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해거름녁 강남구 역삼동 넥슨 코리아 건물 앞에 모여든 PC방 업주들은 매우 격해 있었다. “넥슨의 불공정 행위 규탄 및 PC방 소상공인 생존권 궐기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는 IT 선진국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IT 선진국이라면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이렇게 후진적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넥슨에 대한 분노로 비화
그 동안 곪았던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1월부터였다. 일부 PC방들 사이에서 게임료 오과금 문제가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게임이 종료돼 있는데도 과금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 도처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수많은 제보가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 舊 한국인터넷PC방 협동조합, 이사장 최승재, 이하 조합)에 답지됐고, 이는 10월 정기 국회 국감에까지 비화됐다. 하지만 PC방 업주들 사이에 “우리나라는 IT 후진국이다”라는 비아냥거림과 넥슨이 ‘흡혈귀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오명으로 회자되게 된 계기는 그 이후의 오과금에 대한 넥슨의 처리 방식 때문이었다.
넥슨은 이같은 오과금 문제의 처방으로 각 PC방에 오과금을 발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됐는데도 이 시스템으로 잡히지 않는 오과금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게임 재벌에게 영문도 모르는 오과금을 내다 바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분노로 비화되고 있다.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넥슨
게임 대기업 넥슨의 일방적인 영업 방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PC방 고객들은 PC방에서 던전앤파이터 무료 버전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일반적으로 게임사들은 각 가정집에서 이용하는 게임 무료 버전을 PC방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 놨다. 이에 따라 기존 고객들은 PC방에서 던전앤파이터 무료 버전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넥슨에 귀속됨과 동시에 게임방의 무료버전이 사라져버렸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넥슨은 가정집에서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사 게임들을 PC방에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PC방으로 하여금 해당 게임을 돈을 주고 사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한 PC방 업주 이준영씨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의 경우라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후에 매입한 게임에 대해서까지 갑자기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매일 다니는 길을 하루아침에 막아버리는 것처럼 매우 야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2년여 전에도 써든어택이라는 게임을 매입하자마자 넥슨은 똑 같이 PC방에서 해당 게임의 무료버전을 차단한 적이 있다.
넥슨, 끼워팔기의 명수
다른 게임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넥슨의 통합정량제도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타 회사들의 통합정량제는 개별정량제를 병행 이용할 수 있는 정량제다. 뷔페 식당 예를 들면 이 시스템은 일정한 돈을 내 놓고 이것 저것을 골라먹는 시스템과 같은 방식이다.
반면 넥슨의 통합정량제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통합정량제를 가입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가게들을 들락거리며 원하는 음식들을 사와야 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업주들은 원하지 않는 게임까지 묶여있는 통합정량제에 가입해야 한다. 그 결과 넥슨은 “비인기 게임까지 묶어 파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PC방들은 밤낮없이 일해도 생활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휩싸여 있다.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고, 그 속에서 끝없는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PC방의 인프라에 힘입어 넥슨은 계속 업계 1위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넥슨과 PC방 사이에 상생이라는 덕목이 참으로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PC방과 함께 성장해 온 만큼, 다른 한편 PC방들에게 베풀 줄도 알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그간 문제가 돼 온 1분 또는 10분 단위 과금제를 업계 최초로 초 단위로 과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아울러 “과금을 로그아웃 시점으로 전환해 그 동안 로그인과 함께 과금함으로써 발생해온 오과금의 한 원인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이 영업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넥슨은 성장의 파트너이자 고객인 PC방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성 명 서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 서비스협동조합의 넥슨에 대한 요구
1. 다른 게임사들과 다르게 유독 넥슨만 비가맹PC방의 무료게임 이용을 차단하고 있다. 다른 게임사들처럼 제대로 된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하여, PC방에서 자발적으로 가맹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비가맹 PC방의 무료게임 이용을 허용하라.
2. 넥슨은 오과금 문제가 계속되는데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하지 않고 오과금 발생을 발견하여 보상하는 시스템을 추가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지금도 거의 모든 PC방에서 오과금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오과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을 할 때까지 과금프로그램의 공개적 검증을 실시하거나, 관리프로그램 등과의 비교를 통해 후불제 요금을 도입하라.
3. 넥슨은 작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의원실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엔지니어들이 과금단위가 10분, 1시간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 1분으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 넥슨이 과금을 정량제로 바꾼 이후 누적된 낙전 수입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은 국정감사 당시 오과금은 소수의 PC방의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지금도 거의 모든 PC방에서 오과금이 발생하고 있다. 낙전수입과 오과금으로 얻은 부당이익에 대해 PC방 소상공인 혹은 사회에 환원하라.
4. 넥슨은 해당게임을 이용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별도의 콘텐츠 요금을 PC방 운영을 위한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엔씨소프트나 블리자드사 등은 개인이 게임을 결재한 경우 PC방 과금이 되지 않는다. 즉, 별도의 콘텐츠 요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PC방-넥슨은 게임이용자가 별도의 콘텐츠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서비스 판매방식을 변경하고 PC방 소상공인이 게임콘텐츠를 유통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상적인 유통환경을 조성하라.
5. 넥슨은 게임 내에서 승부심과 사행성을 조장해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고 있으며, 해킹으로 인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동의없는 개인정보 활용, 게임아이템 환불 거부 등 자사의 이익만 앞세운 행태를 보이며 많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해 왔고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 해왔다. 아이템 판매를 위한 승부심과 사행성 조장을 그만하고 게임과몰입 방지 등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라.
관리자 @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