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가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이하 희망재단) 이사진 구성에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이라는 희망재단의 설립 취지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

희망재단 이사는 현재 6명으로 이윤재 숭실대 교수, 민홍기 법무법인 에이팩스 변호사, 박혜린 옴니버스 대표, 연대성 (사)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장,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김종철 매경닷컴 디지털영상국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중 연대성 회장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는 한 사람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강신욱 변호사는 미래부 서기관 출신이고, 나머지 4명의 이사도 학계나 법조계 등을 대표할 뿐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인사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상공인 대표하는 인사들 배제”

이를 두고 소상공인연합회 핵심 관계자는 “희망재단 2기 이사진을 구성하는 과정에 미래부가 지나치게 관여하여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두 배제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희망재단을 관리․감독하는 미래부의 송상훈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은 “이사회 구성은 희망재단에서 하는 것이다. 미래부는 승인 권한만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해명은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6일 희망재단 이사회에서 선출한 이사 7명 중에서 4명의 취임승인을 거부하고 나머지 3명만을 이사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부가 이사 4명의 취임승인을 거부하는 근거로 삼은 것은 지난 1월에 이루어진 ‘희망재단 이사 선출을 위한 심의회의 서류 전형 결과’ 자료였다. 하지만 당시 희망재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희망재단 이사회는 ‘심의회의 서류 전형 결과가 이사회에서 위임한 권한과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그 전형결과를 무효화한다’고 의결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희망재단 이사회가 이사후보 7명을 선출한 2월 6일 이후 희망재단사무국에 심의회의 서류 전형 결과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이 전형결과를 근거로 미래부는 희망재단 이사회가 최종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 중 4명을 탈락시켰다.

​탈락된 후보자들은 중소상공인 출신이거나 중소기업 관련 인사들이었다. 그 대신 미래부는 승인을 허락한 3명의 후보자 중 미래부 서기관 출신인 강신욱 변호사를 이사로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미래부는 희망재단 이사회에서 공식 의결하여 올린 이사 후보자 중 일부를, 희망재단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백지화시킨 심의회의 서류전형 결과를 근거로 이사 승인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미래부는 이사 4명의 취임승인을 거부한 이유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취임승인을 주무 관청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면서 “주무 관청이 판단하여 취임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취임승인 거부 권한 없어

그러나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법인법)에는 미래부 관계자가 설명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익법인법 제5조(임원 등)는 제2항에서 “임원은 주무 관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 제6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익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다.

​1. 미성년자

2.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3. 파산선고를 받은 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5. 제14조 제2항에 따라 임원 취임승인이 취소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라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그 어느 조항에서도 이번에 미래부가 희망재단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자 중 승인을 허락하지 않은 결정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발견하기 어렵다.

주무 관청 변경도 지연

한편 희망재단 이사회는 지난해에 주무 관청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중소기업청으로 바꾸기로 의결하였다. 그런데 2017년 4월 현재까지 주무 관청을 바꾸는 것과 관련된 업무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최승재 전 희망재단 이사장은 “중기청이 힘이 센 미래부의 눈치를 보느라 관련 업무의 진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재단은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한 ‘동의의결’의 일환으로 2014년 2월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동의의결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스스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등의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네이버는 희망재단을 설립하면서 3년간 500억 원(2014년 100억 원, 2015년 200억 원, 2016년 2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1차년도에 100억 원을 출연한 이후 희망재단의 운영 미숙 등을 이유로 추가 출연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 출연이 미루어지자 관리․감독기관인 미래부는 공익법인 사무감사에 따른 11가지 시정조치 명령을 희망재단에 부과하였다.

​희망재단은 2016년 말에 시정조치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미래부의 정상화 조치 요구사항이 완료되고 규정보완 및 정비 등 내부시스템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추가 출연은 계속 지연되었다.

​그러다가 네이버는 3월 16일에야 그동안 지급을 보류해 왔던 출연금 400억 원을 희망재단에 납부했다고 밝혔다.

“설립 목적에 맞게 이사진 구성해야”

한편 공익법인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공익법인에는 5명 이상 15명 이하의 이사와 2명의 감사를 두되, 주무 관청의 승인을 받아 그 수를 증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현재 희망재단 이사진은 미래부가 지난 2월에 취임을 승인한 이사 3명(강신욱, 김종철, 연대성 이사)과 오는 10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사 3명(민홍기, 박혜린, 이윤재 이사)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희망재단은 미래부 추천 1인, 출연기관(네이버) 추천 1인, 소상공인연합회 추천 1인 등 3인의 이사를 추가로 선출할 예정이다.

미래부 추천으로 미래부 공무원 출신인 정경원 전 우정사업본부장(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 네이버 추천으로 남중수 전 KT 사장(대림대 총장)이 추천되었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희망재단 이사진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만일 이대로 가면 미래부 출신 이사가 두 명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소상공인 몫은 개인자격으로 이사가 된 연대성 회장을 포함한다 해도 소상공인 몫은 두 명에 불과하게 된다”라고 말하고, “그렇게 되면 소상공인은 미래부의 산하기관으로 전락한 희망재단의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리고 그는 “애초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수를 15명까지 늘리고, 그중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이사들이 과반수 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희망재단에 공식적으로 소상공인 이사들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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