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일이었던 지난 9월 9일 서울 상봉점, 양재점, 양평점, 부산점, 울산점 등 전국 7곳 매장 전부에서 영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9월 12일, 의무휴업일에 영업을 강행한 코스트코 각 매장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랑구와 서초구는 각각 상봉점과 양재점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영등포구도 양평점에 대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서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배짱영업’에 적극 대응할 움직임이다. 부산 수영구와 경기도 고양시, 대전 중구, 대구 북구도 같은 날 영업을 한 코스트코 부산·일산·대전·대구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방침을 정하거나 검토 중이다. 다만 울산점은 지난달 31일 개점해 의무휴업 안내장을 받지 못한 관계로 과태료 부과 조치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는 1차 1000만원, 2차 2000만원, 3차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 국내 대형유통기업들은 법원의 영업제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후 의무휴업일 영업을 재개했지만 소송에 참여하지도 않은 외국계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영업을 강행한 것은 국내 법률에 근거한 영업제한 처분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지하다시피 당초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들은 각 지자체가 조례에 의거해 의무휴업제를 시행하려 하자, 법원에 영업제한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인 이후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국내 대형마트 중에서도 소송을 내지 못한 점포는 의무휴업을 지키고 있다. 이에 비춰보더라도 코스트코의 영업강행은 국내 규정을 근거없이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코스트코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TV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는 영업제한을 하지 않고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은 평등권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영업을 재개하기 전 코스트코 상봉점은 중랑구청에 보낸 공문에서 “영업 규제는 위법하므로 더는 적용할 수 없다”며 “상봉점을 포함해 휴업이 의무화됐던 모든 지점의 영업이 즉각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욱이 코스트코 측은 ‘(자신들은) 창고형 할인매장 형태 영업으로 광역상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무휴업일에 영업을 강행하더라도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에 직접적 피해를 입히지 않으므로, 굳이 의무휴업에 동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은 국내 업체와는 달리 여론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며 “정부의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만 불리하게 적용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지난달 말에도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울산점 개점을 강행해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한편, 이같은 코스트코의 공격적 영업전략에 대해, 유통업계는 한미 FTA 발효가 일정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발효는 코스트코 코리아에게 호조건으로 작용한다.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코스트코는 한미 FTA 상의 ISD 조항을 내세워 즉각적인 가처분 소송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의무 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 단축 조례 등도 한미 FTA 협정 위반으로 묵살될 수 있다.
대기업유통, 대형마트로 골목상권 잠식
사업조정신청건수 SSM 줄고 할인점 늘어
정부의 슈퍼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이번에는 대형마트ㆍ할인점ㆍ식자재품 유통 등 다른 업종에서 대기업과 중소상인간 마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이 22일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김한표(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중소기업 사업조정 신청현황’ 자료에 따르면 SSM 입점과 관련, 최근 4년 간 중소상공인들이 중기청에 신청한 사업조정신청 건수는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ㆍ할인점 등 기타업종 입점과 관련된 사업조정신청 건수는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SSM에 대한 사업조정신청 건수는 2009년 121건, 2010년 117건, 2011년 93건, 2012년 7월말 현재 51건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지만, 대형마트ㆍ할인점ㆍ식자재품 유통 등 기타업종에 대한 사업조정신청건수는 2009년 23건, 2010년 30건, 2011년 34건, 2012년 7월말 현재 40건에 이르는 등 증가추세를 보였다.
SSM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 혹은 할인점 개점을 통해 골목상권 공략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9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접수된 기타업종에 대한 사업조정신청 건수 중 대형마트ㆍ할인점 입점과 관련된 사업조정신청건수는 총 56건이었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마트 12건, 롯데키즈마트 1건 등이었다. 이밖에 대형마트로 분류되지 않은 할인점 등은 홈플러스 14건, 이마트 6건, 롯데마트 5건, 롯데아울렛 2건, 코스트코 1건 등이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상베스트코 등 식자재품 유통 업종은 12건이었고, 대형서점과 레미콘 업체가 관련된 사업조정신청도 각각 2건이었다.
특히 대형마트ㆍ할인점 입점에 대한 사업조정신청건수는 최근 1~2년 사이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2건, 2010년 9건에 불과했던 사업조정신청건수는 2011년 19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7월말까지는 16건이 접수됐다.
김 의원은 “대ㆍ중소기업의 상생은 강력한 제도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대기업에게 관심을 가지라고만 하는 것은 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며 “정부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조정제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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