6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반위는 이같은 신청 품목 전체를 놓고 적합업종 지정여부를 일괄 결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43개 품목을 생계업종과 비 생계 업종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검토에 들어갔던 품목은 비생계형 품목을 제외한 26개 품목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비생계업종으로 분류된 산업용재, 안전보호구, 식품 도매, 계란 유통업 등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대기업의 시장잠식 속도가 심각한데 동반위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업무의 과포화가 우려된다며 생계업종 우선 지정 추진 입장을 고수해왔던 동반위였다.
동반위 의지 의심
동반위가 생계업종에 대한 1차 적합업종 선정마저도 미뤄버리자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앙회)가 강력 반발했다. 중앙회는 이 날 성명서를 통해 “서비스업 적합업종으로 제과점, 자판기운영업, 꽃소매업, 자전거소매업, 서적·잡지류 소매업, 중고차판매업, 가정용가스연료(LPG)소매업 등 7개 업종을 지정하기로 했다가 위원 간 논의 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내년에 논의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중앙회는 ‘대·중소기업간 자체합의가 이루어진 「화원, 서점」품목’에 대해서도 발표를 유예한 것과 ‘적합업종 실무위 권고안으로 의결한 「LPG소매, 자동판매기 운영, 중고차 매매」품목에 대해서도 논의 없이 모두 연기 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앙회는 “동반위가 생활형 서비스업종의 소상공인들의 현장 애로를 무시한 처사로 볼 수 있다”고 개탄해 마지 않았다.
동반위, 약자 현실 외면
여기에 더해 제과점 품목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 동반위는 ‘일부 품목의 경우 중소기업자간 내부의견 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세워 적합업종 선정을 유예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파리바게트 가맹점들은 지난 12일과 26일 연거푸 동반위를 방문하거나, 집단 집회를 통해 “제과 품목의 적합업종 지정을 반대한다”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였다. 이에 대해 동반위는 파리바게트 가맹점들과 일반 제과점 업계간 ‘이견이 있다’며 적합업종 지정 연기의 이유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동반위의 이같은 처사에 대해, 같은 파리바게트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동반위의 이 같은 판단은 사회의 저변에 있는 약자들의 공포와 고통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표”라고 분개해 했다.
그는 “가맹점 입장에서는 적합업종이 이뤄져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다면 100% 반길 일이지 왜 반대하겠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점들이 표면적으로 반대에 나서는 것은, 그렇게 행동하라는 본사의 지침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반위가 약자들의 이런 비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이런 현실을 적합업종 지정 유예의 이유로 드는 것은 “동반위의 인식 수준이 매우 낮거나,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적합업종 지정의 의도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가맹점 집회, 파리바게트가 부추겨
이와 관련해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파리바게트 가맹점들이 동반위를 방문하거나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면에 파리바게트 본사의 실질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제과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파리바게트는 전국의 가맹점들을 상대로 동반위 항의집회에 참석하라는 장문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자에는 ‘매우 중요! 지난번 동반성장위 앞 시위가 인원이 적어서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내일 1시반 본부당 100명 이상씩 총 400명 이상이 모여 항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마지막 집회는 전사적으로 조직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동반위는 가맹점들의 표면적인 반대 행위를 ‘중소기업자간 내부 의견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동반위 김종련 적합업종팀장은 “대기업의 논리에 전혀 휘둘리지 않고 있으며, 내년 1월 경 더 많은 품목과 함께 적합업종 지정 품목을 일괄 발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과연 동반위의 이러한 답변이 맞는지 여부는 내년으로 넘어간 적합업종 지정 발표의 시기가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수준의 규모로 이뤄질 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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