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 장인들 ‘하나’되어 시너지 구축…당국 R&D지원도 절실”

박동희 (사)성동제화협회장은 “끝모르는 불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화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상호 부조와 단합, 상생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나름의 위기 극복 해법을 제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성동제화협회를 비롯한 성수수제화 업계의 ‘통합’을 주문했다.
“지역민들에 의한, 지역민들을 위한 맞춤형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R&D’가 이어지고, 조화로운 정책 지원이 함께 해야죠. 그래서 ‘통합’이 필수적입니다.” 박 회장은 “새해엔 그런 소망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합’으로 기대되는 장점이나 이익은?

▲ (사)성수수제화협회와 수제화거리의 장인들, 예를 들어 협동조합이나 여러 입주업체들이 하나 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 함께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가치를 추구하며, ‘윈윈’할 수 있고,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3사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는 이들 메이저 기업들은 수제화 거리의 일부 중견업체들에게만 OEM을 주고 있어 영세업체들이 소외되고 있다. 그 보단 자본력은 미흡하지만, 뛰어난 기량을 갖춘 많은 업체들과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새해엔 대기업들도 이곳 소공인들과 공식적으로 손잡고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새해엔 어떤 구체적 비전과 계획을 갖고 계신지?

▲ 작년과 재작년엔 사실 수제화거리를 알리는 ‘홍보’에 주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각종 행사나 판촉전을 치렀다.
새해엔 좀더 적극적인 시장 개척과 함께 수출에 주력할 생각이다. 협회 매장인 ‘구두와 장인’은 이미 롯데 빅마트와 완(完)사입 계약을 맺었다. 롯데측이 전 물량을 책임지고 사입하여, 수제화 소공인들에게 재고 부담이 안 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마운 일이다. 일본쪽 수출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다행히도 일본의 한 수입업체가 구매 계약에 적극적이다. 한편으론 감동 비즈니스의 결과이기도 했다. 지난 12월 한창 추웠던 날, “계약 성사 여부와는 무관하게 손님에게 따뜻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며 식사를 대접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을 십 수년 드나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감동을 금치 못했다. 그 후 서로 SNS를 통한 대화를 수시로 주고 받으며 ‘친구’가 되었고, 마침내 무역협회를 통해 공식적인 계약 의사를 전해왔다.
또한 중국 연변에도 본격 진출한다. 현지의 대형 건물 6개층을 통째로 임대, 성동제화협회 전용 매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좀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계획은?

▲ 작년까지는 홍보나 판촉행사를 할 때도 협회 차원의 재정이 뒷받침되지않아 제 사비(私費)를 갹출할 수 밖에 없었다. 새해엔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한 관계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물론 지금도 관할 지자체가 지원하긴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지자체에서 수제화 거리에 입주할 업체를 알아서 선정하고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더욱 바람직하기론, 성수 수제화 거리를 대표하는 소공인들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지원의 취지에 맞는 운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수제화 거리 특유의 맞춤형 마케팅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 성수수제화협회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적극 제휴, 협업할 수도 있다. 그걸 통해 지역 소공인들에게 맞는 실효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

경쟁력을 위한 기술이나 직업의식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렇다. 우리 소공인들에게 기술 개발, 즉 R&D는 생명이다. 전에 이탈리아 볼로냐에 가서 진정한 명장들이 일하는 작업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기량이나 기법은 한국과 별반 차이 없었다. 그러나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달랐다. 다 그렇진 않지만, 우리 업계에선 아직도 “(품질보다) 원가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는 사례가 적잖다. 이탈리아는 이 점이 달랐다. 이탈리아 장인들은 가죽이나 소재 하나하나도 최고, 최선의 것을 골라 쓰더라. 그 덕분에 최고의 품질,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마인드’의 차이다.

고품질과 기술 개발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이해가 아직 업계에선 부족하다. 당국도 마찬가지다. 수제화 부문의 R&D 지원에 대해선 이해도가 낮고 매우 소극적이다. 일부 산학 연계 방식의 R&D프로젝트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나 내용이 현장의 수요에 맞지 않고, 특히 수제화 산업의 절박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구두창(밑창) 하나만 해도 그렇다. 그(구두창 제작) 기술 여하에 따라 수제화 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흔히 국내 수제화 업계에선 구두창을 ‘오픈 몰드(금형)’로 만든다. 이건 차별화가 없는, 똑같은 스타일의 구두창을 만든다는 뜻이다. 겉으로 본 구두 겉모양이나 디자인은 그럴싸 하지만, 그 핵심이라고 할 구두창은 다들 똑같다. 그렇게 획일적이다보니, 차별화된 명품이 나올 수 없다. 그저 가치없는 그렇고 그런  제품만을 양산하곤 한다. R&D의 부재가 빚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어떤 각오가 필요할까?

▲ 소공인들이나 당국 모두 R&D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 등에서 설사 수출 오더를 받아도, 바이어를 충족시킬만한 품질(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R&D노력을 통해 ‘퀄리티’를 높이지 못한 탓이다. 그럴수록 협회를 비롯한 성수수제화거리에 계신 분들은 새해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품질의 구두를, 적정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한 번 단골이 영원한 단골’이 되도록 할까를 고심한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화 1번지’로서 위상을 굳히는 것, 그게 새해 성수제화인들의 다짐이다.

*** 박스기사
박동희 회장의 ‘구두 이야기’
이탈리아 소가죽이 으뜸…

구두는 흔히 늙은 소가죽, 중간 연령의 소가죽, 혹은 송아지 가죽 등으로 만든다. 그중 가장 고급스런 소재는 송아지 가죽이다. 이는 연하고 부드러워서 착용감이 뛰어난 명품급이다. 다만 내구성이 떨어지는게 단점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늙은 소가죽보다는 중간 소가죽이 훨씬 품질이 좋다.
성수 수제화거리에선 대중용 구두는 흔히 중간 소가죽으로 만든다. 같은 소가죽이라도 원산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난다. 가장 뛰어난 품질은 이탈리아산 소가죽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선 아예 고급 구두용으로 쓰기에 적합한 사육방식으로 소를 키우며 철저히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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