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제(1)-어찌되고 있나

빠르면 9월, 일부 지자체부터 격주 휴무 재개될 듯

이에 따라 이번에는 각 지자체 차원에서 다시금 대기업 유통업체의 의무휴업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의무휴업제 실시의 걸림돌이었던 지자체 관련 조례안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조례 재개정 작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 마트 및 SSM 의무휴업을 둘러싼 공방이 이제 제 3라운드에 들어선 모양새다. 지난 3월 11일 전주지역 SSM이 일요일 첫 의무휴업에 들어간 이후, 전국 대부분의 대기업 유통업체의 격주 휴무제가 대세로 굳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격주 휴무제는 시행 후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22일 강동구 및 송파구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반대로 8월 11일 현재 전국의 대형 마트 및 SSM 중 97%가 다시 휴일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번에 법원에서 문제삼은 것은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규정한 유통법 규정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었다. 단지 지자체 시행과정에서의 절차상의 문제만을 지적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관련 지자체들은 법원의 판결에서 지적한 절차상의 흠결을 바로잡아 다시 막힌 물꼬를 트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 유통업체 97% 휴일영업 재개

유통업계에 따르면 8월의 두 번째 일요일인 12일을 기준으로 전국 주요 대기업 마트 1,470개 가운데 일요일 영업을 하지 못한 곳은 2.9%인 43개에 불과했다. 이마트의 경우 146개 점포 중 7개를 뺀 나머지가 모두 정상영업에 나섰고, 홈플러스는 130개 점포 가운데 4곳, 롯데마트는 94개 점포 가운데 2곳만이 문을 닫았다.

SSM의 경우, 롯데슈퍼는 432개 점포 중 17곳,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325개 점포 중 8개만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휴일매출도 다시 원상 회복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 매장 중 절반가량 영업을 재개한 7월 4주차 주말 매출이 휴무제 이전의 약 50% 회복했다”며 “지난 12일 146개 매장 중 139개 매장(95%)이 휴일 영업을 하는데 의무 휴업 전 매출과 비교해 볼 때 매출의 약 90% 이상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기업마트, 매출의 90% 회복

서울시에서는 강서구의 재개정 작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7월 말 조례 재개정 작업을 끝내고 8월 1일자로 재개정된 조례를 공포했다. 이에 따라 9월부터는 다시 관할 구역 내 대기업 유통업체의 격주 휴무제가 재개될 예정이다.

그 다음 8월 7일 현재, 강동구, 송파구, 강북구, 노원구 등 서울시내 12개구의 재개정안이 의회 상정을 앞두고 있고, 중구, 광진구, 종로구 등 9개구의 재개정안은 입법예고된 상태다. 이외에 서초구와 강남구는 조례안의 재개정방침을 저울질 중이다.

재개정안이 발효되려면, 입법예고(20일간)를 거쳐 의회의결 및 공포가 이뤄지고, 그 후 20일간의 공고가 이뤄진 후 발효가 이뤄지게 된다. 이들 자치구들은 공히 이번 조례 재개정안에서 법원의 판결로 지적된 ‘단체장이 영업시간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강제 규정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정도의 임의 조항으로 바꿨다. 또 영업 제한 전에 업체 측에 충분히 의견 제출의 기회를 줘 행정절차 위반 논란을 피했다.

강원도, 농수산물 판매 51% 근거규정 도입

광주 지역의 경우도 조례개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광주시내 5개 자치구는 공동으로 최근 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를 개정 공포했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13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14곳이 9월 23일경부터 또다시 한 달에 이틀간 의무적으로 휴업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는 지난 15일 `대형마트ㆍ기업형 슈퍼마켓(SSM) 영업규제 관련 표준 조례안’을 마련해 도내 18개 시ㆍ군에 전달했다. 이 곳 표준 조례안에는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을 둘러싼 의무휴업일 적용 예외에 대한 근거안을 담고 있는 게 이채롭다.

강원도는 표준 조례안에 아예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이 51% 이상인 대규모 점포들도 과세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의무휴업을 하도록 명기했다. 농산품의 범위나 매출액 비중에 대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1% 이상인 대규모 점포는 직전연도의 연간 총매출액과 해당 농수산물의 매출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세청 또는 담당 세무서에서 발행한 과세증명서를 시장ㆍ군수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직전 연도의 서류를 제출한 대규모 점포가 그다음 연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즉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해 확실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동안 3천㎡ 이상의 대형점포이면서 농산물 판매 비중이 51% 이상이라고 밝힌 춘천철원축협 하나로마트 퇴계점과 하나로클럽 원주 원예농협, 속초농협 하나로마트 엑스포지점 등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됐었는데 앞으로는 이 기준을 근거로 관련규정이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진검 승부, 내년 상반기 헌법소원에서

이에 따라 앞으로 늦어도 11월경이면 대부분의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격주 의무휴업제가 다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의무휴업제를 사이에 두고 이뤄지고 있는 진검 승부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헌법소원 판결결과에 따라 그 승패가 크게 엇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대기업 유통업체 측은 지자체의 영업제한은 평등권에 저촉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만일 이 헌법 소원에서 ‘관련 규정이 위헌이다’라는 판결이 나오면 유통산업발전법은 즉시 효력을 잃고, 이 법에 근거한 조례도 자동 무효화되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업계 공히 이 같은 헌법 소원에 대한 대응책 모색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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