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재산권을 앞세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이하, 한국MS) 앞에 우리나라 PC방들이 제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사장 최승재, 이하 인터넷서비스조합)은 17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전국에서 몰려온 1천여 명의 PC방 업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MS 규탄 대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밝혀진 한국MS의 횡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MS사는 우리가 컴퓨터를 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개발한 업체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인 한국MS는 지난 11월부터 기존 윈도우7보다 진일보된 윈도우8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PC방들은 기존 사용해오던 윈도우7이나, 그보다 일찍 출시된 윈도우 XP 프로그램을 사용해 영업 중이었다. 특히 윈도우 XP 프로그램의 경우 고객들이 PC를 즐기는 와중에 자꾸 에러가 생기는 문제점이 있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되면 적절한 시기에 형편을 보아가며 좀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매장을 업그레이드하게 마련이다.
한국MS의 이상한 행동
한데 한국MS는 윈도우8 출시와 함께 눈에 뭐가 쓰인 것처럼 이상한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제물은 애꿎은 PC방이었다. 한국MS는 전국의 PC방을 무작위로 골라 무차별적으로 공문을 발송하거나, 불시에 방문을 하여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PC방에서 사용 중인 윈도우XP는 불법이니, 새 프로그램인 윈도우8를 구매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법적인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과 총판업자들까지 총동원됐다. 이들은 순식간에 대부분의 PC방들을 범법자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 결과 전국의 PC방들이 혼비백산에 빠지게 됐다. 굴지의 대기업들과 법정에서 붙으면 살아남을 업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이 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1천여 명의 PC방 업주들이 참여했다. 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업계의 특성상 거의 영업을 전폐하고 몰려든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로 PC방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절박했다.
지 맘대로 계약 해석
이 날 집회에서 PC방 업주들은 세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는 계약의 안정성의 문제다. 이들은 한 마디로 “지들 좋을 대로 계약을 만들었다 뒤집었다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PC방들은 현재 일부 PC방들이 쓰고 있는 윈도우XP 프로그램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2010년에 벌어진 한국MS와의 법정공방 결과 이미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도 한국MS 측은 윈도우XP 프로그램을 PC방들이 불법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PC방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판매한 총판업자가 한국MS로부터 총판계약을 맺은 업체였다며 반발했다. 그 결과 해당 업체들은 검찰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그렇게 일단락됐던 문제를 MS측에서 다시 들고 나온 것에 대해 PC방들은 아연해 하고 있다.
춤추는 가격정책
두 번째, PC방들은 한국MS 측의 일방적인 가격 정책과 프로그램 정책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한국MS는 PC방용 윈도우7 가격을 2010년 7월 12만원대에 출시했다. 그런데 똑 같은 프로그램을 현재에는 20만원 후반대까지 끌어올렸다. 특별한 이유없이 일방적으로 두배 이상을 올려버린 것이다. 더욱이 현재는 이 프로그램을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다. 한국MS 측이 갑자기 공급을 끊어버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격이라는 게 PC방들은 똑 같은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어떻게 MS의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르고, 더욱이 배 이상 오를 수 있냐며 개탄하고 있다. 또 일방적으로 제품 공급을 끊어버릴 수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셋 째, 정품을 사고도 2년만에 한번씩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 지출하도록 하는 계약이 어떻게 가능한 지 되묻고 있다. 기존에도 윈도우7 출시와 함께 동일한 제도가 오르내리다가 잠잠해진 적이 있다. 한국MS 측은 어떻게든 PC방을 우려먹으려고 이성을 잃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없던 제도를 새로이 시행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MS는 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천만원 추가비용 내야할 처지
PC방들은 이 모든 것의 귀착점이 한국 MS 측의 독점적인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원래 물품을 파는 사람들은 물품을 사는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서비스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게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PC방들은 MS 입장에서 최대의 고객 업종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PC방이 한국 IT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한 고객집단을 놓고 한국MS 측이 벌이고 있는 행태는 정상적인 영업행태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 만큼 독점적 기업의 권한 남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PC방들은 방등에 떨어진 불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MS의 새 프로그램 정책으로 한국MS측의 요구대로라면, 당장 개개 PC방들은 수천 만원 대의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될 처지다.
시중에서 48,000원이면 살 수 있는 윈도우8 프로그램을 PC방에서는 28만원씩 주고 구매해야 한다. 만일 PC 50대를 두고 있는 PC방이라면 이 프로그램 도입과 동시에 1,400만원을 고스란히 새로이 투자해야 한다. 더욱이 한국MS는 PC방들이 이 프로그램을 구매한다 해도 2년마다 한번씩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라이선스 제도까지 새롭게 들고 나왔다. 이번에 정품을 구매해도 2년마다 한번씩 또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 국민 예외없다
그러지 않아도 PC방들은 과밀화와 정부의 PC방 옥죄기 정책으로 고사직전의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MS까지 나서서 PC방들을 향해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PC방 업주들은 정부에 대해 “한국MS사의 반독점적 행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말 것”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IT식민시대의 종식을 위해 국산 OS개발을 국가정책으로 삼아 국민들의 잠재적 범법자의 불안과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MS의 PC방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다국적기업 MS의 독점의 손길은 숙박업소, 스크린골프장 등 이미 다른 업종으로도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국민들에 대해서도, “국민 모두가 한국MS의 독점지위의 남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언제 MS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내 사무실, 내 직장이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사용자로 전락하게 될 지 알 수 없으며, 주기적으로 라리선스 비용을 물어야 할 지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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